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환 청장 “현장 중심의 재난 대응정책 필요”

기상이변 등 재난환경 변화에 선제적 대응

우리나라 소방방재정책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향후 추진방향을 한 번에 엿볼 수 있는 자리가 마련돼 큰 주목을 받았다.

소방방재청 이기환 청장은 최근 한국안전전문기관협의회가 주최한 국제세미나에서 그동안의 성과와 앞으로 펼쳐나갈 정책의 밑그림을 공개했다. 다음은 이날 이기환 청장이 발표한 주요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소방방재청 개청, 어떤 변화를 불러왔나?

2004년 6월 1일 소방방재청이 개청했다. 역사적인 국가재난관리 총괄기관의 탄생이었다. 방재청의 등장은 우리나라 소방방재 및 재난관리방향에 다양한 변화를 주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재난관리 패러다임의 전환’을 불러왔다는 것이다.

개청 전 우리나라 재난관리는 ‘사후관리’, ‘상황대응위주’, ‘정부중심체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즉 재난의 발생에 따른 사후처리 중심으로 소방방재정책이 운영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재난관리는 그저 정부와 지자체만의 일이라는 사회적 인식도 상당했다.

방재청은 이런 체계와 인식을 탈피하는데 역량을 집중했다. 먼저 재난관리정책의 무게 중심을 사전관리에 두고 예방투자 등을 확대해 나갔다. 또 원천적으로 사고발생에 따른 인명·재산피해를 저감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기 시작했으며, 재난관리는 국가만의 일이 아니라 국민 모두가 참여해야 하는 주제임을 널리 알렸다.

아울러 방재청은 재난관리의 법·제도적 기반이 미약함을 인식해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 자연재해대책법, 소하천 정비법 등을 마련, 재해예방사업의 추진 기반을 다졌다.

이런 노력이 불러온 결과는 상당히 고무적이었다. 2003년에서 2007년 까지 1,869명에 달했던 인명피해가 2008년에서 2011년의 경우 평균 1,462명으로 크게 줄었다.

급변하는 재난 유형

이기환 청장은 급격한 환경변화에 따라 재난의 특성 역시 급변하고 있는 점에 대해서도 상세히 설명을 했다. 이런 상황 변화를 인식하고 있어야 적절한 대응이 가능하다는 것이 그 이유.

이 청장은 크게 3가지의 환경변화요인을 지목했다. 먼저 첫 번째는 우리나라가 이미 기후변화 위험국에 들어섰다는 것이다. 이 청장에 따르면 최근 대규모 태풍, 집중호우, 낙뢰, 강풍, 폭설, 이상파랑 등 기상이변이 예측 불가능할 정도로 속출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로 인한 피해도 점점 커지고 있음은 물론이다. 일례로 태풍피해액이 90년대 2조2천억에서 2000년대 9조9천억으로 약 3.2배가 늘었다.

두 번째는 도시화·인구과밀화로 인해 재난취약요소가 증가했다는 점이다. 도시가 늘고 도시에 인구가 집중되면 자연스럽게 초고층건축물과 지하연계 복합건축물도 동반 증가한다. 이들 건축물은 재난발생 시 큰 인명피해를 유발할 우려가 있고, 사전사후재난관리에도 상당한 어려움이 뒤따른다.

특히 최근 건축물이 증가로 배수 및 투수면적 축소되고 있는데, 이는 결국 집중호우 시 도시가 물에 잠기는 결과를 초래한다.

세 번째는 인구 고령화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인구의 고령화는 경제·사회적으로도 문제지만 재난관리에 있어서도 문제를 야기한다. 노년층의 경우 재난상황 시 재난정보의 인지가 어려운데다 신속한 대피도 곤란하기 때문이다.

이 청장은 “주택화재로 인한 인명피해의 24%가 노인들”이라면서 “앞으로 점점 더 고령층이 늘어나는 점을 감안, 이들 계층에 맞춘 재난대응책을 마련키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난에 강한 나라 만들기

이 장관에 따르면 상기와 같은 상황을 감안해 소방방재청은 다음과 같이 크게 4가지 비전을 두고 재난관리정책을 펼쳐나갈 계획에 있다.

국민과 함께하는 생활안전의 실천

서민 안전 서비스 강화 = 방재청은 재난취약계층에 대한 보호·지원방안을 대대적으로 확충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방재청은 특별재난지역 재해자에게만 주어지던 전기·통신요금 감면 혜택을 일반재난지역의 재해자도 받을 수 있게 할 계획이다.

또 방재청은 재난상황 발생 시 정부나 지자체가 운영하는 교육·훈련용 연수시설을 이재민 임시주거시설로 활용할 예정이다. 기존에는 주로 초·중·고등학교의 시설이 임시 주거시설로 쓰였는데, 이들 시설의 경우 생활형 건물이 아니다보니 이재민들이 불편함을 감수해야 했다.

아울러 방재청은 재난경험자들이 육체적 고통은 물론 정신적 고통에도 시달리는 점을 감안,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심리안정지원 서비스도 확대·실시해 나가기로 했다.

이밖에 방재청은 저소득·소외계층 등 재난취약계층의 안전한 삶을 지원키 위해 이들을 대상으로 안전교육, 안전점검 등의 맞춤형 안전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안전문화확산 = 방재청은 국가 재난관리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는 국민들의 안전의식 향상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보고, 이를 위한 사업에도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다.

먼저 방재청은 재난안전 전문인력의 체계적인 양성을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해 나가는 가운데 대국민 재난안전교육 체계를 지속적으로 정비해 나갈 방침이다. 그 첫 단계로 방재청은 올해 1,670억원의 예산을 들여 충남 공주에 소방방재교육연구단지의 건립을 추진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방재청은 권역별로 국민안전체험관도 지속적으로 확대 건립할 계획이다.

또 방재청은 응급구조 능력을 갖춘 인력이 부족하다고 판단, 심폐소생술(CPR) 확산운동도 대대적으로 전개해 나가기로 했다. 이를 위해 방재청은 전국 각 소방서마다 국민심폐소생술 교육센터를 설치하고, 이를 통해 2022년까지 10~70세 국민의 50% 이상에게 심폐소생술을 습득시킬 계획이다.

이 청장은 “연간 심정지로 생명을 잃는 사람이 2만명에 달함에도 심폐소생술을 할 줄 아는 사람은 전 국민 중 1.4%에 불과하다”라며 “방법을 몰라 안타까운 생명을 살리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심폐소생술의 확산에 전력을 다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소방방재산업 육성

방재산업 장려 = 방재청은 우리나라 방재산업이 빈약하여 지속적인 재난관리분야의 발전이 어렵다고 판단, 방재산업의 육성에도 관심을 기울일 계획이다.

이에 따라 방재청은 신기술은 우수조달 품목에 포함시키는 한편 입찰심사시 가산점을 부여하기로 했다. 또 방재청은 방재산업전 등을 통해 우수 방재제품의 홍보를 지원하고, 방재제품의 판로 개척에도 힘을 실어줄 방침이다.

이밖에 방재청은 재해경감 활동이 우수한 기업을 선정, 재해경감 설비자금을 우선 지원해주는 등 기업의 방재활동도 적극 독려해 나갈 예정이다.

소방기술 경쟁력 제고 = 방재청은 국내 소방산업 및 기술의 경쟁력 제고에도 힘을 보태기로 했다. 이에 따라 방재청은 소방용품·장비의 국제표준화를 추진, 우리 제품이 국제적인 통용성을 확보케 할 계획이다.
또한 방재청은 정기적으로 소방신제품 설명회를 개최하여 고성능 소방제품의 발굴 및 도입에 앞장서는 한편 한국형 소방장비의 개발에도 적극 나설 예정이다.

아울러 방재청은 현재 70%에 머물고 있는 노후 소방차, 공기흡입기 등의 현대화도 100% 추진해 관련 산업의 활성화를 도모하기로 했다.

소방서비스 강화

구조·구급 서비스 선진화
= 방재청은 국민을 직접 대상으로 하는 소방서비스도 한층 강화해 펼쳐나갈 계획이다.

그 첫 단추로 방재청은 119 응급의료 이송체계를 개선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최근 방재청은 응급의료 정보센터 1339와 시도 119종합상황실을 통합했으며, 구조구급정책 총괄부서도 전문조직으로 확대 개편했다. 또한 전국 소방헬기를 구급전용헬기로 특화하는 한편 유관기관과 응급헬기 공동 이용 협력체계도 구축했다.

화재진압 현장대응역량 강화 = 방재청은 고유 업무인 화재진압에도 만전을 기해나간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방재청은 출동 여건을 개선하고 소방 전술 능력을 강화키로 했다. 소방차의 빠른 현장도착을 위한 ‘신호제어시스템’의 연차적 추진, 화재진압대원의 ‘화재진압사’ 자격인증제 정착 등이 그 대표적인 추진 과제.

아울러 방재청은 과학적 화재원인 조사 기반의 마련에도 역량을 기울일 계획이다. 이를 위해 방재청은 화재조사를 다루는 국가기술자격을 신설하고, 화재감식지원프로그램을 개발할 예정이다.

이외 방재청은 ‘신규자 선 교육 후 임용’, ‘지역 특성 및 출동빈도를 고려한 근무체계 정비’ 등을 통해 현장에 강한 소방관을 꾸준히 육성키로 했다.

과학적 재난관리 시스템 구축

기후변화 선제예방체계 구축
= 방재청은 기후변화가 향후 재난관리정책을 펼쳐나가는데 있어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즉 예상치 못한 자연재난으로 인해 재난관리체계에 허점이 생길 우려가 크다는 것.

따라서 방재청은 복합재해(강우+강풍, 강설+강풍 등) 예측모델을 추가로 개발하는 등 기후변화를 고려한 방재기준을 재설정할 계획이다. 또 방재청은 도시계획 수립·변경 시 ‘풍수해저감종합계획’의 반영을 의무화하고, 사전재해영향성검토 협의대상을 추가 확대하는 등 사전분석을 통한 재해경감대책을 추진키로 했다.

IT기반 재난관리체계 확립 = 방재청은 우리나라의 우수한 IT 기반을 활용, 재난관리 정보시스템 및 통신체계의 개선에도 적극 나설 예정이다. 이에 따라 방재청은 자동 상황전파기능을 갖춘 재난관리시스템을 개발하고, 위성망을 이용한 비상통신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또 방재청은 스마트폰으로 할 수 있는 소방검사 및 소화전 관리시스템의 개발에도 나서기로 했다.

이 청장은 “대형화, 복합화 되어가는 재난이라도 관리만 잘하면 인명·재산피해를 최소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 소방방재청이 가진 신념”이라면서 “현장 중심의 선제적 대응으로 재난관리 환경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처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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