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태 한국소방산업기술원 소방산업연구소 선임연구원

지난 8월 서울 영등포구 소재 한 유압공장에서 60대 남성이 불을 끄기 위해 소화기를 작동하려다 폭발사고가 일어나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소화기는 화재가 났을 때 우리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주는 가장 효과적이고 경제적인 초기 진화장비인데 너무나 어처구니없는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평소 소화기와 친숙하지 않은 일반 국민들은 이번 사고를 계기로 소화기 사용에 대한 두려움이 생겼을 것이다. 그러나 화재가 발생했을 때 폭발의 두려움 때문에 소화기에 선뜻 손이 가지 않는다면, 돌이킬 수 없는 인명과 재산 피해로 확대될 것이다.

이번에 폭발사고가 난 소화기는 1990년도에 생산된 가압식 분말소화기이다. 참고로 분말소화기는 일반적으로 가압식과 축압식으로 구분된다. 우리나라에는 아직 소화기 폭발사고에 대한 통계가 없어 일본의 통계자료를 살펴보면, 지난 43년간(1968~2010년) 발생한 분말소화기 폭발사고 143건 중 가압식에 의한 사고가 89%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축압식소화기는 용기 내부에 소화약제와 함께 압력원(가스)이 축압되어 있어서 소화기 작동시 축압된 가스압력에 의해 소화약제를 방사시키는 방식이다. 축압식은 가스가 새어나갈 수 있다는 단점이 있지만, 함부로 분해하거나 충전하지 않는 한 폭발의 위험은 거의 없다.

반면 가압식소화기는 별도의 가압용 가스용기(Cartridge)가 있어서 소화기 작동 시 가압용 가스용기 윗부분이 개방되면서 소화기 용기 안으로 압력이 가해져 용기 안의 소화약제를 방사시키는 방식이다.

가압식소화기는 손잡이를 누르는 순간 CO₂가스가 충전된 가압용 가스용기가 개방되는데, 소화기 용기에 결함이 있을 경우 가압용기에서 나오는 가스의 순간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용기가 파열되면서 폭발할 수 있다. 특히 노즐을 통해 방사가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을 경우 용기 내 압력이 더욱 상승하므로 위험할 수 있다.

때문에 가압식소화기는 2000년 이후 생산이 중단되었고 이후 축압식소화기가 보급되어 왔다. 그러나 그 전에 생산된 가압식소화기들이 아직도 많이 배치되어 있고 실태파악이 어려워 이번과 같은 사고가 재발할 가능성은 언제라도 있다.

아울러 한국소방기구공업협동조합에서 소화기의 내구연한을 8년으로 정하였지만 권장사항일 뿐 법적 구속력은 없는 상태다. 따라서 소화기 폭발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소화기가 부식되지 않도록 관리를 해야 하며, 오래된 구형(가압식) 소화기를 자발적으로 신형(축압식)으로 교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일반 가전제품도 5~10년 정도 지나면 소모성 부품에서 고장이 발생하기 시작한다. 다만, 가전제품은 자주 사용하므로 고장 여부를 쉽게 확인할 수 있지만, 소화기는 불이 나기 전에는 사용할 일이 없기 때문에 사용 전까지 고장 여부를 확인하기 쉽지 않다. 뿐만 아니라 일반 사람들은 소화기가 불을 끄는 도구라는 정도만 알고 있을 뿐, 소화기를 제대로 관리하는 경우는 드물다. 유사시 귀중한 생명과 재산을 지키고자 한다면 우리가 집에서 가전제품을 관리하듯이 소화기에도 많은 관심을 갖고 관리할 필요가 있다.

이번 소화기 폭발사고를 계기로 노후화된 소화기에 대한 종합 관리방안이 검토돼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대국민 홍보와 소화기 관리자 교육도 강화시켜 안전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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