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교통사고 사망자가 감소하고 있으나 아직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꼴찌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로교통공단이 2008년 OECD 회원국의 교통 사망사고를 비교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은 자동차 1만대당 사망자수에서 2.9명으로 전체 32개 OECD 회원국 가운데 칠레와 멕시코를 제외한 30개국 중 28위를 기록했다.

이렇듯 교통사고로 인한 인명피해가 상당한 수준인 가운데 정부는 지난 6월 10일부터 운전면허시험을 대폭 간소화시켜 시행하고 있다.

간소화된 운전면허 절차에 있어 가장 획기적인 것이 장내기능시험 항목을 기존 11개에서 2개로 줄인 것이다. 티(T)자 코스와 에스(S)자 코스, 평행주차 코스, 시동 꺼짐 등의 상황에서 대응능력을 검사하는 항목들이 없어진 것이다.

경찰은 개선의 이유로 크게 2가지로 꼽았다. 먼저 기존 운전면허시험이 ‘장내기능’과 ‘도로주행’으로 기능시험을 중복 실시해 응시자에게 부담을 줬다는 것이다. 특히 장내기능시험 중 T자와 S자 코스 등은 운전 경력자도 통과하기 힘들 정도의 난이도를 보였지만, 실제 도로주행 때 이의 활용도는 그리 높지 않았다는 것이 경찰청의 설명이다.

두 번째로 비용적인 부담 측면이다. 기존의 경우 운전면허 학원에서 기능시험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최소 30~40만원의 비용이 필요했다. 이같은 비용에도 불구하고, 교육은 실질적인 기능교육이 아닌 합격공식을 암기시키는 위주로 진행돼왔던 것이 그동안의 현실이었다.

위를 종합해보면 경찰청은 수험생들의 비용적 부담을 줄이고 검사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운전면허시험을 개정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이렇듯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개선안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간소화로 인한 경제적, 시간적 소모가 줄어든 것에 대한 찬성 여론과 사고의 위험이 증가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정책 시행 5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팽팽히 맞서고 있는 것이다.

현행 시험은 도로주행 전 의무 운전교육시간을 25시간에서 8시간으로 대폭 줄이고 하루에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제한 시간을 3시간에서 4시간으로 늘림으로써 이틀 안에 의무교육을 마칠 수 있도록 했다.

이렇게 간편해진 운전면허 시험은 바로 합격률의 상승으로 이어졌다. 경찰에 따르면 시험 간소화가 시행된 후 기능시험 합격률이 90%를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26개 운전면허시험장의 합격률을 조사한 결과 1종은 95.3%, 2종은 90%에 달했다. 개정 전의 합격률이 42.1%였다는 것을 감안하면 거의 2배가 증가한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이런 높은 합격률이 가능했던 이유는 장내 기능시험 항목에서 찾을 수 있다. ‘안전벨트 착용, 시동을 켜고 기어변속, 라이트 및 방향지시등 조작, 와이퍼 조작, 사이드브레이크 풀고 주행, 돌발, 좌회전 한 번, 시동 끔’ 이렇게 간단한 조작만 한다면 쉽게 합격할 수 있으니 떨어지는 사람이 더 이상하다는 반응들이 많다.

문제는 이런 기본적인 조작만으로 실제 도로에 나가 운전을 할 수 있느냐에 대한 의구심이다. 시험에 합격한 대다수의 응시자들 또한 이런 시험과정을 통해 도로에서 운전을 잘 할 수 있을지에 대한 불안감을 갖고 있다. 즉 오히려 시험이 지나치게 간단해지는 바람에 실제 차를 몰고 도로에 나갈 수 있을지 걱정하는 합격생이 대다수란 것이다.

면허시험 간소화로 시간과 비용을 절감하여 국민의 부담을 크게 경감시킬 수 있다는 것에는 모두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선진국에 비해 교통환경이 미흡한 우리나라에서 면허를 쉽게 딸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교통사고와 관련된 여러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음도 분명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비용과 시간을 절감시킬 수 있는 효과 속에서도 교통사고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 꼼꼼히 따져 면허시험 간소화 정책에 반영시켜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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