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진모의 세상보기(16)

한창 호연지기(浩然之氣)를 키우며 청운(靑雲)의 꿈을 꾸어야할 열한 살, 어린소년아!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한 채 한(恨)을 안고 조국을 떠나야 했을 이 시대의 홍길동 같은 소년아! 너는 오직 자신의 명예만 생각한 네 아버지로 부터 천륜(天倫)을 저버린 배신(背信)의 그 큰 상처를 끌어안고 어느 날 새벽에 이 땅을 떠났더구나.

낯도 설고 물도 선 곳, 음식도 언어도 문화도 다른 이국땅에 버려진 듯한 어린소년아! 이 나라를 뒤로하고 비행기에 몸을 실을 때 당황했을 철부지 어린소년 네가 흘린 눈물은 얼마였겠으며 미지의 세계에 대한 두려움과 외로움에 따른 한숨은 또 얼마나 되었겠니? 어른의 한사람으로 마음이 너무 아팠다.

하지만 결코 용기와 희망을 버리진 마라! 이것이 아무 죄도 없이 아버지란 사람으로부터 엄청난 배신감을 느낄 ‘채(蔡)군(?)’ 에게 띄우는 우표 없는 위로의 편지란다.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면 날개 없는 글은 만리를 간다했으니 훗날 어느 편을 통해서라도 한동안 세상을 뒤흔든 ‘출생의 비밀’을 안고 있는 네가 이 글을 꼭 전해 받아 읽어 주었으면 싶구나. 아무튼 나는 글을 쓰는 작가로서 또한 자식을 키우는 아버지로서 소년에게 꼭 전해주고 싶은 말이 있어 이 편지를 쓰게 된 것임을 이해하길 바란다. 너는 앞으로 어느 나라 어떤 환경 속에서 살아갈지 모르겠다만 다음의 이야기를 꼭 기억하기 바란다.

지금은 너와 너의 생모를 보호해줄 힘도 돈도 다 잃어버린 네 아버지 원망하지 말고 오로지 네 스스로의 자생력을 키워야 할 것이다. 너에겐 아무 죄도 없어! 모든 건 전부 어른들의 잘못이야. 그리고 하느님은 결코 죄 없는 사람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을 주시진 않아. 힘들고 외로울 때 마다 기도로 마음을 굳게 붙잡고 ‘시간은 모든 슬픔을 치유 한다’라고 설파하여 인류의 심금을 울린 로마의 철학자요, 그 나라 ‘조국의 아버지’로 불렸던 ‘키케로’의 명언을 항상 기억해라. 그리고 미국의 국립 도서관에 가면 아마 찾아 읽을 수 있을 거야.

책명은 ‘집으로 가는 길’인데 그 책속엔 이런 말이 담겨 있어. “살아 있는 한 더 나은 날이 오고 더 좋은 일이 생길 거라는 희망의 끈을 절대 놓지 마라! 그 희망의 끈을 놓치면 그때는 죽는 거야!!” 참으로 의미 있는 말이지? 그 말은 소년병으로 차출되어 죽음의 전선에 나가는 열두 살 어린 아들 ‘이스마엘’에게 그 아버지가 눈물을 훔치며 던진 말이었지. 그 어린 소년병은 총알이 빗발치는 전선에서도 아버지가 들려주신 그 말 한마디를 가슴에 새기며 죽음의 공포에서 벗어낫고 열심히 싸웠으며 훗날 유엔 회의장에 초청연사로 나가 전쟁과 평화에 따른 명연설을 하여 뜨거운 갈채를 받았다는 매우 감동적인 스토리가 담겨있어.

뿐만 아니야. 우리나라에도 그 옛날 신라시대 중국 당나라에 석 달 열흘간 목선(木船)을 타고 유학 간 열두 살 어린소년, 최치원(崔致遠) 선생 같은 위대한 정신을 지닌 어른은 천신만고의 어려움을 겪고 공부를 하여 천년 후 중국의 최고 정치지도자 ‘시진핑’도 극찬을 했거든.

아무튼 이름 모를 소년아! 어떤 者들은 말이다, 자신이 뿌린 씨를 남의 씨라 우기면서 지나가는 개가 들어도 웃을 온갖 거짓말로 국민들을 우롱하였으니 그 죄를 다 어쩌나 싶고 그것이 답답하여 내가 이 글을 쓰고 있는 거야. 외도했으면 했다고 솔직히 말하고 잘못했으면 속죄를 할 줄 알아야 하는 게 인간인데 안하무인에다 오만방자로 가득한 잘못된 인간들(주로 부유층과 권력층)은 그게 아니야. 그래서 세상은 참 더럽게 돌아가고 있어 너무 안타깝다.

소년아! 부디 성공하여 훗날 자전적 에세이 책을 한권 펴내어라. ‘나는 그 출생 비밀의 주인공’이라는 책을 내게 되면 아마도 베스트셀러가 될지도 몰라. 온 천지를 시끄럽게 한 그 사건의 주인공은 대한민국 일부 야당 국회의원들이 철저한 보호를 해주었던 역사에 남을 유명한 사람이 되었고 작가는 글로서 말하기 때문에 이 글을 쓴 것이다. 부디 이름 모를 소년(蔡君)이 받은 상처가 별이 되길 바란다. 이미 진실게임은 끝이 났고 역시 펜은 칼보다 무섭다는 것을 깨우쳤다.

<작가, 본지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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