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수 교수(안전공학박사), 한국폴리텍대학 충주캠퍼스

지난해의 경우 재해자 9만8645명 중 7만9797명(80.7%)이 안전관리자 선임의무가 없는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한 바 있다.

고용노동부는 이같은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의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안전보건지킴이 양성 사업을 시작한다고 10월 27일 밝혔다.

이번 사업을 통해 고용노동부는 2014년까지 총 10만명의 지킴이를 양성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올해에는 1만명을 시범 양성한 후 매년 3만명씩 양성한다는 방침이다. 업종별로는 제조업 6만 5000명, 건설업 5000명, 서비스업 3만명 등을 양성한다. 대상은 50인 미만 사업장의 직·반장 등 관리감독자와 시공능력 평가액 순위 1,000위 이상 건설업체 소속 기술관리직 및 작업반장이며, 이들은 8시간 교육을 이수한 후 안전보건지킴이 인정서를 받게 된다고 한다.

10월 28일자 조선일보 3면을 보면 ‘이구백(20대 90%는 백수)’, ‘삼초땡(30대 초 명예퇴직)’, ‘동태(한겨울의 명예퇴직)’라는 용어가 있다. 요즘 20~40대의 불안(不安)한 처지를 압축 설명할 때 자주 사용되는 신조어들이라고 한다.

2040의 서글픈 신조어가 유행하고 있는 이때 안전보건지킴이 사업은 산업현장의 재해예방은 물론 고용창출에도 매우 유익한 사업이라 사료된다. 단, 전제가 있다. 양성도 중요하지만 안전보건을 최일선에서 책임지는 안전보건지킴이들의 대우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복염거(驥服鹽車)라는 옛 고사가 있다. 세상에 훌륭한 인재가 있어도 그를 알아주는 인물을 만나지 못하면 재능을 발휘할 수 없음을 이를 때 종종 회자되는 말이다.

진나라 목공 때 좋은 말을 잘 골라내는 손양(遜讓)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사람들은 모두 그를 보고 백락(伯樂: 전설에 나오는 천마를 주관하는 별자리)이라 불렀다고 한다.

어느 날 백락은 외출을 했다가 무거운 소금 수레를 끌고 언덕 위를 오르고 있는 말 한마리를 보게 됐다. 늙은 말은 가파른 언덕을 오르다가 결국 길옆에 쓰러져 숨을 헐떡였다. 백락은 이 말이 필시 전쟁터를 종횡으로 누볐을 좋은 말이었지만 너무 무거운 소금수레를 끌다가 이렇게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백락이 안타까운 마음에 말에게 다가가 머리를 쓰다듬어 주자 말은 눈물을 흘렸다. 이에 백락은 자신의 비단옷으로 그 눈물을 닦아 준 후 등에 덮어 주었다고 한다.

아무리 천리마라 하더라도 이를 알아주는 백락이 없었다면, 하찮은 주인을 만나 천대받고 혹사당하다가 결국에는 허름한 마구간에서 죽게 됐을 것이다. 그러면 세상에 이름을 떨치지 못하여 천리마라고 불러 주는 자도 없었을 것이다.

이렇듯 아무리 뛰어난 사람이라도 알아주는 사람이 없다면 그 재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보통 이하의 능력 밖에는 발휘하지 못하는 법이다.

안전제일은 역사적 기원으로 볼 때 미국기업의 경영원칙이며, 1906년 게리(G.H. Gary)시장의 경영방침이기도 하다. 미국에서는 “생산에 앞서 안전을 먼저(safety first)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유럽에서는 “생산에 반드시 안전을 포함(production with safety) 시켜야 한다”고 했으며, 현재는 “안전생산(safety production)을 해야 한다”고 하고 있다. 이들 원칙을 볼 때 안전과 생산은 수레의 양 바퀴와 같은 불가분의 관계를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산업안전보건법 제1조에 “산업안전 보건에 관한 기준을 확립하고 그 책임의 소재를 명확하게 하여 산업재해를 예방하고 쾌적한 작업 환경을 조성함으로써 근로자의 안전과 보건을 유지 증진함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명쾌하게 명시되어 있다.

안전보건을 유지하고 책임지기 위해 양성한 안전보건지킴이가 소금수레를 끄는 말의 신세가 되면 안된다. 정부는 백락의 시선으로 이들을 잘 돌봐 우리나라 산업재해 예방의 중심축이자 산업안전보건 분야의 보배로 키워내야 할 것이다.

“천리마는 항상 있으나 백락은 항상 있지 않다”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백락이라는 존재가 중요하다는 말이다. 안전보건을 유지하고 실천하기 위해 양성된 안전보건 지킴이들에게 우리는 伯樂(백락)과 같은 존재가 되었으면 한다.

검증된 강사가 안전보건교육훈련을 통해 그들에게 있는 저마다의 천리마적 재능과 DNA를 살려주고, 하루에도 천리를 달릴 수 있는 강한 심장과 튼튼한 근육을 키워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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