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예산안 편성지침 및 기금운용계획안 작성지침’이 최근 국무회의에서 의결, 정부 각 부처로 통보 됐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2011년 예산은 국가 성장보다 재정건전성에 무게를 두고 편성됐으며, 전년 대비 4~5%정도 늘었다. 증가된 액수는 약 12조에서 15조로, 주로 일자리창출 등 민생안정과 연구개발(R&D) 등 위기 이후 재도약을 위한 재원으로 활용될전망이다.

이처럼 본격적인 내년도 사업 수행을 위한 예산 편성이 시작됨에 따라 각 지자체에서는 정부 예산을 먼저 확보하기 위해 벌써부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이런 노력 속에 산업재해예방 관련 예산을 확보하기 위한 움직임은 크게 보이지 않아 아쉬움이 든다.

그간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예산은 여타 안전관련 예산에 비해 상당히 적게 배정 받아왔다. 서울의 한 대학교 정모 교수는 지난 4월 개최됐던 ‘산업안전보건업무 지방분권이양에 대한 토론회’에서 이에 대한 실상을 자세히 밝힌 바 있다.

당시 정 교수에 따르면 우리나라 소방안전에 대한 국가 예산은 약 2조원에 달하며 교통안전은 8천억원 정도에 이른다. 반면 산업재해예방을 위한 연간 예산은 고작 100억원도 되지 않는다. 이는 실로 우리나라 산업안전에 대한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가스안전, 교통안전, 에너지안전, 소방안전 등 여타 안전분야와 비교해 산업안전이 홀대를 받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심각성이 다른 안전분야에 떨어져서? 그것은 분명 아닐것이다.

2009년 현재 우리나라 총 인원 4,920만여명을 기준으로 한 교통사고 발생율은 0.73%이고 사망만인율은 0.12이다. 반면 근로자 1,388만여명 중 재해율은 0.70%, 사망만인율은 0.15이다.

통계적으로만 보아도 산업안전과 교통안전은 심각성에서 매한가지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왜 연간 정부예산은 8천억원 대 100억원이라는 차이가 발생하는지 그 이유를 찾을 수가 없다.
혹시 정부에서조차 산업안전에 대해 근로자를 고용하는 기업에만 그 책임을 떠넘기려하는 것은 아닌지 심히 우려된다. 산업안전의 이념은 ‘근로자의 생명 존중’에 있다. 그리고 그 근로자들은 근로자이기 이전에 이 나라의 한 국민이다. 국민의 안전을 위하는데 다른 기준이 적용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산업현장에서의 재해율이 10년이 넘도록 0.7%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제자리걸음만 계속하고 있다. 게다가 기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규제완화 대상에 항상 거론되면서 그 위상 또한 흔들리고 있다. 투자가 없으니 정체와 후퇴만을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금년 G20 정상회의가 우리나라에서 개최되면서 정부는 보다 안전한 나라로 발돋움하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산업안전을 등한시한다면 절대 안전공화국으로 거듭날 수 없다는 것을 인지했으면 한다. OECD 국가 중 최대 산재공화국이라는 지위가 지금의 우리 현실이다. 이런 불명예스러운 꼬리말을 달고 있는 나라를 안전선진국이라고 지칭할 나라는 없을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정부가 발 벗고 나서 산업안전에 대한 위상을 높이는 일에 매진해야 한다. 이를 위해 당장 2011년도 산업재해예방을 위한 예산부터 대폭 늘려야 할 것이다. 투자가 있어야 성과가 있는 법이다. 충분한 예산이 확보돼 다양한 산업재해예방활동이 활발히 펼쳐진다면 산업재해율은 0.6%대가 아닌 선진국 수준의 재해율인 0.4%에 도달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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