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오전 수도 서울의 하늘이 검은 연기로 뒤덮였다. 그것도 우리 민족의 얼과 혼이 살아 숨 쉬는 경복궁 바로 옆에서 시커먼 연기가 치솟았다. 그렇게 2012년 대한민국 안전의 현주소가 어디에 있는지를 세계만방에 고했다.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는 OECD국가로서 당당히 1조 달러 무역대국으로 성장했고, UN사무총장까지 배출했다. 또 얼마 전 막을 내린 런던올림픽에서 종합 5위에 오르며 스포츠강국으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였다. 그뿐인가. 드라마와 K-POP을 통해 전 세계를 한류열풍에 빠트렸다.

경제, 스포츠,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세계 일류의 면모를 자랑하고 있다. 헌데 이 일등국가에서 그것도 수도 서울의 한복판에서 사망 4명에 중·경상 25명이 발생하는 대형 참사가 또 다시 일어났다.

참사 자체도 부끄러운데 그 원인을 파고들수록 인재로 밝혀지니 차마 고개를 들기가 어렵다. 이번 사고의 첫 번째 이유는 부실한 소방시설이었다. 신축 공사장인지라 제대로 된 소방시설이 설치되지 않았던 게 가장 큰 문제였다. 주변에 소화기 몇 대만 놓고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고 한다. 공사장 내부에 용접용 산소 등 폭발 물질이 많이 있었는데, 폭발에 대비한 안전시설은 없었다.

건설재해의 단골 원인인 ‘속도전’도 어김없이 등장했다. 미술관 건립에 참여한 자문위원 등 건설전문가들이 완공까지 4년이 걸린다고 했지만, 정부는 이를 20개월여만에 짓겠다는 청사진을 밝혔다. 시공사로서는 공기를 맞추기 위해 무리하게 공사를 진행해야 했을 것이다. 비록 시공사측이 공기와 화재는 관련이 없다고 밝히긴 했으나, 서두름 속에 안전이 제대로 자리 잡았을 리 만무하다.

이번 화재사고는 여러모로 2008년 발생했던 이천물류창고화재사고를 떠올리게 한다. 당시 사고는 근로자 40명의 목숨을 한 번에 앗아갔던 최악의 사고였다. 이 사고를 계기로 우리 사회는 소방 시설이 제대로 갖춰졌는지, 작업 순서를 지켰는지 등을 꼼꼼히 챙기자고 한 목소리로 외쳤다.

헌데 결국 이 역시 공허한 외침이 되고 말았다. 이번 현대미술관 참사의 정확한 원인은 시간이 지나면 밝혀질 것이다. 문제는 이번 참사 역시 ‘나와는 상관없는 일’로 치부하고 안도감으로 하루를 넘기는 현장과 근로자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사회적으로 더 이상 이런 풍토를 방조해서는 안 된다. 이를 위해 먼저 소방당국과 고용노동부는 화재 원인을 찾아내 시공사에 책임이 있으면 엄하게 물어야 할 것이다. 더불어 감사원이나 국회 차원에서 공사 과정 전반에 대해 면밀히 조사해 제도적인 문제점을 개선해야 한다.

건설업계 또한 변해야 한다. 건축물은 그 시대를 상징하는 역사의 기록물이다. 이 과업을 수행하면서 안전 보다 시간을 가장 우선한다는 것은 천박하기 그지없는 발상이다. 이제부터라도 예정된 준공 기일에 연연하지 말고 부족하거나 미흡한 부분은 없는지 종합적인 진단과 점검을 거치도록 해야 한다.

안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말이 아니라 실천이다. 서울 하늘이 검은 연기로 뒤덮였던 2012년 8월 13일을 국민 모두가 기억하고 안전을 우선하는 나라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한 움직임에 모두가 동참해야 할 것이다. 국민적인 안전실천이 없다면 또 다른 ‘인재’를 맞이해야 함을 이제는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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