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산업위생전문가 실무능력 향상 심포지엄 개최

화학물질 위험성 판단 위해 체계적인 단계 거쳐야

산업현장에서 널리 쓰이지만 조금만 주의를 소홀히해도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이 바로 화학물질이다.

환경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0년 기준으로 국내 화학물질의 유통량(제조+수입량)은 3,799만t에 달한다. 이는 지난 2001년 2,116만t에 비해서 80%나 증가한 것이다.

이처럼 화학물질의 유통량이 늘어나면서 처음 제조되거나 수입된 뒤 유해성 심사에서 유해화학물로 판정받은 사례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해마다 심사를 거쳐 새로 유독물로 분류된 물질은 2006년 10종, 2007년 14종, 2008년 6종, 2009년 10종, 2010년 21종 등으로 늘어나고 있다.

유해화학물질이 늘어나면서 이에 따른 안전사고도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작업장 내 유출, 운반차량 사고, 폭발 등으로 해마다 10~20건의 재해가 발생하고 있는 것.

이처럼 화학물질로 인해 근로자들의 안전과 건강에 대한 문제가 심각한 가운데 그 대처방안을 모색해 보는 자리가 마련됐다.

한국산업위생협회는 지난 21일 대전시 유성구 소재 호텔 아드리아에서 ‘2012 산업위생 전문가 실무능력 향상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기업체 안전보건업무 관계자, 보건관리 측정기관·단체의 산업위생전문가 등 300여명이 참석했다.

이번 심포지엄은 산업현장에서 안전보건업무를 맡고 있는 관계자들에게 실질적인 화학물질 관리 방법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날 주제별로 발표된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화학물질 위험성 판단 위한 기준 필요
‘예측→인지→평가→대책’ 순환과정 거쳐야

화학물질로 인한 안전사고가 발생하는 이유로 꼽히는 것 중에 하나가 관리가 까다롭다는 것이다. 조금의 환경적인 변화만 있어도 화학물질이 어떻게 반응할 지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노엔비 김강윤 대표는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다른 곳에 있다고 주장했다.

‘최근 화학물질 관련 직업성 질환의 발생양상과 대응’이라는 주제로 발표를 한 김 대표는 작업환경측정결과를 정확하게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에 안전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예를 들어 노출기준 1ppm인 ‘Z’라는 화학물질이 A사업장에서 0.9ppm 검출됐다면 ‘안전하다’고, 반대로 B사업장에서 1.1ppm 검출됐다면 ‘위험하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라며 “단순히 몇 번의 측정결과를 토대로 위험성을 평가하는데에는 한계가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체계적인 작업환경측정을 위해 ‘예측→인지→평가→대책’으로 순환되는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고 조언했다. 즉, 안전한 사업장을 위해 안전보건업무 관계자들은 ‘어떤 물질이 유해물질인지’, ‘그 물질이 정말 근로자에게 유해한지’, ‘유해하다면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산업발전에 따라 대거 등장하게 되는 새로운 화학물질의 경우 노출기준이 없어서 제대로 된 평가를 못할 때도 있다”라며 “이런 문제에도 위에서 제시한 순환과정은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MSDS 활용이 위험성 평가의 첫걸음

김 대표는 체계적인 작업환경측정을 위해 가장 먼저 MSDS를 활용해 위험요인을 ‘예측’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작업장에서 사용되는 화학물질에 대해 법적으로 노출관리가 필요한 물질이 무엇인지 점검해보고, 서로 반응하면서 위험성이 커지는 물질은 없는지 살펴보라는 것이 그 요지다.

다음으로 그는 ‘인지’의 방법에서는 전문가의 지식과 경험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유해화학물질을 보는 눈과 노출패턴을 이해하는 눈, 노출 결과를 평가·해석할 수 있는 눈을 키울 필요가 있다”라며 “공정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근로자의 원활한 소통을 이끌어내야 현장을 제대로 살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외에도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도 위험물질을 인지하는 방법 중 하나로 긴요하게 쓰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김 대표는 어떤 물질이 유해위험물인지 ‘평가’하는 방법에는 직접평가와 간접평가가 유용하다고 설명했다.

직접평가는 다시 작업환경 모니터링(air monitoring)과 생물학적 모니터링(biological monitoring)으로, 간접평가는 ‘불확실한 요인(uncertainty factor)이 큰 지’, ‘불확실한 요인(uncertainty factor)이 상대적으로 적은지’를 기준으로 평가할 것을 제시했다.

이를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작업환경 모니터링은 어떤 물질이 노출기준을 초과했는지에 대해 기계적인 판단을 하는 것을 말한다. 여기서 핵심은 모니터링 결과가 곧 평가로 이어져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단순 측정 결과를 그대로 신뢰하면 큰 오류를 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래서 이를 보충하기 위해 실제 노출에 근거한 피부노출도, 특이성 등을 평가하는 생물학적 모니터링 방법이 사용된다.

이와 같은 여러방법으로 위해성을 평가하면, 모니터링을 통해 반영되지 않은 노출을 예측할 수 있고, 이에 대한 적절한 대책수립(Exposure scenario)도 가능해진다. 또 노출기준이 설정되지 않은 물질에 대한 관리도 쉽게 할 수 있게 된다.

마지막으로 그는 ‘대책’수립 과정에서는 쉽고 빨리 해결할 수 있는 것부터 관리해 나갈 것을 주문했다. 개인보호구를 착용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 행정적인 부분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부분, 환기, 밀폐, 격리, 대체 등의 순으로 대책을 이행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시너, 급성독성물질 유해성 3종에 해당
안전한 작업환경 위해 노출농도 170ppm 이하로 관리해야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산업현장에서 많이 사용되는 화학물질 중 시너에 대한 유해·위험성을 살펴보는 자리도 마련됐다.

공단 산업안전보건연구원 김현영 박사는 ‘유기용제의 유해 위험성과 건강장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시너는 고농도에 장시간 노출될 경우에 신경 또는 생식기에 영향을 미치므로 안전한 작업환경을 위해서는 170ppm 이하가 검출되도록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에서 시너는 건축용, 차량용, 선박용, 공업용 등으로 사용되며, 매년 70만톤 가량이 유통되고 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위험성이 있고,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은 부족한 상황이다.

시너는 20여종의 유기용제가 혼합된 물질로, 일부 제품의 MSDS에서는 주성분을 탈취등유, S1, 크실렌, 톨루엔 등으로 표기하고 있다. 유해·위험성과 관련해서는 주성분인 크실렌, 톨루엔이 과다 노출될 경우 중추신경계 손상과 생식기능 장해 등을 일으킬 수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하지만 탄화수소류의 탈취등유 등이 포함된 시너 자체에 대한 유해·위험성 평가는 전무한 실정이다. 근로자들의 안전한 작업환경을 위해 적정 기준이 마련될 필요가 있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에 작업환경 관리 기준을 마련키 위해 김 박사는 OECD 화학상품 시험 가이드라인에 따라 동물실험인 급성흡입독성시험, 아만성흡입독성시험, 물질의 물리화학적특성을 검사했다.

시험 결과, 1,000ppm의 고농도 노출군에서는 신장과 간장에 악영향을 미치고, 정자 기형과 중추신경계 전달물질의 교란도 불러올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김현영 박사는 “이번 조사 결과를 토대로 보면, 시너는 고용부 고시 화학물질의 유해·위험성분류 기준에 따라 인화성 액체 3류(23~60℃)에 해당되고, 급성독성물질 유해성 3종에 포함된다”라며 “근로자의 안전한 작업환경을 위해서 시너의 노출 기준은 170ppm 이하로 관리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산업환경보건 수행기관, 사업 다각화 필요

한편 이번 심포지엄에선 산업환경보건 수행기관들의 현안과제를 짚어보고, 발전발향을 가늠해 보는 자리도 마련됐다.

이 자리에서 (주)미래산업환경연구소 박만철 박사는 ‘산업환경보건 수행기관의 사업다각화 발전방향 모색’이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박 박사는 이를 통해 현재 보건관리 수행기관의 문제점을 크게 4가지 정도로 꼽았다. 무분별한 사업영역 확대로 전문성이 저하됐고, 측정기간 간의 과열경쟁으로 가격경쟁력이 악화됐다는 것이다. 또한 고객의 요구 수준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고 있고, 정부와 기업간의 니즈 차이도 심각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박만철 박사는 이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산업보건 사업을 다각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박 박사는 “단순히 작업장의 산업환경보건 상황을 측정하는 것에서 벗어나 전문 컨설팅기관으로 변화할 필요가 있다”라며 “기업내 보건관리자 전문교육을 수행하는 등 분야별로 컨설팅 사업을 전개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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