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재 안전보건공단 서울북부지도원장

 


위험성평가의 조기정착에 사업역량 집중

대한민국의 심장인 서울 중심부에 위치한 안전보건공단 서울북부지도원은 강북지역 12개구(중구, 종로구, 마포구 등)를 관할하고 있다. 관할 지역 내에 국내를 대표하는 건설사의 본사들이 다수 존재하고 있으며, 대형 백화점과 유명 음식점 등도 밀집돼 있다.

즉 건설 및 서비스업종의 작업적 특성과 안전보건현황을 그 어느 곳보다도 빠르게 파악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지도원은 이들 분야의 재해예방활동에 있어 고도의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 지속적인 산재 감소와 우수한 사업수행으로 2011년도 경영평가에서 전국 1위(S등급), 2012년도 경영평가에서 A등급을 달성하기로 했다. 이런 성과 덕에 서울북부지도원은 건설안전의 산실(産室), 서비스업 산재예방의 메카로 불리고 있다.

이처럼 큰 활약상을 보여 온 서울북부지도원이 최근 또 한 번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올해 초 부임한 이덕재 원장을 필두로 한층 더 다양한 네트워크 강화를 통해 산재감소활동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 원장을 만나 향후 계획과 재해감소 방안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Q. 안전보건에 대한 원장님의 신념이 궁금합니다.

안전보건은 모든 일의 기본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기본이라는 것은 기초이며 보수적인 것을 의미합니다. 즉, 생산성 향상과 편의 증진을 위한 변화와 혁신은 세부 활동에 반영하되, 안전보건의 확보라는 근원적인 가치와 목표를 흔들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시설물의 점검, 위험의 지적확인 등 기본적인 내용은 지속적으로 반복해 나가되, 이를 바탕으로 세부적인 내용을 개선·보완해 나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또한 안전한 사업장을 만드는 것은 사업주와 일부 직원만의 업무가 아니라 일하는 근로자 모두가 함께 참여하고 노력해야 되는 일입니다. 다시 말해 구성원 전체가 협력하여 사업장내 작업공정의 위험성을 평가하고 개선하는 것(위험성 평가)이야말로 불안전한 상태와 행동을 제거하고 안전한 사업장을 만드는데 있어 필수적인 요소인 것입니다.

Q. 건설 및 서비스업에서의 재해 다발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경제적 이익실현을 위한 안전보건의 ‘후순위화’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봅니다. 우선 건설업의 경우 원가절감을 위한 저가수주나 재하청 등을 무리하게 시도할 때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은 자재의 납품, 설계하자 등이 발생하고, 이것이 결국 사고를 불러옵니다.

서비스업의 경우는 영세성이 재해 발생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저희 관내 서비스업 사업장을 예로 들면, 전체 서비스업 사업장의 74%가 5인 미만 사업장입니다. 이들 사업장의 대부분은 산재예방에 나설 인원과 시간적 여유가 없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선 첫째 사회적 인식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과거 성장기의 빨리빨리 문화를 벗어나 이제는 조심조심 안전하게 일하는 사회적 풍토를 조성해야 합니다.

둘째로 현행 법제도의 미비점을 개선하고 관리감독 시스템을 강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기존의 산업안전보건법은 법과 시행령, 시행규칙의 조문이 천여개에 이르는 등 사업장에서 인지하고 대응하기가 어려운 구조였습니다. 이로 인해 문제 발생 시 법적 처벌을 회피하기 위한 소극적인 안전보건활동에만 치중하는 사업장이 많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이런 문제점을 개선키 위해 정부는 올해 위험성평가제도를 본격적으로 도입, 사업주에게 자신의 사업장 내 위험성에 대해 평가하고 이를 개선하는 의무를 부여했습니다. 이 제도의 안착 후에는 사업장에서 자발적으로 작업 특성에 적합한 안전보건 개선을 꾸준히 해나가게 될 것입니다.

Q. 최근 폭발, 누출 등 화학사고가 급증하며 국민들의 우려가 상당합니다.

1970~80년대 우리나라 경제성장의 원동력이었던 화학산단 내 생산설비 등의 노후화가 사고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봅니다. 기계설비 등이 장기간 화학물질에 노출되면서 탱크나 파이프 부식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지요.

이같은 이유의 화학사고는 설비의 철저한 안전점검으로 사전에 재해를 예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즉 전반적인 안전점검을 정밀하게 실시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헌데 아직도 많은 현장들이 기존의 점검방식을 탈피하지 못하고, 주요 설비점검과 소모품 교체 등을 위주로 하는 정비에 머물러 있는 상황입니다. 화학사고예방을 위해서는 이 부분에 대한 개선부터 시급히 이루어져야 합니다.

또 원가절감 차원에서 위험한 설비의 유지·보수를 하청업체에게 위탁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이 부실관리로 이어져 사고발생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따라서 위험설비의 유지·보수 작업 시에는 설비의 안전과 사용가능 여부에 대해 철저히 감독하는 한편 유지보수에 대한 설비 소유자의 책임을 강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Q. 그간 지도원이 펼친 안전활동에 대해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작년에는 관내 재해자비중, 근로자비중, 해당업종 재해율을 고려하여 서비스업 재해예방 타겟업종을 ‘음식숙박업, 건물관리업’으로 선정하고 산재예방 기술지원 등에 지도원의 역량을 집중했습니다.

또한 해당 업종 종사자들의 안전보건의식 고취를 위해 관련 협회 등과 연계하여 교육, 캠페인 등의 활동도 적극적으로 추진했습니다. 특히 건물관리업의 경우 대한주택관리사협회 서울시회와 합동으로 관리소장 안전교육 및 캠페인을 지원했고, 음식업종의 경우 소규모 사업장임을 고려하여 서울시내 주요 먹자골목을 거점으로 릴레이 캠페인을 추진했습니다.

이들 활동의 결과 음식숙박업은 직전년도 보다 재해자수를 38명 감소(재해율 0.97->0.82)시켰으며, 건물관리업은 같은 기간 재해자수를 28명 감소(재해율 0.52->0.45)시키는 성과를 달성했습니다.

Q. 현재 집중하고 있는 분야에 대해 설명해주셨으면 합니다.

올해 산재예방과 관련하여 가장 중요한 화두는 ‘위험성 평가’입니다. 저희 지도원에서도 위험성평가제도가 사업장에 조속히 뿌리내릴 수 있도록 교육, 컨설팅, 자금지원 등의 사업과 연계하여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은 기존 산재예방사업의 효율성을 강화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타겟업종을 정확히 분석하고 사업을 집중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에 서비스업종의 재해율과 사망만인율을 바탕으로 고위험, 중위험, 저위험 업종을 분류하여 고위험 업종에 지도원 직접사업 물량을 집중하고 중위험, 저위험 업종에 대해서는 민간협력사업 및 자료보급을 통해 다각적인 지원에 나설 계획입니다.

또한 건설분야의 경우, 사고성 재해자의 73%를 점유하고 있는 20억 미만 소규모 현장의 재해를 감소시키는데 주력하는 한편 제조업에 있어서는 관내 대표적인 제조업체가 밀집해있는 충무로 인쇄골목과 창신동 봉제공장 등에 기술지원과 자금지원을 집중할 예정입니다.

Q. 현장의 안전보건인에게 인사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사업장의 안전보건인 여러분, 우리는 안전보건의 선도자로서 근로자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해야 합니다. 위험을 예지하는 능력을 키우고, 근로자에게는 감성적으로 다가가 안전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도록 인도하는 역할을 해나갑시다.

비록 그 과정에 수많은 어려움과 역경이 있더라도, 거북이와 같이 꾸준하게 걸어갑시다. 여러분의 땀과 열정으로, 끊임없이 사업장 내의 불안전한 상태와 행동을 개선해 나갈 때 안전보건은 이루어진다는 말을 전하며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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