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성만 | 동우화인켐 과장

산업현장에서 사고는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이들 사고를 살펴보면 대부분 후진국형 재해가 지속,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후진국형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사고에 대한 명확한 원인파악이 중요하다. 이것이 뒷받침 돼야 사고 원인을 확실히 개선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실시되고 있는 사고조사에 대한 원인분석 중 상당수는 큰 오류를 지니고 있다고 생각된다.

원인조사에 앞서 우리는 사고발생시 사고원인을 파악하기 위한 초점을 어디에 두고 하는지 곰곰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불안전한 상태에 초점을 맞출 것인지, 아니면 불안전한 행동에 초점을 맞출 것인지 등이 그것이다.

대부분 사업장의 경우는 안전시설물에 대해 초점을 맞추고 있다. 천재지변 같은 것을 제외하고 일반적으로 사고는 인적요인과 물적요인이 서로 맞물려 발생한다. 그런데 대부분은 이를 고려치 않고 편향된 조사를 한다.

여기서 잠시 이해를 돕고자 한 가지 예를 들겠다. 사고 통계에 따르면 사고의 발생원인 중 88% 이상이 불안전한 행동이다. 또 하인리히의 이론에 의하면 불안전한 행동에 의한 사고가 전체 사고의 88%를 차지한다. 이는 안전인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런데 우리는 불안전한 행동에 의한 사고가 88%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정작 사고원인 조사를 할 때는 불안전한 상태(시설적)에만 초점을 맞추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예전에도 그렇고 최근의 사고도 마찬가지다.

그렇기 때문에 계속해서, 후진국형 재해가 지속·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제는 불안전한 행동에 초점을 맞춰서 사고원인파악을 하여야 한다. 예를 들면 ▲왜 근로자가 불안전한 행동을 하게 되었는지? ▲왜 불안전한 행동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 ▲불안전한 행동을 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지? ▲불안전한 행동을 할 수밖에 없는 작업표준인지? ▲불안전한 행동을 하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을 꼼꼼히 조사해봐야 한다.

하지만 인간의 행동분석을 한다는 게 쉽지만은 않다. 그렇지만 이제는 우리도 선진국수준의 안전문화를 구축하기 위해 어렵지만 인간의 불안전한 행동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인간은 누구나 실수를 하고 착각을 한다. 어떻게 하면 실수를 줄일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착각을 하지 않게 하는지?,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작업을 할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등 행동에 의한 원인분석 및 대책을 강구해야 재해를 줄일 수 있다.

아울러 사고발생 시 좀 더 명확한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불안전한 행동을 먼저 파악한 후, 불안전한 행동을 기준으로 불안전한 상태의 원인을 파악해 나가야 한다. 그래야 사고원인을 파악하는데 좀 더 정확한 원인과 명확한 대책이 나올 수 있다.

불안전한 상태에서 불안전한 행동의 원인을 찾으려 하면, 불안전한 상태에 끼어 맞추는 원인 파악이 된다. 이 경우 재발방지대책의 현실성이 떨어진다. 반대로 불안전한 행동을 바탕으로 불안전한 상태의 원인을 찾으면 불안전한 상태는 쉽게 찾을 수 있으며, 사고의 원인이 무엇인지 명확히 알 수 있다. 불안전한 상태에 의해서만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는 통계에 나오듯이 10%이하의 사고다. 현재는 88%를 먼저 줄이는 게 중요하다.

불안전 행동을 한 번에 제거하기는 어렵다. 시간을 두고 장기플랜을 가지고 진행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가, 기관, 사업장에서의 끊임없는 노력과 개발이 필요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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