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교육비 인상·중복교육 가능성 등에 우려 표명

 


민간 안전보건교육기관, 엄격한 선정기준에 난색

지난해 법률개정(7.25)으로 도입된 건설업 기초안전보건교육제도가 드디어 올해부터 시행된다. 우선 오는 6월 1일부터 공사금액 1,000억원 이상 현장에 도입되고, 올해 12월에는 500억~1,000억원 미만 현장, 2013년 6월에는 120억원~500억원 미만 현장, 2013년 12월 1일에는 20억원~120억원 미만 현장, 2014년 6월에는 3억원~20억원 미만 현장, 2014년 12월에는 3억원 미만 현장 등으로 확대·시행된다.

즉 순차적으로 대상 범위가 넓어져 2014년 말이면 전국 모든 건설현장이 제도권 안으로 들어오게 되는 것이다.

건설업 기초안전보건교육제도는 건설사들로 하여금 일용근로자를 채용할 때 해당 근로자에 대해 고용노동부 등록교육기관에서 실시하는 교육(4시간)을 이수토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교육을 받은 근로자는 교육 이수증을 받게 되고, 이를 현장에 제시하면 신규 채용 시 교육이 면제된다. 또 한 번 교육을 받은 근로자는 타 현장에서 일을 하게 될 때도 관련 교육이 면제된다. 이를 위해 안전보건공단은 별도의 이력관리스템을 마련, 교육을 체계적으로 운영해 나갈 방침이다.

건설업 기초안전보건교육은 안전을 익힌 근로자만 건설현장에 진입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또한 그간 개별 현장 차원에서 실시해오던 안전보건교육을 건설업계 차원으로 확대한 점에서도 긍정적인 효과가 예상된다. 이런 장점에 힘입어 제도는 건설재해 감소의 획기적인 전환점을 만들어 줄 것이란 기대를 받고 있다.

하지만 본격적인 시행을 4개월여 앞둔 현 시점에서 기대와는 다른 이상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실질적인 제도의 도입 및 운영과 관련해 다양한 문제점들이 제기되면서 주요 교육기관과 건설업계 등이 난색을 표하고 있는 것이다. 제도의 원활한 도입·시행을 저해하는 원인들을 정리해봤다.

교육기관들 신청 머뭇거려

안전보건교육기관 등에 따르면 최근까지 건설업 기초안전보건교육기관으로 공식 지정·발표된 곳은 없다. 30일의 법정처리기간이 있다 보니 현재 진행 중인 곳도 있긴 하지만, 상당수 교육기관들이 접수를 두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는 것이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현재 고용부와 안전보건공단은 건설업 기초안전보건교육기관 선정 기준으로 ▲3인으로 구성된 강사팀(1인 책임자, 1인 건설안전기사, 1인 산업위생기사 등) 운영 ▲120m² 이상의 강의실 확보(기준 충족 시 현장 내 강의실 사용가능) ▲1회 교육 실시 인원 50명 등을 내세우고 있다.

이 중 교육기관의 접수를 머뭇거리게 만드는 가장 큰 요인은 감사팀 운영규정이다. 이를 자세히 짚어보면 건설업 기초안전보건교육기관은 책임자, 건설안전기사, 산업위생기사(실무경력 1년 이상) 각 1인이 포함된 강사팀을 구성해야 한다. 그리고 산업위생기사는 4시간의 교육시간 중 1시간 동안 건강관리강의를 필히 실시해야 한다.

이에 대해 교육기관들은 해당 규정이 업계의 현실을 무시한 처사라는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사업여건상 경력이 화려한 산업위생기사를 채용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경력이 많지 않은 산업위생기사를 구하게 될 텐데, 이 정도 경력의 산업위생기사가 건설환경을 감안하여 적절한 강의를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따라서 교육기관들은 기관 내 풍부한 경험을 갖춘 건설안전전문가들로 하여금 건강관리강의도 진행하게 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와 함께 교육기관들은 여타 교육과정과 비교해 건설업 기초안전보건교육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현재 산안법에 의거한 사업주 교육, 안전관리자 직무 교육 등의 강사선정기준에는 산업위생기사가 없다.

산업위생기사의 채용과 관련해 발생되는 문제는 또 있다. 산업위생기사가 강의를 꼭 해야되기 때문에 건설안전 전문가만 있는 기존 건설안전교육기관들의 경우는 다수의 현장에서 교육을 하기 위해서 여러 명의 산업위생기사를 채용해야만 한다. 이는 교육비용의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1회 교육인원 확대해야

규정은 1개 현장 당 하루 동안 교육이 가능한 최대인원을 50명으로 제한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교육기관들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입장을 내보이고 있다. 천억 공사 현장의 경우 한 개 공정에 투입되는 인원만 적게는 80명에서 많게는 100명에 달하는데, 이렇게 소규모로 교육을 할 시에는 공정의 진행에 막대한 피해를 끼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교육기관 관계자는 “한 번에 적은 인원을 교육시키게 되면 공정 내 근로자들이 수차례 왔다갔다를 반복하게 될 것이고, 이는 업무 흐름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말했다.

교육비 인상 불가피

건설업 기초안전보건교육은 본격적인 사업 시행에 앞서 지난 2009년에서 2011년까지 시범사업이 진행됐다. 당시 교육생 한 명당 교육비는 2만원 가량이었다.

때문에 건설업계는 향후 교육비도 이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교육기관들은 현재 예상 교육비를 4만원 선으로 책정해 놓은 상황이다. 참고로 정부는 건설업 기초안전보건교육의 교육비를 시장에 맡겼다.

이처럼 건설업계와 교육기관들간 큰 시각차가 생긴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시범사업 때는 산업위생기사 등의 채용기준이 없어 교육기관에서 기존 인력으로 강의를 진행했다. 또 교재 등 교육관련 비품을 공단에서 지원해줘 추가적인 비용의 지출이 없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상황이 달라졌다. 교육기관입장에서는 기준을 충족시키기 위해 산업위생기사를 새로 채용해야하고, 교재도 직접 개발·제작해야 한다. 또 카드타입의 교육이수증을 근로자에게 지급해야하기 때문에 관련 제작설비도 구입·설치해야 한다. 아울러 교육 신청 현장에 ‘120m²이상의 면적’을 갖춘 강의장이 없을 시에는 인근에 교육이 이뤄지는 동안 사용할 강의장을 임대해야 하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

건설업계에서는 이같은 교육기관들의 사정을 이해는 하지만 무조건 수용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산업안전보건관리비의 비율이 그대로인 상황에서 안전교육비의 지출이 과도하게 늘어나면 안전시설 등에 투자할 여력이 줄어든다는 것이 그 이유다.

때문에 건설업계와 교육기관들은 최소한 제도가 현장에서 자리를 잡을 때까지만이라도 정부의 재정적 지원이 필요하다는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중복교육 실시하는 현장 늘 것

건설업 기초 안전보건교육을 이수한 근로자는 현장에서 실시하는 신규채용 시 교육이 면제된다. 허나 건설업계와 교육기관 모두 이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기초안전보건교육을 통해 건설안전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 및 의식은 익힐 수 있지만 각 현장의 특성은 배우지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건설업계 및 교육기관 등은 정부에 4시간의 정규교육 과정 중에 현장 안전관리자에 의한 교육을 포함시켜 줄 것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정부는 과정에 넣을 수는 없고 추가적인 교육을 실시하는 방향으로 갈 것을 주문하고 있다.

D건설의 한 관계자는 “건설현장은 현장마다 가지고 있는 위험요소가 달라 현장 특성에 맞춘 안전교육이 필수”라며 “기초안전보건교육을 받았다해도 추가적인 교육이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4시간의 교육은 반나절이면 되지만 5시간의 교육은 오전오후 일정 모두를 쓰게 돼 시공사 입장에서는 큰 손해를 입게 될 것이 자명하다”고 덧붙였다.

또 모 안전관리컨설팅기관의 한 전문가는 “실효가 없어 보이는 산업위생기사에 의한 교육을 대신해 현장 안전관리자에 의한 교육을 추가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는 뜻을 밝혔다.

외국인 근로자 수급에 큰 구멍

현재 국내 건설현장에서는 암묵적으로 수만명에 달하는 불법체류 신분의 외국인 근로자들이 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젊은 층의 노동 기피현상, 건설 불황에 따른 임금 저하, 일부 건설업체의 무분별한 이윤추구 등이 빚어낸 현 건설현장의 이면이다.

하지만 이를 정부와 건설업계가 제때에 시정하지 못하면서 현재 건설현장의 인력구조에서 이들 외국인 근로자들은 매우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문제는 건설업 기초안전보건교육이 본격 시행되면 이들 근로자의 상당수가 현장에 진입을 하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건설현장 내 안전의식 제고라는 본래 교육목표의 달성을 어렵게 함은 물론 건설업계에 굉장한 어려움을 떠안기게 될 소지가 있다. 따라서 이에 대한 보완책 역시 서둘러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D건설사의 한 관계자는 “안 그래도 음지에서 유통되고 있는 외국인근로자의 수급문제가 향후 더욱 수면 아래로 내려가게 될 소지가 있다”면서 “이들을 안전보건의 사각지대로 내몰리지 않게 우선 안전보건공단이 직접 교육에 나섰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 문제의 경우 고용부도 인지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조만간 관련 대책이 나올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하루살이 일용직근로자는 어쩌나···

건설업계는 당일의 공정 상황으로 인해 급하게 인력사무소에서 불러다 쓰는 일용직근로자들에 대한 교육을 어떻게 진행해야 할지도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지속적으로 투입되는 인력이라면 교육에 큰 무리가 없겠지만 하루 쓸 인력을 대상으로 4시간의 기초안전보건교육을 시키는 것은 시간적, 경제적으로도 무리가 있다는 게 업계의 입장.

K기업의 한 관계자는 “건설업계의 경우 현장 규모를 떠나 수시로 일용직근로자를 불러다 쓰고 있다”면서 “당장 필요해서 쓰는 인력인데 4시간의 교육을 시킨 다음 현장에 투입하기에는 솔직히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G건설의 관계자 역시 “하루 쓰는 인력에게 반일을 교육시키라는 것은 업계에 과도한 부담을 지우는 것”이라면서 “이들의 경우는 정부에서 국비를 사용해 교육을 시켜줬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고용부의 한 관계자는 “직업소개소에서 일감을 못 받은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선 교육을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 중에 있지만 노동통제적인면이 부각돼 추진에 어려움이 있다”면서 “업계 차원에서 비용 분담 등의 협업을 통해 이들 근로자들에 대한 선제적인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본래 성과 얻기 위해선 정부 지원 필수

건설업계와 교육기관 등에 따르면 현재 건설현장에는 180만명에 달하는 일용직근로자가 종사하고 있다.

이들 중 약 14만 8천명 정도가 3년에 걸친 시범사업을 통해 건설업 기초안전보건교육을 받아 향후 시행되는 제도에서는 교육이 면제된다. 그럼 교육 대상자로 약 165만명 정도가 남는데, 이 중 80만명 정도가 천억이상 현장에 근무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교육기관 등은 제도의 체계적인 진행을 위해서는 최소한 올해 천억 이상 현장에 근무하는 근로자 20만명 정도에게 교육이 시행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이들 기관은 현재의 상황 하에서는 이같은 목표달성이 요원하다고 예측하고 있다.

교육기관선정기준 완화, 교육비 합리화, 외국인 근로자 등에 대한 대책 수립 등의 보완책이 시급히 마련되지 않는 이상 체계적인 사업추진은 어렵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한 산업안전보건전문가는 “제도의 도입뿐만 아니라 제도의 정착 역시 정부가 신경을 써야 할 부분”이라면서 “최소한 건설업 기초안전보건교육이 자생할 수 있는 기반을 세우기까지 정부가 정책, 재정적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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