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식 부장 | 충북중소기업종합지원센터

히말라야 8,000m 14좌 등정, 세계 7대륙 최고봉 등정, 3극점(북극점, 남극점, 에베레스트)등정, 그리고 지금까지 전 세계 어느 누구도 오르지 않은 길로 인류최초로 안나푸르나 정상에 오를 계획을 세우고 등정을 시작한 그 분.

안나푸르나는 해발고도 8,091m로 세계에서 열 번째로 높은 봉우리다. 산세가 험난하고 하루에도 수차례나 돌변하는 기상과 수시로 발생하는 눈사태 때문에 가장 오르기 어려운 봉우리로 손꼽히고 있다.

그나마 산악인들은 안나푸르나를 오르기 위해 북면을 택하지만, 그 분은 낙석과 눈사태가 너무 심해 아무도 가지 않는 남벽을 택해 등정을 시작했다. 이는 일명 코리아루트라는 새로운 길을 개척하기 위함이었다.

위의 얘기는 지난 2011년 10월 18일 오후 4시 위성전화 통화를 끝으로 영원히 우리국민의 품을 떠난 고 박영석 대장의 얘기다. 그의 사고는 아직도 마음 속에 너무 선명하게 생각이 날 정도로 1년간의 여러 일들 중 가장 충격적인 일이 아닐까 싶다. 그 분의 위대함이나 강한 도전정신은 앞으로도 온 국민의 마음속에 큰 교훈으로 영원히 기억될 것이라 확신한다.

고 박영석 대장의 가슴 아픈 등반실종사고도 엄연한 중대 안전사고라 할 수 있다. 문제는 1년 동안 산업현장에서는 이같은 사고가 끊임없이 발생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만큼 산업현장의 재해 문제는 매우 심각하고 시급히 개선되어야 할 사항이지만, 아직 이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이 낮은 것에 안타까움 마음을 감출 수 없다.

천문학적인 인적, 물적 손실을 유발하는 산재사고는 천재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불안전한 상태와 불안전한 행동으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이 불안전한 상태와 행동의 위험을 어떻게 최소화할 수 있을까. 여기서 요즘 한국경제의 최고의 화두인 FTA(Free Trade Agreement)와 똑같은 약어로 사용되고 있는 ‘결함수 분석법(FTA/Fault Tree Analysis)’을 적용하면 재해예방에 최선의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을 제시해보고 싶다.

결함수 분석법은 1962년 미국 벨 전화연구소의 Watson에 의해 개발된 것으로, 산업안전공학이나 품질경영에 흔히 적용되는 분석기법이다. 시스템의 신뢰성이나 안전성에서 고장(사고)원인을 분석할 때 귀납적 분석이 아닌 연역적 방법으로도 분석할 수 있는 방법으로, 고장이나 재해요인을 정성적으로 분석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요인의 발생확률을 개별적으로 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재해 발생 후의 원인규명이 아닌 재해발생 이전의 예측기법으로써 활용가치가 높은 예방차원의 분석기법인 것이다.

결함수 분석기법을 잘 활용하면 재해발생 전에 주변에 존재하는 불안전한 상태나 안전불감증, 안전의식결여, 잘못된 습관에 따른 불안전한 행동 등이 통제를 받을 수 있게 되거나 아예 제거될 수 있다.

한 그루의 나무를 연상해 보면 이해가 쉬울 수 있다. 나무는 구조상 뿌리부터 기둥, 그리고 수많은 굵고 가는 가지줄기, 잎 등으로 이루어져 형성된다. 한 그루의 가장 높은 곳을 사고(고장)의 결과부분이라고 놓고 보면, 뿌리, 기둥, 가지, 잎 등은 사고를 유발시킬 수도 있고 사고를 예방할 수도 있는 구성요소들로 생각해볼 수 있다.

여기서 사고를 유발시키는 요인들은 미리 잘라서 단절시키고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요소들은 서로 연결(연계)하여 더욱 더 사고방지 확률을 높여야 할 것이다. 하찮게 여겨지는 작은 요인 하나씩 하나씩 제거해나간다면 사고예방은 무한의 가능성을 갖게 된다는 것이 이 기법의 특징이다.

모든 안전사고는 사전에 방지되어야 한다. 안전은 예방차원이지 결코 사후관리 내지는 유사 동종재해 방지차원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쉬움 속에 한해가 지나가고 있다. 새해가 다가오는 시점에서 우리 모두 결연한 자세와 마음가짐을 다시 한 번 가졌으면 한다. 새해는 산업현장은 물론 온 국민이 편안하고 안전(安全)한 한 해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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