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복지공단 광주지역본부는 지난해 12월17일 뇌출혈로 쓰러져 의식불명된 K자동차 광주공장 현장실습생 김모군에 대해 최근 산재를 승인했다. 전남 Y실업고 3학년이던 김군은 지난해 8월말경부터 K자동차 광주공장에서 스프레이 도장작업, 재연마 작업 등을 했다.

이러한 작업을 김군은 정규근무, 연장근무 등을 포함, 매주 50~60시간씩 했다. 그렇게 석달이 지나자 김군은 쓰러졌다. 무엇이 피가 펄펄 끓는 18살의 젊은 청년을 실습 세달여 만에 뇌출혈로 이끈 것일까. 그 주범은 바로 최대 61시간에 달했던 ‘장시간 근로’다.

공단 광주지역본부는 정규근무 시간 외의 지속적인 연장근무 등이 뇌심혈관계의 기능에 뚜렷한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번 김군의 사례 외에도 장시간 근로의 위해성을 뒷받침하는 자료는 많이 있다. 대표적으로 2008년 연세대 예방의학교실은 1일 11시간 이상 근무 시 심근경색 발생 위험이 약 3배 증가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또 2005년 가톨릭대 의과대학은 근로시간이 1시간 증가 시 피로도 점수는 1점 만점에 0.01(1%)점이 증가하고, 직무스트레스는 0.06점(6%)이 늘어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이처럼 장시간 근로의 위험성은 수년 전부터 거론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간 국내 산업현장은 개선을 위한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 주요 대기업들조차 법의 허점을 이용해 장시간 근로를 유지해왔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주 40시간을 초과해 최대 12시간까지만 연장근로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휴일근무를 연장근로의 개념에 명확히 포함시키지 않았다. 이 틈새를 상당수 기업들이 악용, 장시간 근로를 실행해 왔던 것이다.

장시간 근로는 단순히 근로자들의 건강 문제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다. 만연한 장시간 근로로 인해 수많은 근로자들의 건강이 악화된다는 것은 곧 산재의 발생이 증가됨을 의미한다.

이런 점을 반영, 최근 고용노동부는 대대적인 장시간 근로 개선 활동에 들어갔다. 장관이 직접 산업현장을 돌면서 근로현황을 살펴보는 것은 물론 주요 대기업 및 완성차 업체로 하여금 교대제 개편에 나서줄 것을 강력히 촉구하고 있다.

또 고용부는 사업주의 건강진단 결과에 따른 사후관리 조치사항으로 ‘야간근로의 제한’을 추가하는 방안과 특수건강진단 대상에 야간 근무자를 포함하는 방안을 추진 중에 있다.

아울러 고용부는 법정 근로시간 기준의 틈새를 악용하는 사례를 막기 위해 휴일근로를 연장 근로에 포함시키는 한편 교대제 개편 등에 나서는 사업장을 독려키 위해 교대제전환지원금 부여, 신규채용 지원 등의 인센티브 방안도 마련할 예정이다.

여기서 문제는 고용부가 이런 적극적인 활동에 나선다한들 장시간 근로가 대폭 줄어들지는 미지수라는 것이다. 아직도 많은 기업들이 생산성과 경제성을 이유로 근로시간의 개선을 꺼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기업들의 판단은 매우 잘못된 인식에 근거한다. 다수의 노동전문가 등에 따르면 노동시간의 단축은 근로자의 건강이 증진되는 것은 물론 일의 집중력을 높여 생산성의 향상에도 기여를 한다. 더불어 소수의 근로자에게 집중된 노동을 분산시킴으로써 일자리 창출의 효과도 가져올 수 있다.

이런 장점을 명심하여 이제는 산업현장이 자발적으로 장시간 근로의 개선에 나서야 한다. 정부의 의지에 산업현장의 참여가 더해진다면 ‘경제회생’과 ‘산재감소’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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