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이 예사롭지 않다. 봄을 알리는 입춘(立春)과 만물이 동면에서 깨어나는 경칩(驚蟄)이 지나고나니 어느새 봄기운이 완연하다. 간간히 꽃샘추위가 맹위를 떨치긴 하나 이미 세상 깊숙이 스며든 봄볕의 기운에 그 위세가 갈수록 작아지고 있다.

봄날의 따스함은 자연에는 싱그러움을, 사람 세상에는 희망을 전해준다. 대지는 초록의 새싹과 화사한 꽃으로 가득차고, 사람들의 마음은 새로운 각오와 용기로 채워진다. 때문에 세상 만물은 봄을 기다리고 반긴다. 헌데 이 반가운 손님인 봄을 걱정스런 시선으로 봐야할 직종이 하나 있다. 바로 안전인들이다.

안전인들에게 봄은 계절적 의미 보다 해빙기라는 의미로 더 다가온다. 해빙기는 말 그대로 ‘얼음이 녹아 풀리는 때’로 3월~4월 사이의 기간을 의미한다. 이 기간에는 겨울철 얼었던 지반이 녹으면서 도로나 건물 등의 균열 및 붕괴사고가 다발한다. 또 화창한 날씨로 인해 등산객 등 레저인구가 늘면서 낙석사고나 전도사고 등도 많이 발생한다. 이외에도 대설, 산불, 황사 등 자연재해의 위험성도 큰 편이다.

실제로 소방방재청 통계를 보면 최근 10년(2001~2010년)간 3월에 총 6회의 대설로 7,265억원의 재산피해가 있었다. 산불은 최근 3년(2008~2010년)간 1,241건이 발생했는데 2월 132건(10.6%), 3월 226건(18.2%), 4월 336건(27.1%) 등 봄철에 집중됐다.

지반침하, 흙막이벽 붕괴, 절개지 유실, 구조물 붕괴 등의 해빙기 안전사고는 최근 3년(2008~2010년)간 2~3월 중 36건이 발생했으며, 이로 인해 7명이 사망하고 11명이 부상했다.

이처럼 해빙기에는 각종 사고 및 재해의 위험성이 상당하다. 특히 전문가들에 따르면 지난 겨울의 경우 영하 10℃ 이하의 강추위가 장기간 지속된 날이 많아 올해 해빙기는 여느 해 보다 지반이 약화됐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지반침하, 산사태 등 안전사고가 발생할 우려가 더욱 높아진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들 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사전 안전점검의 중요성은 올해 매우 클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상황을 반영, 정부는 봄을 앞두고 점검 및 감독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대표적으로 고용노동부는 최근 전국 건설현장 700여곳을 대상으로 ‘해빙기 건설현장 감독’을 실시하고 있다. 감독대상은 지반과 토사붕괴위험이 높은 터파기공사장과 교량공사, 터널공사, 타워크레인 사용현장, 굴착공사현장 등이다. 특히 고용부는 점검에서 산업안전보건법 주요 위반사항을 적발할 경우 시정기회를 주지 않고 즉시 사법처리할 방침이다.

국토해양부도 비탈면, 흙막이 등 취약시설의 위험요인을 사전 제거키 위해 도로, 철도, 항만, 건축물 등 전국 주요건설현장(865개)에 대해 이달 말까지 안점점검을 실시한다. 국토부는 이번 점검에서 부실시공 및 안전관리 소홀이 적발될 경우 관련 시공 및 감리회사, 현장관계자 등에 대하여 업무정지, 부실벌점 등 엄중한 조치에 나설 방침이다. 실로 정부의 해빙기 안전사고예방을 위한 강한 의지가 읽혀지는 대목이다.

하지만 정부가 이렇게 적극적이고 강력한 활동을 펼친다 한들 모든 재해를 완벽히 예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정부의 행정력에도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즉 재해예방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국내 모든 안전인들은 물론 일반 국민들의 노력이 더해져야 하는 것이다.

이런 점을 명심하여 산업현장의 안전관계자와 국민들은 주변의 위험지역을 꼼꼼히 확인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아울러 각종 안전사고로부터 자신의 소중한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확고한 안전의식을 가지는 한편 예방안전수칙 등도 철저히 준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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