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안전환경연구원은 지난 9일 서울 중구에 위치한 신라호텔에서 조찬간담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고용노동부 이채필 장관은 ‘2012년 산재예방정책 추진방향’을 발표했다.

고용부는 이미 몇 차례에 걸쳐 올해 펼칠 산재예방정책을 공표한 바 있다. 하지만 고용부 장관이 직접 나서 새해 정책을 정리, 발표한 것은 올 들어 이번이 처음이다. 장관이 밝히는 정책방향은 기존 고용부 관계자들의 발표와는 차원이 다른 무게감을 지니고 있다.

발표하는 정책 하나하나가 장관의 강한 의지를 담아 추진됨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또 장관의 말 한 마디가 향후 고용부의 산재예방정책기조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를 가늠케 하는 척도가 된다는 점에서 그 중요성이 남다르다.

이런 점을 인식, 이 장관은 발표에서 단순히 추진사항을 열거하지 않고 각 정책이 추진되는 배경과 목적까지 상세히 설명했다. 즉 정책의 큰 틀을 제시한 것이다. 다음은 이날 이 장관이 발표한 주요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산재취약부분에 대한 관리 강화

이 장관에 따르면 올해 고용부가 중점을 두고 펼칠 산재예방정책은 크게 6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그 중 첫 번째는 산재취약부분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는 것이다.

먼저 고용부는 취약 사업장에 대한 지원을 확대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50인 미만 신규 사업장 중 설립 1년 이내의 사업장을 대상으로 안전보건관리 수준 진단, 안전성평가 컨설팅 등을 지원해 줄 방침이다.

올해의 경우 6000개소가 목표다.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의 경우는 업종별로 재해가 다발하는 고위험군을 선정, 맞춤형 재해예방 서비스를 실시할 예정이다. 특히 이때 재해발생 사업장에 대해서는 재해발생 1달 이내 원인분석 등을 실시, 재발방지 대책을 적극적으로 제시해줄 계획이다.

또 고용부는 취약계층 근로자에 대한 지원도 늘릴 방침이다. 대표적으로 재해가 다발하는 업종의 외국인 및 고령 근로자에 대해서는 맞춤형 안전보건 자료를 공급해주는 한편 집중적으로 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다. 아울러 고용부는 안전보건관리자의 역할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도 적극 모색해 나갈 방침이다.

이 장관은 “현재 대다수 사업주가 안전보건관리자를 선임만 하면 산업안전보건책임을 다한 것으로 생각하는데 이는 매우 잘못된 것”이라며 “안전보건관리자가 사업장에서 관리자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줬는지 여부를 향후 점검 및 감독에서 철저히 살펴보겠다”고 덧붙였다.

중대사고 고위험 사업장 중점관리

고용부는 건설업, 조선업, 화학업 등 중대사고 위험업종에 대한 대응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우선 건설업은 대형현장의 경우 자율성을 높여나가되, 사고 발생 시 철퇴를 가할 방침이다. 중·소현장에 대해서는 지도·감독이 대폭 강화된다. 특히 보호구 착용에 대한 지도 수위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 장관은 “보호구야 말로 안전의 시작인데, 현재 현장에서 보호구를 너무 쉽게 주다보니 근로자들이 보호구에 대한 애착이 별로 없다”라며 “향후 각 현장에서 근로자의 두상에 맞는 안전모를 지급해주거나 각종 보호구에 근로자의 이름을 새겨주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조선업의 경우는 2013년까지 추진 예정에 있는 ‘조선업 안전보건 이행평가제 시범운영’에 만전을 기하는 가운데 가설기자재에 대한 관리가 강화된다. 아울러 현행 가설 기자재 설치기준이 조선업 특성에 맞지 않는다는 점을 반영, 이 부분에 대한 개선이 이루어진다.

이 장관은 “조선업에서 재해가 다발하다보니 규제를 강화하자는 내부의견이 거세다”면서 “일단 이행평가제를 운영해보고 그래도 안 되면 강력한 제재를 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조선업종에 보내는 마지막 경고인 셈이다.

또 이 장관은 “가설기자재 설치 기준에 대한 개선이 이루어진 후에도 규격품을 쓰지 않는 현장이 있을 경우를 대비해 단속에 나설 준비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화학업의 경우는 중대산업사고예방센터를 통한 관리에 중점을 두기로 했다. 이를 위해 고용부는 오는 4월 중으로 대구·경북지역에 센터를 신설하는 한편 전반적으로 조직을 재정비해 사고대응능력을 제고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효과가 나지 않을 경우 특별감독을 강화한다는 대책도 세워두고 있다.

공생협력 안전보건 활성화

고용부는 종소기업의 안전보건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는 대기업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대기업-협력업체간, 모기업-하도급 기업간 안전보건 공생협력 프로그램의 시행을 적극 독려해 나갈 방침이다.

공생협력 프로그램은 대기업이 사내 하청 등 협력업체에 안전보건관련 기술지도, 교육 등을 지원해주는 제도다.

또 고용부는 발주자에 대한 안전보건 책임도 강화할 계획이다. 사내 협력업체의 경우 원도급업체가 산재예방조치를 하게한다는 것이 그 요지. 이에 따라 고용부는 사내 협력업체에 대한 도급업체의 산재예방조치 대상 업종을 기존 건설·제조업에서 전 업종으로 확대하고, 사내 협력 업체 재해를 포함한 원·하청 통합 재해율을 산출·관리할 방침이다. 재해율 산출관리 대상은 조선업, 철강업, 자동차업 등 사내하도급 비중이 높은 대규모 사업장이다.

 


재해유발 요인에 대한 근원적 안전 확보

고용부는 산업현장의 근원적인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재해유발요인에 대한 관리체계도 강화할 계획이다. 그 시발점은 유해화학물질관리다. 유해화학물질에 대한 의무적인 정보제공자의 범위를 확대시킨다는 것이 고용부의 방침.

대표적으로 MSDS의 경우 현재 사용자와 제조자에게만 의무가 부과되고 있는데, 앞으로 고용부는 수입자에게도 경고표시 등의 의무를 부과할 방침이다.

또 고용부는 위험기계·기구류에 대한 관리 수준도 한 단계 높일 계획이다. 현재 용해로, 화학·건조설비, 국소배기장치 등이 유해위험방지계획서 제출 대상으로 지정돼 있는데, 여기에 프레스, 전단기, 크레인, 리프트, 압력용기, 고소작업대 등이 추가된다.

유해화학물질 취급 사업장에 대해서는 자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정책이 추진된다. 고노출 위험 사업장이 위험성 평가를 스스로 하게끔 매뉴얼 등을 보급해 나간다는 것이 그 요지. 특히 최근 반도체 근로자의 건강문제가 이슈화되고 있는 점을 감안해 고용부는 이들 사업장의 특성에 맞춘 건강관리 가이드라인을 개발, 보급할 방침이다. 이외 고용부는 건강진단제도를 실효성 있는 쪽으로 개선하고, 역학조사기관을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이 장관은 “건강진단제도는 건강진단 자체에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그 결과를 가지고 사후 조치를 하게 하는 것이 목적”이라면서 “이러한 사후관리조치가 잘 이행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또 그는 “현재 역학조사를 안전보건공단연구원만 하고 있는데, 하나의 기관에서 실시도 하고 평가도 하다 보니 투명성이 약하다”면서 “직업환경의학 외래, 작업환경측정 등을 하고 있는 의료기관을 선정, 역학조사에 참여하게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 장관은 이처럼 민간전문기관의 참여로 역학조사 기관이 확대되면 역학조사의 전문성이 향상되는 동시에 국민들의 신뢰도도 높아질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장시간 근로개선으로 산재감소 기대

고용부는 장시간 근로가 산재발생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근로자들의 건강에도 악영향을 끼친다고 판단, 이에 대한 개선에도 적극 나설 방침이다.

이에 따라 고용부는 주요 업종의 원청, 1차 협력업체 등을 대상으로 심야근무를 줄이고 교대제 개편에 나설 것을 지도해나가기로 했다. 이를 위해 고용부는 교대제전환지원금 부여, 직원훈련 지원, 신규채용 지원 등의 인센티브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또 고용부는 사업주의 건강진단 결과에 따른 사후관리 조치사항으로 ‘야간근로의 제한’을 추가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한편 특수건강진단 대상에 야간 근무자를 포함하는 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이밖에 고용부는 법정 근로시간 기준의 틈새를 악용하는 사례를 막기 위해 휴일근로를 연장 근로에 포함시킬 계획이다. 휴일근무가 연장근무에 포함되면 주말 특근이 줄어든다. 현재는 근로기준법상 규정된 주 40시간을 초과해 최대 12시간까지만 연장근로를 할 수 있지만, 휴일근무는 포함되지 않아 장시간 근로의 원인이 돼 왔다.

이 장관은 “근로시간이 1% 감소 시 산재 발생율이 전산업은 3.7%, 제조업은 5% 감소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면서 “적정한 근로와 휴식을 통해 근로자의 건강권을 확보하고 산업재해를 감소시켜나가겠다”고 밝혔다.

자율적 재해예방활동 유도

고용부는 책임에 기반한 자율적인 재해예방활동이 산업현장에 뿌리 내리도록 하는 데에도 역점을 두기로 했다. 그 첫 단계로 고용부는 위험성 평가 시범사업의 활성화에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고용부는 안전보건공단의 도움없이 사업장 스스로가 위험성 평가를 할 수 있는 매뉴얼, 사례집 등을 개발·보급해나가기로 했다.

또 고용부는 제조·서비스 분야 50인 미만 영세소규모 사업장의 직반장을 안전보건지킴이로 양성, 사업장의 자체적인 안전보건관리역량을 제고시킬 계획이다. 올해의 경우 3만명이 목표다.

이와 함께 고용부는 청년 구직자를 대상으로 안전보건 서포터즈를 운영하는 방안도 검토 중에 있다. 안전보건 관련학과에 재학 중인 학생들로 하여금 사업장에 가서 안전보건환경을 모니터링하게 한 후 그 결과를 고용부나 공단에 보고토록 하는 게 그 내용. 고용부는 이 제도가 활성화되면 사업장의 안전보건감시체계가 강화되는 동시에 청년들은 업무경험을 쌓을 수 있고, 사업장은 우수 직원을 선발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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