윤형열 건강관리센터장(근로복지공단 창원산재병원, 의학박사 예방의학전문의)

창원의 모 대기업 부장으로 재직 중인 정모(49세)씨는 회사에서 실시하는 정기 건강검진을 10년 이상 꾸준히 받아왔다. 늘 이상이 없다는 결과를 받아왔으나 그는 불안감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동안 검진에서 이상이 없었던 직장 동료 중 3명이 암으로 사망했고, 현재도 동료 한 명이 대장암으로 투병 중에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보고 있자니 그는 의료기관에서 제대로 검사는 하고 있는 건지, 검사항목은 많지만 정작 검사해야할 항목이 빠져있는 것은 아닌지 등과 같은 의심이 생겨났다. 그래서 이런 고민을 해결해보려 자신의 건강 상태에 꼭 맞는 맞춤 검진을 찾아보았지만, 결국 실패로 돌아가고 말았다. 자신이 받아야할 검사가 무엇인지 스스로 선택을 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최근 들어 위 정모씨의 사례처럼 자신에게 맞는 건강검진 상품을 고르려는 사람이 늘고 있다. 그렇지만 정모씨가 그랬듯 대부분이 어려움을 겪게 된다. 왜 그런 것일까? 이는 건강검진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건강검진을 똑똑하게 받으려면 먼저 건강검진에 대한 인식을 바꾸어야 한다. 병원이 모든 것을 다 알아서 검사해 줄 것으로만 생각하지 말고 자신의 병력이나 생활습관, 가족의 질병력 등을 고려해 적합한 검진상품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또 작년에 받은 검진결과표를 꼼꼼히 들여다보고 각 병원 인터넷 사이트를 검색해 나에게 적합한 검진상품을 찾아보는 노력도 필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검진을 받기 전 내가 받으려 하는 검진항목이 무엇인지 제대로 확인해 봐야 한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종합검진을 받고도 암이나 뇌졸중 등에 걸리는 이유는 암을 검사하는 항목이 검진에서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를 확인해 보지도 않고 유명한 질병이니 당연히 검사를 했겠거니 생각을 한다.

직장인들이 주로 받는 20~30만원대 종합검진에는 대부분 대장 내시경검사가 포함되어 있지 않다. 또 폐암의 조기 발견에 효과적인 폐 CT도 보통의 종합검진에는 들어있지 않다.

물론 그렇다고 받을 수 있는 모든 검사를 받으라는 말이 아니다. 앞서 말했듯 가족의 질병력 등을 고려, 필요한 검사 1~2개를 추가하는 ‘선택검진’만 잘 활용해도 종합검진의 허점을 메울 수 있다.

그럼 무엇을 선택하는 것이 좋을까. 건강검진이 필요한 나이를 중심으로 설명을 해보겠다. 먼저 40~64세에 속하는 장년층 중 여성은 폐경기임을 감안해 골밀도검사와 부인과 정기검진을 받는 것을 추천한다. 여유가 있다면 각종 암이나 고혈압, 당뇨, 심장병, 뇌혈관질환, 만성간질환, 만성폐질환 등에 관한 검진을 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여기에는 남성도 포함된다.

65세 이상 노년기에 속한 사람들은 경부동맥검사와 함께 뇌혈관질환이나 심장혈관질환 등에 대한 검진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특히 노년기의 경우 근육이 약해져 잘 넘어지기 때문에 운동부하검사 등을 통해 자신에게 맞는 운동량을 처방받는 것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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