速雖快於一時 而未嘗不貽悔於其終 (속수쾌어일시 이미상불이회어기종)
급히 처리하는 것은 비록 한때 그 마음이야 통쾌하겠지만, 끝에 가서는 후회를 남기지 않을 때가 없다.

遲雖不快意 而率皆有成而不敗 (지수불쾌의 이솔개유성이불패)
느린 것은 비록 마음이 통쾌하지는 않지만, 대부분 실패하지 않고 성공을 거두게 된다.

성현(成俔 1439∼1504) <아언(雅言) >《부휴자담론(浮休子談論)》

한때 TV 광고에 ‘성질 급한 한국사람’이라는 문구가 나온 적이 있다.

처음엔 한국 사람의 급한 성질을 비판하는 말인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알고 보니 ‘성질 급한 한국사람’의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 결과 ‘정보통신 기술이 눈부시게 발전해 오늘날 이르렀다’는 은근한 자부심과 자랑스러움을 담은 표현이었다. 광고 문구만 보고 ‘성질 급한 한국사람’처럼 ‘성급히’ 판단했던 것이다.

우리나라는 선진국들이 수세기에 걸쳐 이룩해 놓은 경제 발전을 수십여년 만에 달성했다. 게다가 일제의 핍박, 전쟁의 참화 같은 엄청난 시련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더 힘차게 비상하고 일어섰다. 실로 자부심을 가질 만도 하다.

이렇게 되기까지 우리 민족의 남다른 열정과 근면, 그리고 특유의 ‘빨리빨리’ 정신이 그 발전의 토대가 되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빨리빨리’가 언제나 좋은 결과만을 가져오지는 않는 것 같다. 최근의 예에서 보듯, 확인되지도 않은 사실을 가지고 벌이는 마녀사냥식 인터넷 여론몰이의 폐해는 바로 그 ‘성급함’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빨리빨리’ 때문에 파생된 부실과 편법, 분노와 극단적인 선택, 안전불감증과 이에 따르는 수많은 사건 사고 등은 이미 우리에게 심각한 경종을 울리고 있다.

이에 ‘빨리빨리’ 못지않게 ‘느릿느릿’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느릿느릿’은 곧 ‘신중함’과 ‘꼼꼼함’의 다른 표현일 터이니, 앞뒤를 살피고 주변 정황도 돌아보면서 천천히, 신중하게 나아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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