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빙기 안전관리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안전관리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하는 시기임에도 폭발·화재 등 중대재해가 빈발하고 있는데다 주요 정부부처의 현장 점검에서 수많은 위법사항이 적발되고 있는 것.

주요 사례를 살펴보면, 지난 14일 오전 울산 동구 방어동의 KCC 울산공장에서 큰불이 났다. 폐기물을 보관하던 콘크리트 창고에서 발생한 이 불은 인접한 다른 폐기물 보관창고에까지 번졌으며, 긴급 출동한 소방당국에 의해 2시간여 만에 꺼졌다.

이 사고의 다음 날인 15일에는 충남보령화력발전소 1·2호기 건물 지하 1층의 전기실에서 화재 사고가 발생했다. 특히 이곳은 27일 보일러 공사가 진행되던 중 작업안전대가 무너지는 사고도 발생했다. 이 사고로 근로자 1명이 숨지고, 12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또 16일에는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현천동 난지물재생센터에서 발전기 교체 작업 중 가스가 폭발하면서 근로자 1명이 숨지고 5명이 다치는 사고가 났다.

뿐만 아니다. 22일 오전에는 진천군 덕산면에 있는 한 화학물질 정제 공장에서 불이 나 직원 2명이 안면에 2도 화상을 입었다. 실로 대·중·소사업장 가릴 것 없이 하루가 멀다하고 사고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최근들어 산업현장에서 사고가 빈발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주요 부처의 점검 및 감독 결과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고용노동부가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6일까지 건설현장 53곳에 대해 산업안전보건법 준수여부를 감독한 결과다. 이에 따르면 현장 51곳(96.2%)에서 177건(현장당 평균 3.47건)에 이르는 위반사항이 적발됐다.

법 위반 내용을 보면 추락·붕괴방지를 위한 안전난간 미설치, 경사지 보호조치 등을 하지 않은 경우가 46건(26%), 위험작업에 대한 특별안전보건교육 미실시 등 교육 위반이 38건(21.5%)으로 나타났다. 이들 위반 사항들은 안전관리에 있어 기본적인 사항이다. 해빙기에 이 정도의 실태를 보인 점으로 볼 때 사실상 여전히 산업현장에 안전불감증이 만연해 있다고 할 수 있다.

해빙기에는 날씨가 풀림에 따라 겨울철 얼었던 지반이 녹으면서 도로나 건물 등의 균열 및 붕괴사고의 가능성이 크다. 또 아침, 저녁으로 쌀쌀한 날씨가 계속되다보니 간이 난방시설의 사용이 많아 화재의 위험성도 큰 편이다.

아울러 따듯해진 날씨를 맞아 겨우내 하지 못했던 장비점검이 대대적으로 이뤄지다보니 예기치 못했던 사고가 발생할 우려도 크다. 이런 점들 때문에 해빙기에는 안전관리에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헌데 이런 중요한 시기에 오히려 각종 안전사고가 빈발하고 있는 것이다. 실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우리 산업현장은 오랜 정체를 벗어나 재작년과 지난해 연속으로 큰 폭의 산재감소를 이뤄냈다. 우수한 성과지만 주요 선진국과 대비해 여전히 갈 길이 먼 성적표다. 즉 지금은 성과에 만족할 시기가 아니라 더욱 안전문화 확산에 박차를 가해야 할 때인 것이다.

올해 우리나라에선 여수세계박람회 등 대형 국제행사가 많이 열린다. 세계의 시선이 주목되는 이때 안전에서 문제가 생긴다면 국격의 실추는 물론 나아가 산업경쟁력의 저하라는 좋지 않은 영향이 나타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최근 발생한 일련의 재해를 우리 산업현장은 안전 불감증에 대한 통렬한 반성과 안전 시스템 전반을 꼼꼼히 재점검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아울러 각 현장의 구성원 모두는 만에 하나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단계별 대응 매뉴얼을 철저히 숙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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