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상은 소장 | 한국산업위생협회 직업건강안전연구소

12월초 코레일공항철도 선로보수 작업자들의 참사 소식이 뉴스를 통해 전 국민들에게 전해졌다. 이 사고의 원인이 우리 인간의 잘못(slip), 착각(lapse), 실수(mistake), 위반(violation) 중에서 진정 무엇인가 같이 한번 고민해보자.

뉴스보도에서 확인된 원인은 작업허가 시간과 작업시간의 무시, 추운 날씨, 안전관리 감독의 소홀, 관제실 통보 절차 무시, 안전수칙 미준수 등으로 나열되고 있다.

왜 이렇게 통제불능의 원인으로 참사가 또 발생된 것인가? 작업자 과오의 원인은 크게 부주의한 상황으로 인한 행위 기준 잘못과 기억기준의 착각, 그리고 규정 또는 지식 기준의 실수로 구분할 수 있다.

여기서 잘못과 착각은 일종의 행동 에러이며, 실수는 사고(思考)의 에러라고 할 수 있다. 고의적인 상황에서 이들 에러가 나타날 경우는 바로 위반이다. 기본규정을 아예 무시하거나 근무상황에 따라 즉흥적으로 무시하는 경우, 그리고 예외적 상황에서 무시하는 경우가 여기서 말하는 위반에 해당한다.

사고 당시 선로보수 작업의 경우는 분명한 위반이며, 고의적인 불복종의 전형적인 사례이다. 잘못도, 착각도, 실수도 아닌 업무요구사항의 불복종이며 업무규정과 절차에 대한 크나큰 범법사항이다.

왜 우리는 아직까지도 후진국형 사고와 재해가 다발하고 있는가? 왜 이러한 사고가 끝나지 않고 계속 이어지는가? 왜 사고가 발생되면 인간부주의로만 접근하고 결론을 유도하려고만 하는가?

과오의 원인 제공요인이 행위의 잘못이든 생각의 잘못이든지 그 이전에 분명한 기초원인의 제공요소가 있을 것이다. 이에 ‘왜 위반하고 있는가?’, ‘생각과 행동의 규범과 질서의식은 어디로 실종되었는가?’ 등에 대해서도 한 번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과거 우리 민족의 문화와 전통의 양식에서 위반의 문화는 분명 없지는 않다. 하지만 그 근본적인 원인은 농업사회에서 공업사회로 발전되면서 나타난 ‘빨리 문화’와 ‘대충 문화’의 행동양식에 있지 않을까 자문해본다.

일제시대를 거치면서 일본에 대항하는 저항의식으로 ‘대충 문화’가 우리 사회의 의식 속에 잠재됐다고 할 수 있다. 또한 1960년대 초 공업화 당시 가난의 틀을 빨리 헤쳐나가고 싶어 ‘빨리 문화’가 선진국을 따라잡을 혁신 방안으로 정착됐다. 이들의 긍정적인 산출물도 많았지만, 인간의 행동 측면에서 보면 분명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오지 않았나 싶다.

이번 공항철도 선로보수 작업 사고도 막차가 지나가지도 않은 상황에서, 추운 날씨와 감독 부재 등의 원인 속에 ‘빨리 문화’, ‘대충 문화’가 영향을 끼쳐 발생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항상 사고 현장에서 보면 기계가 아니라 사람이 먼저 불안전한 행동을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처럼 불안전한 행동은 곧 불안전한 상태를 형성시키게 된다.

미국 GM자동차는 인적 특성, 건강관련 행동(흡연량, 수면시간, 주당 음주횟수, 운전여부, 운동횟수), 삶의 질(인생만족도, 대인관계, 과년도 병가일 등), 병력 및 자기관리(혈압, 만성질환여부, 건강증진노력 등) 등의 항목을 중심으로 근로자 개인의 건강위험평가(HRA, health risk assessment)를 실시하고 있다.

그리고 최근에 우리나라들의 일부 기업들은 구성원들의 건강을 위하여 웰니스 프로그램을 도입·실천하고 있거나 실행방안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상황이다.

웰니스 프로그램은 건강한 삶을 영위하기 위한 전략적 접근방법이 될 수 있다. 일과 삶의 균형적 시각과 직무수행 스트레스로 인한 부하를 웰니스 프로그램으로 접근하고, 그 대안을 찾아보는 것이 어쩌면 우리 인간의 과오를 줄이고 사고를 감소시키는 기초적인 전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인간행동의 과오를 제거하고 통제할 수 있는 수단은 삶의 질에 대한 변화를 요구 한다. 구성원의 건강은 일터와 연계되며, 구성원의 가치관 변화는 건강에 대한 관심증대로 이어질 것이다. 또 매사에 성과 중심에서 사람 중심으로의 변화는 인간행동의 과오를 줄일 것이다. 곧 구성원의 건강증진 활동은 기업의 비용절감과 생산성 향상으로 발전되고, 안심일터의 건강보험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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