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 안 도로에서 굴착기에 치여 하청업체 근로자가 숨진 사고와 관련해 법원이 산업재해가 아닌 교통사고로 봐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울산지법 형사3단독(부장판사 이재욱)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HD현대중공업 법인과 대표이사에게 벌금 1000만원을 각각 선고했다고 27일 밝혔다. 또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치사) 혐의로 기소된 굴착기 운전자 A씨에게는 금고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 2021년 9월 말 HD현대중공업 울산 본사 내 도로에서 굴착기를 몰고 가다 걸어가던 하청업체 근로자 B씨를 치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평소 원·하청 근로자들이 수시로 오고 가는 길임에도 회사 측이 근로자들의 통행을 막지 않은 채 굴착기 운행을 지시했고, 굴착기 이동경로에 안전관리자를 배치하지 않은 점에서 회사 측에 사고의 책임이 있다고 보고 재판에 넘겼다.

그러나 재판부는 사고가 작업과는 무관하게 도로를 따라 이동하던 중에 발생했기 때문에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를 적용할 수 없다고 봤다. 해당 사고가 작업 중에 발생한 산업재해가 아니라 교통사고에 가깝다고 판단한 것이다.

재판부는 “사고가 난 도로는 인도와 차도가 구분돼 있고 평소에도 굴착기와 지게차, 화물차 등이 이용하는 곳이기 때문에 작업 장소라고 볼 수 없다”며 “다만 회사 측에 안전난간 미설치 등 일부 책임이 있는 점, 유족과 합의해 피고인들에 대한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을 참작했다”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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