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피스, 비상계획구역 범위 최소 30㎞확대 주장

방사능 물질의 누출 등에 대비한 한국정부의 방재계획이 수정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지난 10일 그린피스와 반핵부산시민대책위원회는 ‘방사능 방재계획 2013-한국은 준비되지 않았다’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는 지난해 그린피스가 발표한 ‘후쿠시마의 교훈’ 보고서의 후속편으로, 현재 우리나라 방재계획의 문제점과 이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이 담겨 있다.

보고서는 국내 원전 가운데 수명을 넘기고도 계속 운행 중인 고리원자력발전소에서 방사능 누출 사고가 발생할 경우 반경 30㎞ 이내 거주민 343만명이 피해를 입을 것으로 전망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부산을 포함한 한반도 남동지역은 원전밀집도 높고, 원전 근처의 인구밀도도 세계 최대 수준이다. 그만큼 단 한번의 사고로도 엄청난 인적, 물적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말이다.

보고서는 이 같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방사능 사고에 대비한 한국의 방재계획은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또 국제적인 현황에 비교해봐도 미흡한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대표적인 문제가 비상계획구역의 범위가 8~10㎞로 극히 좁다는 것. 비상계획구역은 방사능 누출사고가 났을 경우 인근 주민을 보호하기 위해 비상대책을 신속하고 집중적으로 실시해야 하는 지역을 가리킨다. 이 구역에 대해 독일은 25㎞, 미국은 80㎞, 헝가리는 300㎞ 등으로 설정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보고서는 “후쿠시마와 체르노빌 대참사만 봐도 원전 부근 최소 30㎞ 이내 거주민들이 방사능의 직접적 피해를 입었다”며 “한국 정부는 비상계획구역을 최소 30㎞로 확대하는 가운데 미국이나 유럽처럼 단계를 나누어 조치를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또 방호약품의 확충과 방재교육의 개선, 피폭방지에 적합한 대피소 마련 등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원자력 사업자의 배상액 한도를 두지 않는 무한책임제도의 부활을 촉구했다.

참고로 우리나라는 원자력 도입 당시 사업자가 끝까지 사고에 대한 책임을 지도록 하는 무한책임제도를 채택했지만 2001년 유한책임제도로 전환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보상액이 일정한도를 초과하면 정부에서 세금으로 보조해야 하는 상황이다.

보고서는 “사업자의 손해배상 무한책임제를 채택한 일본도 준비된 배상조치액 1조4,000억원(1,200억엔)으로 보상금을 감당하지 못했다”며 “한국의 배상한도액 5,200여억원은 터무니 없는 수치로 초과된 비용은 국민의 세금에서 충당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어서는 “16만명의 피난민을 낳은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가 난 지 2년이 넘었지만 현실성이 떨어지는 한국의 방재계획은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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