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진모의 세상보기(17)

이른바 ‘채동욱 혼외자식’ 사건의 진실게임은 가정부 李某 여인의 폭로 인터뷰로 끝이 난 줄 알았는데 또다시 누가 ‘채동욱 아내 호소문’ 이라는 글을 인터넷에 올렸고 그 글을 퍼 나르기로 확산시켜 상당한 여론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새롭게 형성되고 있다.

그 글을 처음 올린 사람은 제법 세련된 문장으로 독자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바른 글을 썼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내 남편이 거짓말을 멈추고 진실을 말 할 수 있도록 주변에 있는 대화 가능한 사람들이 나서서 설득해 달라” 그리고 그 사람(장본인=전 총장)에게는 “국민에게 진실을 말하고 용서를 구하라”고 누가 보면 진짜 그 부인이 쓴 글로 인식할 수 있도록 잘 썼다.

그 뿐만 아니라 문제의 여인, 임 모씨에게는 “당신이 진실을 말한다면 다 용서 하겠다”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그는 분명 ‘가상’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그 필자가 누구인지 모르겠으나 결코 누구를 비방할 목적으로 나쁜 말을 쓴 것이 아니고 당사자들 에게 보낸 일종의 경고성 가상 시나리오 메시지였다. 시민들도 여기저기서 “그래 맞아 이 말이 맞는 말이야…”라고 하였다. 그런데 정작 당사자 측에서는 또 ‘강력한 법적 조처’란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매우 희박한 협박성 대응책을 담당 변호사를 통해 기자들에게 문자를 보냈다.

본 필자도 지난 호 본지 칼럼을 통해 이 사건 최대 피해자는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한 한 많은 ‘홍길동’같은 그 소년에게 우표 없는 위로편지를 썼다만 어쨌거나 잘못은 자기들이 저질러 놓고 철없는 열 한 살짜리 소년의 가슴에만 그 큰 상처를 주고 정든 땅 조국에 살지도 못하게 원인 제공을 한 자들이 툭하면 법적대응 운운한다니 참으로 기가 막힌다.

조선일보가 처음 특종보도를 했을 때도 법적대응을 하겠다고 했고 가정부가 폭로를 했을 때도 또 강력 법적대응 한다고 소리쳤다. 그리고는 신문사 상대로는 소송을 취하해버렸다. 그 후 어느 누구를 상대로 민형사 소송을 제기했다는 말은 없으며 선임되었던 변호사조차 “나는 더 이상 할 일이 없다”고 선을 긋는다.

그런 도무지 이해하기 힘든 가벼운 언행을 자주 하다가 들리는 소문으로는 산으로 갔다는 소문만 무성하다. 검찰 내부에서도 그의 언행에 헷갈리는 실정이라고 한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인터넷에 가상 글을 올린 사람을 향해 또 공포탄 같은 ‘법적대응’ 하겠다며 언어의 실탄을 쏘아대었다. 그러면서 자신의 실명을 아이의 학적부에 무단으로 올려 세상을 발칵 뒤집어 놓은 임 여인을 법적대응 하겠다는 말은 한마디도 못하고 있으니 이게 도무지 무슨 일인가? 더 이상 국민 우롱적인 허구성 ‘법적대응’은 하지 말았으면 싶다.

하려면 소리 소문 없이 하면 된다. 얼마나 노련한 법률 전문가인가? 수십 년간 숱한 사람들 잡아가둔 능력 있는 그 정도의 수사 전문가라면 “진실보다 더 큰 무기는 없다”는 명언쯤은 충분히 알 것 이고 또한 ”노련한 매는 발톱을 감춘다”는 말쯤은 더 잘 알고 있을 터 인데 현실성이 전혀 없는 그야말로 ‘개 풀 뜯어 먹는 소리’ 같은 소리만 자꾸 들리니 참 어처구니가 없다.

많이 배운 지식인이니 정직함은 현명함의 어머니임을 깨우치고 산에서 속히 내려와 국민과 가족에게 무릎을 꿇고 고해성사 같은 진정한 용서를 구하는 길만이 그의 영혼이 살아 숨 쉴 수 있음을 권하고 싶다. 가정부의 말대로 라면 그들이 희희락락(喜喜樂樂) 재미를 보고 즐길 때, 그 아내의 눈물은 파도가 아닌 해일(海溢)이었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남편의 체면과 입장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퇴임식장에 어린 딸을 대동하고 참석한 조강지처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세상에는 상식이란 게 있다. 그것을 보편적 상식이라한다. 그럼에도 끝까지 누가 뭐라고만 하면 ‘강력한 법적대응’이라고 하면 국민들은 더더욱 역겨움 같은 감정만 쌓일게 아닌가. 자중자애를 당부하면서 이런 문제에 대하여 모든 고위공직자들은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고 처신들을 중후하게 하는 것은 어떨까? 남자는 자고로 뿌리 3개를 조심하라 했다.

첫째, 입 뿌리 조심으로 말을 가볍게 하지 말고, 둘째, 발 뿌리 조심으로 아무데나 가지 말고 셋째, 거시기 뿌리 아무데나 들이대지 말라는 선현들의 말씀을 새삼 생각해볼 계절이다. 급하다고 꼬리에 불붙은 강아지같이 혼비백산으로 뛰어다니면 누가 동정을 할 것인가?

<작가, 본지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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