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간 망치질을 반복해 팔꿈치에 통증이 생겼다면 이를 업무상 재해로 봐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등법원은 H자동차 소속 근로자 배모(36)씨가 요양급여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은 처분이 부당하다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1심과 같이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지난 15일 밝혔다.

재판부는 “배씨의 작업 공정인 망치질과 손목, 팔의 반복 동작 등이 팔꿈치에 부담을 줬고, 배씨의 근무시간과 기간 등을 감안하면 질병과 업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또 “배씨의 취미생활인 수영과 스킨스쿠버, 스노우보드, 축구 등이 팔꿈치 통증을 유발한 요인으로 보기 어렵다”라며 “진단 당시 배씨는 33세에 불과해 퇴행성 질환이라고 보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배씨는 입사 후 9년여간 H자동차 공장에서 트렁크 단차수정 작업을 담당했다. 단차수정 작업은 컨베이어 벨트로 넘어온 차체에 변형이 생길 경우 문과 트렁크 등을 쇠망치로 쳐서 간격을 맞추는 작업이다. 이는 1분당 5~10차례가량 팔꿈치에 힘을 줘 망치질을 반복해야 하는 업무다.

그러던 중 배씨는 지난 2012년 2월 오른쪽 팔꿈치에 통증을 느꼈고 병원에서 우측주관적 외측상과염을 진단받았고, 같은 해 4월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를 신청했다.

하지만 근로복지공단은 배씨가 작업할 때 사용한 우레탄과 쇠망치의 무게가 최대 1.57㎏으로 팔꿈치에 무리를 줄 수 없다고 판단했다. 단차수정 평균 근로 시간도 하루 평균 2시간 이내이기 때문에 신체에 과도한 부담을 주지는 않는다고 봤다.

하지만 1심은 “배씨가 단차수정 작업을 10년 가까이 반복한 점, 퇴행성 질환이라고 보기 어려운 점, 질병에 대한 외부 원인을 찾아볼 수 없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업무로 인해 생긴 질병이라고 본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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