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포스코건설 정동화 부회장은 자사가 울산에서 건립 중인 ‘문수한 더샵’ 건설현장을 방문했다. 이는 혹서기를 맞아 현장의 준비태세를 살펴보기 위함이었다. 이날 정동화 부회장은 현장의 작업 상황과 안전관리실태를 점검한 뒤 직원들을 대상으로 안전교육을 했다.

이 자리에서 정 부회장은 “안전은 모든 업무의 0순위”라며 “안전과 회사의 이익이 상충할 때 전 임직원은 망설임 없이 안전을 선택하라”고 주문했다. 더불어 향후 지속적으로 국내외 건설현장을 방문해 안전관리현황을 살펴볼 계획임을 밝혔다.

이같은 정 부회장의 현장 방문 소식은 다음날 신문과 각종 언론매체의 주요 지면을 화려하게 장식했다. 유명 대기업의 고위급 경영진이 안전에 대한 남다른 소신과 신념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훈훈하기는 하지만, 한편으로는 한 회사의 임원이 타사도 아닌 자사 현장의 안전관리 현황을 살펴본 것이 뉴스거리가 될 만한 일인지 의아하다. 경영진이 자사 현장의 안전관리를 점검하고 개선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이것이 바로 현재 우리 산업현장의 안전수준을 나타내는 지표 같아서 안타깝기도 하다. 아직도 우리나라에서는 경영진이 안전보건에 대한 관심을 갖는 것이 매우 드물고 희귀한 일이다. 실로 뉴스에 나올 만한 일인 것이다.

경영진의 안전에 대한 의지는 노사의 적극적인 참여, 우수한 안전기법 등 사업장의 안전수준을 결정짓는 요소 중에서도 으뜸으로 꼽힌다. 상명하복의 문화가 짙은 우리나라 사업장의 특성상 경영진이 안전보건에 대한 관심이 크다면 사업장내에서의 안전보건활동이 크게 활성화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우리나라에서는 안전보건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을 갖고 있는 경영진이 매우 드문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이를 산업재해가 크게 줄지 않는 이유 중 하나로 보는 전문가들도 상당하다. 사업장의 운영을 좌지우지하는 경영진이 오직 생산성 향상과 이윤 추구에만 매달리고 안전보건에 대한 투자는 낭비로 인식하는데 어떻게 산업재해가 줄어들겠는가. 이는 당연히 어불성설이다.

최근 유례없는 폭염이 계속되며 여름철 안전사고의 위험이 매우 커지고 있다. 이를 감안해 정부에서 다양한 근로자 보호 대책을 사업장에 권고하고 있다. ▲폭염이 집중되는 오후 2∼5시에 일을 쉬기 ▲편한 복장으로 근무하기 ▲작업 중 주기적으로 수분 및 염분 섭취하기 등이 그 대표적인 대책. 실로 여름철 근로자들의 건강보호를 위해서 꼭 필요한 조치들이다.

그러나 이것이 현장에서 잘 준수될지는 미지수다. 근로자들에게 휴식을 주라는 것이 주내용이라서 생산성을 중시하는 산업현장의 특성상 지켜질 가능성이 적은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폭염은 열사병, 일사병 등 고온 관련 질환을 유발한다. 또 집중력의 저하를 불러와 각종 안전사고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즉 휴식 등 근로자에 대한 배려를 소홀히 하다가 더 큰 손실을 입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사실을 산업현장의 경영진들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근로자들의 건강을 챙기는 것과 안전보건에 대한 투자는 결코 낭비가 아니다. 사고로 인한 막대한 손실을 예방할 수 있고, 근로자들의 건강을 향상시켜 더 큰 생산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런 신념으로 회사의 안전보건활동을 진두지휘하는 경영진이 많아져 올 여름에는 폭염으로 인한 재해소식이 전해지지 않길 희망해 본다. 아울러 안전보건에 대한 경영진의 적극적인 참여를 신기하고 보기 드문 일로 여기는 사회적 시선도 사라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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