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복지공단 인천산재병원 이소영 내과장

모 중견기업의 정 차장은 회의가 있는 날이면 어김없이 배가 살살 아프고 화장실에 가고 싶어진다. 잦은 화장실 출입에 기운은 점점 빠지고, 뱃속이 부글거리니 상관의 질문에 집중하기가 힘들다. 늘 중요한 자리를 앞두고 아파오는 배가 원망스럽기만 하다. 약으로 근근이 버텨오다 뒤 늦게 찾은 병원에서 그는 ‘과민성 장 증후군’이라는 진단을 받고 깜짝 놀랐다.

위 정 차장의 사례처럼 최근 들어 유난히 잦은 복통과 설사, 방귀 등으로 심한 불편함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어떤 일에 신경을 쓰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 위와 같은 증상이 자주 그리고 심하게 나타난다면 ‘과민성 장 증후군’을 의심해 봐야 한다.

‘과민성 장 증후군’이란 만성 기능성 위장관 질환 중 하나로 스트레스와 불규칙한 식사에 의해 악화된다. 복통, 잦은 가스 배출, 변비, 설사, 잔변감, 복부 팽만감 등이 주요 증상이나 드물게는 소화불량과 구토증세가 나타나기도 한다.

하지만 이같은 증상이 있다고 모두 ‘과민성 장 증후군’은 아니다. 만약 체중감소, 혈변, 발열, 탈수 등이 동반될 때는 다른 질병을 의심해 봐야 한다.

‘과민성 장 증후군’은 왜 발생하는 것일까? 여러 연구가 진행 중에 있으나 아직까지 정확하게 밝혀진 바는 없다. 소화관 운동이상과 중추신경계의 이상, 사회 정신적 요인, 유전적 요인 등 여러 요인에 의해 복합적으로 발생하므로 그 원인을 밝히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치료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정신적으로 안정을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즉 자신의 병이 대장암과 같은 생명과 관계되는 중대한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명심하고 불안을 덜어야 하는 것이다.

다만 증상이 심한 경우에는 대장 조영술이나 내시경 검사 등을 시행하여 기질적 질환의 유무를 확인해야 한다. 다른 기질적 질환이 없음을 확인 한 후에는 환자 스스로 해결 할 수 있는 문제가 있는지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특정 음식을 먹어서 증상이 심해지는 것은 아닌지, 식이 생활에 문제는 없는지,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바꿀만한 것은 없는지 등을 스스로 조사해 보는 것이 좋다. 여기서 한가지 조언을 한다면 알코올이나 유당, 껌 등에 들어있는 소르비톨, 카페인, 자극성 음식, 콩 등은 대표적인 유발 인자이니만큼 가급적 멀리하라는 것이다.

정신적인 관리로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면 약물치료도 가능하다. 약물치료의 경우 다양한 증상 중 가장 심한 증상에 대한 약물을 사용한다. 개개인의 증상과 약물에 대한 반응에 따라 약의 종류나 양은 달라진다.

약물요법에도 호전되지 않는 난치성 과민성 장 증후군의 경우에는 인지-행동 치료요법, 이완-긴장요법 등이 사용되기도 한다. 종종 항우울제나 항불안제를 사용하여 증상이 호전되는 경우도 있다.

앞서 충분히 언급했듯 과민성 장 증후군은 흔한 질환이지만 간단한 약 복용만으로 쉽게 치료할 수 있는 질병은 아니다.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적당한 휴식과 운동을 통해 심리적인 안정을 취하는 가운데, 올바른 식사습관을 가지도록 노력해야만 극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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