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현장이 위기의 시기를 맞았다. 35도를 오르내리는 땡볕 더위 속에 지난 28일(한국시간) 개막한 런던올림픽이 산업안전보건 측면에서는 또 하나의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올림픽이 개막되는 영국 런던의 경우 우리나라와 8시간의 시차를 보인다. 때문에 주요 경기가 우리나라 시간으로 늦은 밤 또는 새벽에 치러진다. 올림픽을 시청하기 위해 뜬 눈으로 밤을 새우는 국민들이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것이다.

그럴 때 문제되는 것은 생활리듬이다. 밤늦게까지 잠을 안자는 생활을 반복하게 되면 우리 뇌에서 수면을 조절하는 시상하부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된다. 시상하부는 밤에는 숙면을 돕는 ‘멜라토닌’이라는 호르몬을 분비하고, 낮에는 각성효과를 주는 ‘코르티손’이라는 호르몬을 분비하면서 수면을 일정하게 조절한다.

그런데 낮과 밤이 뒤바뀌는 불규칙한 생활은 호르몬 분비 주기를 불규칙하게 만들어 밤에 ‘코르티손’을 분비, 불면증 같은 수면장애를 일으키게 된다.

이 수면장애는 피로누적으로 이어져 낮 동안 힘이 없고, 집중력이 떨어지는 무기력증 같은 부작용을 낳는다. 또 충분한 수면을 취하지 않으면 신경이 예민해지기 때문에 작은 일에도 쉽게 짜증을 내게 되면서 인간관계에도 문제가 일어나기도 한다.

무엇보다 수면장애는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각종 연구결과에 따르면 하루 6시간보다 적게 자는 사람은 각종 질병에 노출될 확률이 크다고 한다. 심근경색, 뇌졸중 등의 위험이 2배 이상 높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동맥질환이나 협심증 및 여러가지 질환의 위험도 1~2배 더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잠을 제대로 자지 않으면 체중조절이나 신진대사와 관련된 호르몬이 제대로 분비되기 어려워 몸의 면역력과 기초 대사량이 떨어진다. 또 신체적, 정신적 기능이 저하돼 일의 효율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업무 시 집중력을 유지하지 못하게 되면서 생산성이 저하되는 것은 물론 각종 사고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 특히 이것이 열대야 등 더운 날씨와 맞물리면 그 부작용은 더욱 크게 나타날 수 있다.

지난 2002년 월드컵에도 ‘월드컵 폐인’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하면서, 전 국민이 월드컵이 끝난 후에도 상당기간 월드컵후유증을 겪은 바 있다. 올림픽은 한 달이지만, 여기에 깊게 빠져들 경우 후유증을 벗어나는 데는 2~3달, 길게는 수개월이 걸릴 수 있다.

올림픽과 열대야 기간 동안 생활리듬을 흐트러트리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특히 평소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협심증 등이 있다면 올림픽에 너무 몰입하지 않는 게 좋겠다. 동트기 전 새벽에 올림픽 방송을 시청하려면 저녁 일찍 잠을 자고 새벽에 조금 빨리 일어나는 등 생활리듬의 변화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근로자들에 중요한 것은 올림픽이 아닌 안전과 건강이다. 적절한 관리로 안전과 건강을 함께 챙기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올림픽의 금메달 보다 더욱 값진 것은 일터에서의 안전 금메달이라는 것을 모든 근로자들이 알아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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