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를 건너고자 할 때는 안전을 위해 횡단보도나 육교, 지하도 등을 이용해야 한다. 교육을 받기 어려울 정도의 어린 아이를 제외하고 이 사실을 모르는 이는 없다. 즉 도로 무단횡단금지는 사회구성원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기본적인 사회규범인 것이다.

하지만 우리 현실을 되돌아보면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좀 더 빨리가기 위해서’, ‘설마 사고가 나겠어’ 등의 이유로 무단횡단을 하다가 교통사고를 당하고 있다.

이와 비슷한 사례를 산업현장에서도 많이 찾아 볼 수 있는데, 그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보호구 미착용’이다. 보호구 착용이 추락, 낙하·비래 등의 재해를 예방할 수 있다는 사실은 근로자라면 누구나 인지하고 있다. 그러나 무단횡단과 마찬가지로 귀찮음 등의 이유로 아직도 많은 근로자들이 그 착용을 기피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타개코자 최근 고용노동부는 이달부터 내달 말일까지 건설현장 그중에서도 소규모 건설현장을 주 대상으로 하여 보호구(안전모, 안전대 등) 착용실태를 점검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사업주가 근로자에게 보호구를 지급했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사업주가 보호구를 지급했는데도 불구하고 이를 착용하지 않은 근로자’를 적발하는 것이 이번 점검의 주요 내용이다.

고용부는 그동안의 온정주의적 관행에서 탈피, 이번 점검에서 만큼은 단호한 조치에 나설 것이라고 천명했다. 이에 따라 이번 점검은 불시점검으로 이루어지며, 점검에서 적발된 근로자에게는 과태료 5만원이 즉각 부과된다.

지난 5월 19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사항에 대한 과태료 부과기준이 개정된 이래, 본격적인 법 적용의 서막이 올랐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또 한편으로는 안전에 대한 사업주의 책임과 근로자의 책임 모두를 강화한 조치로도 분석할 수 있다. 사업주에게는 보호구 지급의 의무에 더해 이에 대한 확인의무를 주었고, 근로자에게는 보호구 착용의 의무에 더해 사업주에게 보호구를 요구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 주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사업주와 근로자가 스스로 산재예방활동에 나서는 문화를 구축하기 위해 고용부가 본격적인 움직임에 나선 것이다. 실로 산업안전정책의 중대한 변화 아니 개혁이라고 평가할만 하다.

하지만 그 취지만큼 결과가 좋을 지에 대해서는 조금 우려스러운 게 사실이다. 이와 비슷한 목적으로 추진됐다가 실패를 경험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05년 6월 정부는 건설현장에서 추락이나 낙하·비래로 인해 사망사고가 빈발하자, 대대적인 보호구 착용 실태 점검에 나섰었다. 보호구 착용에 대한 홍보·계도활동은 물론이고, 이번 점검과 마찬가지로 미착용 사례를 적발했을 경우 과태료도 부과했었다.

이 정책은 취지에선 많은 이의 공감을 얻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 결과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다. 초기의 의욕에 비해 성과가 미약했고, 현장에 그다지 큰 파급효과도 불러오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당시 정책을 기억하는 이들은 이번 보호구 착용실태 점검도 ‘용두사미’로 끝나지 않을까하는 걱정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이런 우려를 감안, 당시 정책의 문제점을 충분히 검토하고 분석한 후에 이를 바탕으로 신중하게 정책을 펴나가야 할 것이다. 특히 목적 달성에만 급급해 과태료 부과금액이나 지적건수를 기준으로 하여 지방고용노동관서별 또는 근로감독관별로 줄 세우기를 하는 일은 지양해야 한다. 부담감에 짓눌린 근로감독관이 제대로 된 지도에 나설 수 있을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산업현장도 정부의 이번 점검을 경제활동을 제약하는 조치로만 보지 말고, 산업현장의 선진화를 위해 기반을 다지려는 노력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자동차 좌석안전띠 착용’, ‘음식물 분리수거’ 등 기존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첫 도입과정의 어려움만 넘어서면 보호구 착용은 자연스러운 우리의 문화로 자리잡게 될 것이다.
저작권자 © 안전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