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관은 화마와 각종 안전사고현장의 최일선에서 국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자신의 몸을 내던지는 사람들이다. 즉 이들은 대표적인 안전인의 표상이라고 할 수 있다.

실로 사회의 추앙과 존경을 한 몸에 받아도 부족할 이들인데, 현실에서 이들에 대한 대접은 그 반대에 가까운 게 사실이다. 첨단 장비와 넉넉한 급여가 제공되기는커녕 열악한 환경에서 업무에 임하고 있는 것이다.

일례로 최근 경기도내 소방관의 생명을 보호하는 안전장비의 12%가 사용 가능 햇수를 초과한 낡은 것으로 밝혀져 우리 사회에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15일 경기도 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도내 소방서에 비치된 방화복과 안전화, 안전모 등 개인 안전장비 51,495대의 12.65%인 6,516대는 사용 가능 햇수가 지난 것으로 파악됐다.

장비별로 보면 안전화는 1,340켤레 가운데 2,047점(21.9%), 방화복은 10,340벌 가운데 2,215벌(20.6%), 안전모는 5,957대 가운데 1,161대(19.1%)가 낡은 것이었다. 장갑 676켤레(7.1%)와 방화두건 295개(3.1%), 공기호흡기 122대(1.9%) 등도 사용 가능 햇수를 초과했다.

특히 중요 장비인 공기호흡기 충전기 225대의 46%인 104대는 사용 가능 햇수(내용연수)인 6년을 넘긴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가운데 87대는 2~6년이나 사용 가능 햇수를 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공기호흡기 충전기는 소방대원들이 화염 속에서 화재진압 때 착용하는 공기호흡기에 깨끗한 공기를 공급해 주는 보호장비다. 다시 말해 소방관들의 생명줄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이처럼 소중한 장비의 과반 가까이가 내용연수를 넘겨 사용 중이라는 것만 봐도 소방관의 열악한 근무여건이 여실히 드러난다. 또한 그나마 재정여건이 좋은 경기도가 이 정도라는 점에서 여타 지역 시·도에 속한 소방관들이 얼마나 부실한 지원 하에서 업무를 수행하고 있을지 어렵지 않게 추측이 된다.

물론 정부가 소방장비와 소방관들의 근무 여건 개선에 손을 놓고 있지 않음은 잘 알고 있다. 경기도의 경우도 공기호흡 충전기를 필두로 오래된 순으로 각종 장비를 교체 중에 있다. 문제는 이런 개선의 절차가 너무 더디게 진행된다는 것이다.

누구나 알고 있듯 소방관들은 각종 사건사고현장을 누비며 국민들의 소중한 생명을 지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는 화재나 사고의 수습이 끝난 후에 그 피해에 안타까움을 표할 뿐, 그 현장에서 목숨을 걸고 묵묵히 업무를 수행한 소방관들에 대한 노고는 치하하지 않는다. 늦장 출동, 미숙한 대처 등의 비난만 쏟아지지 않아도 다행이다.

음지에서 우리 사회의 안전을 위해 노력하는 이들에 대한 공로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다면 우리나라는 영원히 안전선진국의 문턱을 넘어서지 못할 것이다. 하다못해 금전적 보상 등 공로를 치하해줄 여력이 없다면 최소한 이들이 전심전력을 다해 본연의 업무에 충실할 수 있도록 장비의 개선에라도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최근 열린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우리나라 전반의 낮은 안전의식과 미흡한 재난재해예방대책을 지적하며, 이의 향상을 위해 전력을 다할 것을 천명한 바 있다. 이에 대한 시작은 우선적으로 소방관, 안전보건관리자 등 재난재해예방과 대응 업무를 맡고 있는 이들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이 돼야한다.
이들부터 안전하고 자신있게 업무에 임할 수 있게 됐을 때 비로소 우리나라가 안전선진국을 향한 첫걸음을 떼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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