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안전경영과학회는 ‘한국 산업안전관리자의 실태조사와 비교’라는 제목의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우리나라 안전관리자 중 상당수가 매우 낮은 직무만족도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는 겸임업무 수행, 낮은 보수 등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됐다.

또 안전관리가 적성에 맞아 직업을 선택한 안전관리자의 수도 소수에 불과했다. 이 역시 안전관리자의 직무만족도가 낮은 주요 이유 중 하나였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연령이 높아질수록 직무만족, 직업적 긍지, 자율성 등이 호전되는 양상을 보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안전경영과학회측은 근무기간이 늘어남에 따른 자연스런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즉 마지못해 현실과 타협한 결과일 뿐이라는 것이다.

이 연구 결과는 산업안전분야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 사업장의 안전활동을 이끄는 안전관리자에게 업무에 대한 열정이 없다는 것은 그 사업장의 안전관리에 큰 구멍이 생겼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는 곧 안전사고의 발생과도 직결된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산업안전분야 업무종사자들의 전문성을 인정해주고, 그들의 위상과 지위를 강화시켜줘야만 한다. 이를 통해 자긍심과 직무만족도가 높아지면, 이것이 곧 동기요인이 되어 안전관리자들은 ‘산업재해예방의 해결자’ 역할을 톡톡히 하게 될 것이다.

그럼 어떻게 직무만족도를 높일 것인가. 그에 대한 해답은 프레더릭 허즈버그(Frederick Herzberg)의 논문인 ‘종업원에 대한 동기부여 방법(1968년 하바드 비즈니스 리뷰 게재)’에서 찾아볼 수 있다. 논문에서 허즈버그는 인정, 자유재량권, 책임 등 적절한 동기부여 요소들을 직원들에게 부여해야 직무만족이 이루어 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국내 산업안전관리자들에게도 통용될 수 있는 주장이다. 현재의 우리 산업현장에선 생산과 기업의 이익창출이 우선되면서 산업안전인들의 대우나 처지, 위상은 뒷전으로 밀려나 있다. 이런 상황 속에 산업안전인들에게 안전은 덤이나 다를 바 없는 부가적인 업무일 뿐이다. 이처럼 산업안전관리자들의 위상이 사회적으로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는데 어찌 안전선진국으로 올라설 수 있을까. 이는 어불성설이다.

획기적인 산재감소를 이뤄내기 위해선 이런 상황부터 개선해야 한다. 인간존중을 기본이념으로 직무를 수행하는 산업안전관리자들의 자긍심을 일깨워 주는 한편 그들 직무의 고귀함을 사회 모든 구성원들에게 널리 알려야 한다.

여기에는 다양한 방안이 있겠으나, 그중 가장 시급한 것은 ‘제대로 된 경력관리의 실시’라고 할 수 있다. 해당 업무에 몸담은 이력을 관리하는 것이야 말로 위상 정립의 첫 단계이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에선 전기, 건설, 소방, 소프트웨어기술자까지 모든 분야에서 경력관리가 실시되고 있다. 그러나 국내 산업안전관리분야 경력관리는 아무런 법적 뒷받침이 없어 제대로 실현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하루 빨리 산업현장의 획기적인 재해감소를 위해 산업안전관리자의 경력 인정 및 위상 정립을 위한 법령개정이 시급히 이뤄져야 할 때다.

산업재해 예방노력의 실효성은 안전관리체제에 있으며, 안전관리체제의 핵심은 안전전문가의 역할에 달려있다. 안전관리자들이 체계적인 관리 하에서 마음껏 그들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이제는 정부가 나서서 뒷받침을 해줘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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