是日招邀湯餠客 (시일초요탕병객)
喜顔相贈弄璋詩 (희안상증농장시)
三行娉醮堪辛苦 (삼행빙초감신고)
一夢熊羆亦幸奇 (일몽웅비역행기)
深願眞同蘇子語 (심원진동소자어)
晩生何異邵翁兒 (만생하이소옹아)
魯論聖訓垂千古 (노론성훈수천고)
名曰齊賢字曰思 (명왈제현자왈사)

득남을 기념하여 탕병객을 초청하니
모두들 기뻐하며 농장시를 지어주네
복잡한 혼인절차 그 신고를 감내하고
한 번 꿈에 사내아이 다행이고 기특하다
소동파의 말과 같길 간절히 바라노니
소강절의 만년 자식과 무엇이 다르리오
논어의 성인 말씀 천고에 전해지니
이름은 제현이요 자는 사로 지어보네

박남수(1758~1787)〈제현현호일유부(齊賢懸弧日有賦)〉《수우전집(修隅前集)》

윗글은 문인 박남수가 아들을 낳은 기념으로 지은 시다. 시 자체로도 우수하지만, 이 시는 그 시대의 풍속이 잘 담아낸 것으로 유명하다. 하나하나를 짚어보면 우선 탕병(湯餠)은 아이를 낳은 지 3일째 되는 날에 먹는 떡국을 말한다. 이 떡국을 먹는 자리가 탕병회이며, 이 자리에 초대 받은 손님을 탕병객이라고 한다.
농장시(弄璋詩)는 사내 아기의 탄생을 축하하는 시를 말한다. 여기서 농장이라는 것은 구슬을 가지고 논다는 말로, 《시경》의 ‘사내아이를 낳아서 침상 위에 재우고 치마를 입혀 구슬을 갖고 놀게 한다’는 문구에서 유래됐다. 웅비라는 말 역시 《시경》의 ‘꿈에 곰을 본 것은 남자를 낳을 상서’라는 구절에서 온 말이다. 빙초는 구혼과 초례를 말하고, 삼행(三行)은 혼례를 올린 뒤 신랑이 신부 집에 가는 것을 뜻한다.

소동파와 소강절을 인용한 것은 이들 모두 자식이 태어났을 때 시를 지었기 때문이다. 소동파는 시를 통해 자식에게 재앙이나 난관이 닥치지 않길 빌었고, 소강절은 부모가 된 기쁨과 자식에게 거는 기대를 시에 담았다.

결국 이 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시경》은 물론이고 소동파와 소강절의 시도 알아야만 한다. 또 탕병회(湯餠會) 등 당시 풍속에 대한 지식도 있어야 한다. 사실상 이 시 한편으로 옛 문화를 꽤 많이 엿볼 수 있는 것이다.

현 시대의 우리에게 이러한 옛 풍습은 낯설기만 하다. 그러나 한 가지 익숙한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자식을 향한 부모의 애틋한 마음이다. 예나지금이나 부모에게 자식은 한없는 기쁨이고 축복이다. 때문에 부모는 자식이 잘되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이 시가 독자들에게 무한한 부모님의 사랑을 다시 한 번 깨닫는 계기가 됐길 바란다.

자료제공 : 한국고전번역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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