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찬 새해가 밝아 왔다. 임진년 올 한 해는 부디 안전사고가 획기적으로 줄어들고, 안전문화가 정착하는 해가 되길 기원한다.

허나 청사진만을 그리기에는 아직도 우리의 산업안전현실이 너무나 미흡하여 우려스러운 마음을 지우기가 힘들다. 지난해 9월말 산재통계를 보면 일평균 250명이 사고를 입었고, 5.8명이 현장에서 유명을 달리했다.

그뿐인가. 인천국제공항철도 계양역 참사, 잇따른 울산지역 폭발사고 등 다수의 인명을 앗아간 중대재해가 2011년의 마지막을 앞둔 시점까지 이어졌다.

이런 열악한 현실을 만든 배경에는 안전불감증, 빨리빨리 문화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큰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은 ‘안전관리를 소홀히 하는 기업문화’가 아닌가 싶다. 특히 일부 대기업의 이기적인 행태는 산업안전의 발전에 큰 저해가 되고 있다.

대한민국의 경제는 사실상 일부 대기업에서 좌지우지 하고 있다. 주요 공단의 경우 몇몇 대기업이 그 공단 전체 나아가 해당 도시 전체 경기를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정도로 막중한 영향력을 행사하면서도 이들 중 상당수는 매우 이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단지 일만 하청업체에 줄 뿐 안전관리기술과 안전비용은 넘겨주지 않는 것이다. 그들은 그 누구보다 하청업체의 현실을 잘 알고 있다. 살아남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버겁기에 안전에 투자할 여력이 없다는 것을 말이다.

그런데 일부 대기업들의 경우 힘들고 위험한 일을 하청업체에 떠넘기는 것은 물론 사고 발생에 대한 책임까지 전가하고 있다. 심지어 산업안전보건법이 정한 안전보건관리자 선임 의무를 피하고, 그 선임 비용을 아끼기 위해 공장규모가 커지면 사업장을 쪼개서 50인 이하의 중소규모현장으로 만드는 얌체 대기업도 있을 정도다.

2012년을 산재감소의 해, 안전문화 정착의 해로 만들기 위해서는 대기업들의 이런 이기적인 행태부터 고쳐야 한다. 또 정부가 나서서 산재의 81%를 점유 하고 있는 50인 미만 중소업체에 대한 안전관리를 원청 업체가 책임지도록 법적 보완조치를 시행해야 한다. 즉 전반적으로 대기업의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청업체의 안전관리 실태를 직접 체험한 민간안전관리기관 등에 따르면 하청업체 안전관리를 근본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주체는 정부도 아니고 안전공단, 안전관련기관도 아니다.

정부 또는 관련 기관의 점검 및 지도를 받아봤자 당장 먹고 살기 급급한 하청업체는 새겨듣지 않는다. 단지 그 때 뿐이다. 사실상 이들의 안전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일감을 주는 원청에서 안전관리를 챙겨주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인 것이다.

정부는 이를 감안해 원청업체의 위험성 평가를 1차, 2차, 3차 밴드까지 확대토록 하고, 안전관리 비용을 지원토록 해야 한다. 아울러 정부는 법망을 교묘히 피해가는 50인 이하 안전관리 미선임 사업장에 대해서는 사고 발생 시 강제로 안전관리자를 선임하도록 법적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그간 대기업은 경제를 비롯해 문화와 사회 발전에 크나큰 기여를 해왔다. 이제는 산업안전의 발전을 그들이 이끌어야할 때가 왔다. 대기업이 앞장서고 정부가 이를 뒷받침한다면 2012년 흑룡의 임진년은 우리나라 산업안전역사에 획을 긋는 해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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