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리업무 소홀 및 감리원 감독 부실 등 237건 적발

책임감리제가 시행되는 서울시내 건설공사장에서 설계도를 임의로 변경하는 등 안전불감증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는 시 산하 도시기반시설본부 등에서 책임감리제가 도입된 건설공사 현장 50곳을 대상으로 지난해 10월 10일부터 11월 14일까지 실시한 특별감사 결과를 지난 9일 발표했다.

참고로 책임감리제는 공사를 발주한 관공서가 관리감독 권한을 전문적인 역량을 갖춘 민간감리회사에 맡기는 제도로, 현재 200억원 이상의 건설공사에 적용되고 있다. 또 발주청이 책임감리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도 실시된다.

이 제도에 따라 민간감리회사의 책임감리원은 건설공사 전 과정에서 공사의 설계도와 기타 관계서류의 내용대로 시공되는지 여부를 꼼꼼히 확인하고, 안전 및 품질 등에 대한 기술 지도를 실시해 공사의 부실과 하자가 없도록 책임지고 관리해야 한다.

하지만 지난해 발생한 노량진 수몰사고와 방화대교 램프 전도사고 이후 책임감리제도의 실효성 논란이 크게 일었고, 특이사항 발생 시 현장 지휘 체계가 불분명해진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집중 제기됐다. 즉 이번 특별감사는 책임감리제의 허점과 개선방안을 중점적으로 짚어보기 위해 실시된 것이다.

그 결과 설계도서 검토 또는 시공상태 검측 소홀 등 현장 책임감리원 및 기술지원 감리원이 감리업무를 부실하게 한 사례가 167건, 발주청 공사관리관이 감리원에 대한 감독업무를 소홀히 한 사항이 70건 적발됐다.

이의 대표적인 예로 강남순환 도시고속도로 민간투자시설사업 건설공사 5~7공구의 경우 콘크리트 포장재의 최대 골재치수가 작아 균열발생 등 내구성에 우려가 제기됐다. 하지만 레미콘 수급이 어렵다는 이유로 배합기준 등 구체적인 기술검토 없이 주무관청과 협의도 하지 않고 감리원의 의견을 들어 민간 사업시행자가 임의로 작은 규격으로 설계를 변경했다.

서울시의 한 관계자는 “책임감리원이 설계도서 검토 또는 시공 상태 검측 등의 업무를 소홀히 해 시설물이 설계서와 다르게 시공돼 성능·기능의 장애가 우려되는데도 이를 합격 처리한 사례가 다수 적발됐다”라며 “또 기술지원 감리원이 월 1회 이상 실시해야 하는 현장 점검·확인·기술지도를 하지 않는 등 관련 규정에 따라 임무를 철저히 수행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이번 특별감사에서는 불법 재하도급 및 부당한 계약조건 부여, 대금을 어음으로 지급하는 등 223건의 지적사항도 적발됐다.

서울시는 이 같은 감사 결과를 토대로 부실 감리 등에 대해서는 고발 6건, 벌점부과 33건, 영업정지 2건, 과태료 부과 7건, 공정거래위원회 신고 8건 등의 조치를 취했다. 또 관계공무원에 대해서도 징계요구 2명, 훈계·주의 조치 23명 등 25명에 대한 신분상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

정기안전점검, 안전점검기관에 직접 발주키로

한편 서울시는 이번 감사결과를 바탕으로 책임감리제도의 내실화를 위한 단기·장기 개선방안을 마련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르면 시는 단기 대책으로는 적정한 금액이 설계에 반영되도록 하고, 건설업자가 예정가격을 과도하게 삭감하지 못하도록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키로 했다. 또 장기 대책으로는 발주청에서 정기안전점검을 안전점검기관에 용역으로 직접 발주해 시행할 수 있도록 관계법령의 개정을 건의할 예정이다.

특히 주로 감리전문회사에 근무하면서 기술업무를 지도하는 ‘기술지원 감리원’의 현장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 현장 점검, 확인, 평가, 기술지도 실적 등을 건설정보관리시스템(One PMIS)에 등재하도록 의무화하고, 최근 마련된 감리용역 중간평가제도가 정착되도록 이행 확인을 위한 감사도 실시할 계획이다.

또한 올해 처음으로 ‘안전감사 옴부즈만’을 20명으로 구성·운영해 합동감사와 교차점검 등으로 감사를 강화할 방침이다.

송병춘 서울시 감사관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건설공사 현장에 대한 감사를 실시해 책임감리제도가 현장에서 제대로 정착되도록 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안전이 확보되는 서울을 만들어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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