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해를 입고도 장해급여 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지나 실제 급여를 받지 못한 사람의 장해가 악화됐다면 기존에 받지 못한 장해급여를 새로운 장해급여 수령액에서 공제해선 안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지난 16일 정비기사로 근무하다 입은 부상이 악화돼 재요양한 후 장해등급 급수가 상향된 이모(70)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장해연금 지급 개시일을 바꿔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산업재해보상법상 재요양 후 변경된 장해등급으로 인한 장해급여 청구시 기존의 장해급여를 공제하도록 한 것은 이미 보상받은 부분에 대해 중복으로 보상을 받는 불합리를 막기 위한 것”이라고 전제했다.

이어서 재판부는 “장해급여를 청구했지만 받지 못한 사람이 재요양 후 장해등급이 변경돼 급여 수령을 청구한 경우에는 중복지급이라는 불합리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다”며 “이는 소멸시효로 인해 기존 급여 청구권이 사라진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판시했다.

참고로 이씨는 A회사에서 정비기사로 근무하던 1982년 7월 운전기사 대기실에서 낮잠을 자다 다른 근로자에게 오른쪽 다리를 밟혀 몇 번의 수술 끝에 장해등급 ‘제8급 제7호’ 판정을 받았다.

이씨는 요양생활을 한 후 2003년 10월 공단에 장해급여를 신청했지만 공단은 치료종결일로부터 3년이 지나 소멸시효가 완성됐다며 지급을 거절했다.

이후 이씨는 2009년 4월 왼쪽 다리의 상태도 악화되면서 재요양 승인을 받아 요양한 후 기존 8급에서 6급으로 장해등급 조정을 받았다. 이에 이씨는 2010년 공단에 6급 장해를 이유로 장해연금을 신청했다.

공단은 이씨가 새로운 장해급여를 수령할 수는 있다고 판단했지만, ‘제8급 제7호’ 장해로 인한 장해급여만큼은 공제해야 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시효소멸가 지났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이씨는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고, 1심 재판부는 “종전 장해급여가 실제 지급됐느냐에 상관없이 새로 발생하는 장해급여청구권은 종전 장해급여와의 차액에 한정된다”며 공단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시효완성으로 장해급여 청구권이 소멸한 경우 해당 근로자는 장해급여를 받지 않았기 때문에 중복지급의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며 이씨 쪽 손을 들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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