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不知至美之中有至惡也(인부지지미지중유지악야)
사람들은 매우 아름다운 것 속에 지극히 나쁜 것이 있음을 알지 못한다.

성현 (成俔 1439∼1504) <아언(雅言)>《부휴자담론(浮休子談論)》

‘부휴자담론(浮休子談論)’은 조선시대 문인 성현(成俔)이 부휴자(浮休子)라는 가공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정치, 사회, 문화, 예술 등 여러 분야에 나타나는 병리 현상을 풍자·비판한 책이다.

위의 글은 부휴자담론 중 ‘아언’에 나오는 말인데, 저자는 겉모습은 아름답지만 그 실체는 아주 위험한 것으로 독버섯과 복어를 꼽고 있다.

이 가운데 복어를 놓고 보면, 복어만큼 맛 좋은 생선은 없다고 할 수 있다. 그 맛이 얼마나 뛰어나면 송나라 시인 소동파는 ‘죽음과도 맞바꿀 만한 가치가 있다’고 까지 했을까. 실제로 복어를 먹다 목숨을 잃는 사고가 심심찮게 일어나는 걸 보면, 소동파의 표현이 그냥 하는 말로 느껴지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여기서 한 가지 생각해보자. ‘겉보기에 나쁜 것이 과연 속까지 나쁜가’라는 문제는 논외로 하더라도, 우선 겉보기에 좋지 않으면 사람들은 대부분 ‘나쁘다’라는 인식을 하게 된다. 때문에 먼저 피하게 되고 그로 인해 큰 피해를 입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문제는 겉보기에 아무런 해가 없어 보이거나, 혹은 다른 것보다 더 좋고 아름다워 보이는 것이 치명적인 독을 품고 있을 경우다. 독버섯이나 복어처럼 사람들이 그 색과 맛에 현혹되어 방심하고 접근하다가 그 독에 속수무책으로 당한다면 그때의 피해는 훨씬 더 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최근 ‘수원 살인사건’은 우리사회를 크게 뒤흔들어 놓았다. 경찰은 수사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시정해 다시는 비슷한 사고가 발생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담아 관련자 문책, 112신고센터 개편 등의 재발방지 대책을 내놓았다. 경찰의 이런 대책들이 보기 좋은 허울로 포장돼 있는 지 사후에도 잘 살피고 철저히 감시해야 할 것이다.

<자료제공 : 한국고전번역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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