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현장 책임자 등 3명 입건

 


지난 16일 4명의 사상자를 낸 신길동 천공기 전도사고는 안전조치 소홀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영등포 경찰서는 사고를 낸 천공기 운전기사 박모(50)씨와 현장소장 송모(42)씨, 김모(40)씨 등 3명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18일 밝혔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천공기 운전기사와 원ㆍ하청 현장소장 등 3명을 불러 조사한 결과 천공기를 이동할 때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어 “천공기 등 무거운 건설장비를 이동시킬 경우 무게를 버틸 수 있도록 지반을 다지고 그 위에 두꺼운 철판을 깔아야 한다”라며 “하지만 사고현장에서는 이와 같은 규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 지반이 천공기의 과도한 하중을 이기지 못하고 내려 앉으면서 천공기가 균형을 잃고 쓰러진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운전기사 박씨가 철판이 잘 깔려 있는지 확인해야 하는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위반했다고 보고 있다. 또 원·하청 현장소장 2명은 천공기 진행로의 수평을 유지하지 않고, 지반침하를 방지하기 위한 철판을 설치하지 않는 등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다만 경찰은 설계와 인허가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이 관계자는 “공사 전반에 대해 수사를 벌였으나 아직까지 또 다른 안전상 문제를 발견하지는 못했다”라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으나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경찰은 안전대책 미비점이 드러날 경우 이들을 관련 법규에 따라 사법처리할 방침이다.

안전불감증이 사고 불러와

이번 사고 역시 기존 안전불감증이 불러온 대형사고들처럼 예고된 인재였음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지역 주민과 건설 전문가 등에 따르면 사고가 난 공사현장 일대는 과거 하천을 복개한 지대여서 지반이 약한 편이다. 즉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안전조치가 제대로 안될 경우 사고가 발생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던 것.

경찰 조사에서 사고 지점 인근 주민 A씨는 “과거 이 일대가 논이었고 바로 옆길도 하천을 복개한 길이었다”며 “공사장에 물이 고여 있는 것을 자주 목격했다”고 말했다. 또 “건설업체 측이 안전설비가 미비한 걸 알면서도 이를 묵인하고 공사를 진행했을 것”이라며 “공사를 강행한 건설업체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일부 건설 관계자는 최근 건설경기가 침체되면서, 저가 입찰이 일반화됐기 때문에 공사 현장의 안전 관리가 부실해지고 있다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시공 단가를 낮추다보니, 안전시설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여 사고 발생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한국건설안전기술협회의 한 관계자는 “건설경기가 나쁘다 보니 입찰을 받기 위해 저가로 공사를 하는 경우가 많다”라며 “자재비용이나 시설설치 비용은 줄이기 힘드니 안전관리 비용을 충분히 쓰고 있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고 밝혔다.

사고는 어떻게 발생했나

이번 사고는 16일 오후 5시 40분께 서울 영등포구 신길시장 인근 공사현장에서 발생했다. 공사를 진행 중이던 높이 30미터, 무게 120톤의 천공기가 왕복 8차선 도로 위로 넘어진 것이다.

천공기가 넘어지면서 이곳을 지나가던 승용차를 덮쳐 운전자 최모씨가 깔렸고, 최씨는 사고 발생 후 2시간 40여분만에 구조됐지만 결국 숨졌다. 또 현장 주변에 있었던 오토바이 운전자 1명과 행인 2명은 부상을 입고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아울러 사고로 주변 고압선이 절단되면서 인근 8,000가구의 전기공급이 약 3시간 30분 가량 중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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