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학교안전에 있어 거대한 사각지대가 발견이 됐다. 그것은 다름 아닌 수학여행이다. 중고교생들이 탑승한 수학여행 버스의 교통사고가 최근 한 달 사이 무려 3건이나 발생했다.

지난달 20일 제주에서 수학여행 버스가 추돌사고를 일으켜 학생 4명이 부상했고, 이달 10일에도 제주에서 수학여행 버스와 화물차가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해 교사 1명이 숨졌다. 게다가 18일에는 강원도 양구군에서 수학여행 버스가 절벽에서 추락해 학생 41명이 다치는 일까지 벌어졌다. 특히 양구 사고의 경우 사고 직전 여교사가 학생들에게 안전띠의 착용을 지시했기 망정이지, 이같은 기민한 대처가 없었다면 역사에 기록될 대참사가 나올 뻔했다.

최근 발생한 일련의 수학여행 교통사고는 여러 가지면에서 학교안전에 심각한 허점이 있음을 엿보게 한다. 그 첫 번째 문제는 학교안전이 학교를 벗어나면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허술한 전세버스 계약체계다. 국내 수학여행은 주로 전세버스를 이용한다. 지난해 전세버스 교통사고는 934건에 달했다.

학교측은 사고의 위험이 높음을 인지하고 전세버스회사의 선정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허나 현재 대다수 학교는 비용문제만을 고려할 뿐 해당 버스회사의 사고경력에 대해선 사실상 철저한 확인을 하지 않고 있다. 이런 점으로 인해 발생한 것이 이번 양구사고다.

최근 경찰에 따르면 당시 학교와 버스회사간 입찰 조건은 ‘2009년 이후 출고차량’이었다. 그러나 실제 투입된 버스는 2004년과 2005년식 각 1대, 2007년식 2대였으며 이 중 사고차량은 2004년식 차량이었다. 이는 학교측도 몰랐던 사실이었다. 학교측이 미리 자동차 등록증 등 관련서류를 살펴보고 조건에 맞지 않는 버스를 교체했더라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도 있었던 것이다.

두 번째 문제는 학교 측이 여행일정을 너무 빡빡하게 짠다는 것이다. 이번에 양구에서 사고를 당한 대전 모 중학교는 지난해 수학여행에서 3일 동안 무려 920km를 이동했다. 오전 7시에 시작해 오후 6∼8시까지 계속되는 강행군이었다. 여행일정이 숨 가쁘게 진행된다면 사고의 위험이 높아짐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세 번째로 전세버스 운전자에 대한 관리체계가 미흡하다는 점이다. 전세버스 운전자 특히 수학여행 버스 운전자는 수십명의 어린 학생들을 태우고 운전을 한다는 점에서 각별한 안전의식을 갖추고 운전에 임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이런 운전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의무적인 안전교육은 없는 상황이다. 때문에 음주운전을 하는 운전기사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교육과학부는 이런 문제점을 인식하고, 수학여행에 대한 안전 규칙을 더욱 강화하라는 지침을 전국 16개 시·도교육청에 시달했다. 이 공문에는 △학생들 안전벨트 착용 의무화 △차량 연식 최신식 모델 이용 △운행 전 정비 철저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전국 초·중·고교는 향후 버스를 대절할 때 교통안전공단에서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회사와 연계할 방침이다. 참고로 교통안전공단은 자체적으로 시행중인 운전적성정밀검사 결과 부적격 판정된 운전자, 보험미가입 차량 여부 등의 버스회사 정보를 2010년부터 전국 모든 학교에 제공하고 있다. 어찌보면 2010년부터 할 수 있었던 것을 이제야 하는 셈이다.

어린 학생들은 우리나라의 미래이자 성장동력이다. 더 이상 어른들의 뒷북정책으로 새싹들이 희생되지 않도록 정부와 학교, 관련단체는 수학여행 교통사고 예방대책의 실천에 철저를 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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