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진모의 세상보기(15)

요즘 젊은 여성들 사이에는 ‘조루’보다 오히려 ‘지루’가 더 지겹고 괴롭다는 약간은 선정(煽情)적인 농담들을 하고 있다고 들었다. 지루, 그것은 정상이 아니다. 세상만사에는 적절한 타이밍이 있고 그것을 놓치면 흥미로움 보다는 오히려 상대에게 부담과 권태감만 주게 되기 때문이다.

지난 추석에는 전국의 가정마다 이른바 ‘혼외아들’ 문제가 마치 ‘술안주’ 감이 된 것 같았단다. 그것은 일반적 호기심의 관음증 차원이 아니라 국민적 관심집중 문제가 되어있기 때문이다. 그 사람 외도(外道)가 사실인가? 아니면 신문보도가 허위인가? 그 문제로 친구 간에 멱살 잡고 시비가 벌어진 경우도 있었단다.

만일 조선일보가 사실이 아닌 그런 문제를 가지고 공연히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채 총장의 사생활 문제를 허위로 보도했다면 의당 형법 제309조,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죄로 형사고소하면 당장 진실이 밝혀질 것이다. 반면에 채 총장의 주장대로 임모 여인이 낳은 아이가 자기와 아무 관계가 없고 결백하다면 채 총장이 사의(辭意)보다는 그녀를 경찰이나 검찰에 수사의뢰를 하면 된다.

왜 피도 물도 안 섞인 남의 자식을 실명의 공직자 아들로 학적부에 등재하여 세상이 시끄럽도록 하고 수사권력 최 고위공직자 명예를 더럽혔는지 추궁하면 된다.

임모 여인, 그녀가 언론사에 보낸 편지 내용대로 라면 채 총장은 정말 억울한 선의(善意)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이 사건은 채 총장 본인뿐 아니라 그의 부인과 다른 자녀에게도 엄청난 갈등과 심적 고통을 안겨주었고 전 국민은 말할 것도 없지만 대통령의 심기까지 뒤흔든 사건이기에 해두는 말이다.

법무부 감찰관들이나 채 총장과 그 주변 변호사들도 모두 법률 전문가들이니 비 법률 전문가가 이러쿵저러쿵 말할 필요야 없겠지만 서두에서 말 한대로 국민 정서문제 때문에 국민의 자격으로 말하는 것이다.

문제는 왜 더 길고 앞으로 결말의 시일이 얼마나 오래 걸릴지 모르는 지루한 정정 보도 청구소송 같은 먼 길을 돌아가려 하는가? 옛말에 ‘왜 길을 두고 메(山)로 가려 하는가’ 라는 말 이 있다. 의식이 있는 국민들은 다 알고 있다. 어느 한쪽은 분명 상식을 벗어난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를, 하여간 이제 누가 이기든 간에 속전속결(速戰速決)로 더 이상 국론의 분열과 ‘지루’를 막아야 하고 국민들을 짜증나지 않게 해야 한다.

그런데 채 총장은 조선일보를 상대로 정정 보도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한 찬반 여론이 또다시 세상을 시끄럽게 하고 있으며 일부 특정방송에 출연한 사람들의 입에서는 별별 소리가 다 나왔다. 그중에도 국민의 관심을 끄는 대목은 “그건 하나 마나한 소송”이라는 것, 그리고 “그것은 쇼에 불과하다”는 비평이었다.

그 말이 누구를 향한 발언인지는 굳이 설명을 할 필요가 없지만 어쨌거나 세상 참 고약하게 돌아간다는 느낌을 갖지 않을 수가 없다. 그래서 국민들은 더욱 혼란스럽다.

따라서 이런 문제가 더 이상 여야(與野) 정쟁의 대상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 해당 어린애가 무슨 죄가 있는가? 왜 어른들이 그 죄 없는 어린아이의 가슴에 굵은 대못을 박아야 하는가? 왜 그 아이만 ‘눈물의 씨앗’이 되어야 하는가를 생각해야한다.

그 보다 시급한 민생(民生) 문제가 얼마나 많은데 일부 의원들은 지나가는 개가 들어도 웃을 일들을 하고 있는가. 아이 엄마라는 여인도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인다”라는 유행어가 나돌기 전에 기자회견을 자청하여 자초지종 진실을 말해야 한다.

결자해지(結者解之) 정도는 알고 있으므로 그런 등기 편지도 보냈을 것 아닌가. 속히 끝내고 모두가 일상(日常)으로 돌아 가야한다. 누구든 민(民)을 바보로 보지마라.

<작가, 본지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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