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병복 논산시장애인연합회장

손병복 회장의 일과에는 휴식시간이 없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쉴 틈이 없다. 논산시장애인연합회장을 필두로 (주)희망우리사랑서비스, 논산시지체장애인편의지원센터 등 다수의 취약계층지원사업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하반신마비라는 불편한 몸을 이끌고 그는 지역 곳곳을 찾아다니며 장애인, 노인 등 지역 내 취약계층을 돕고 있다.

이런 그에게 주변 사람들은 “매달 나오는 산재 연금을 가지고 편하게 살지 왜 사서 고생을 하느냐”고 우려 섞인 질문을 던진다. 이에 대한 손 회장의 답변은 늘 한결같다. “이 일들이 바로 제가 살고 있는 이유입니다”

산재의 고통을 극복하며 얻은 용기를 이제는 다른 이들에게 나눠주고 있는 손병복 논산시장애인연합회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버스지붕에 깔리는 사고 입어

 

1991년 7월 30일 충남 논산에 위치한 모 폐차장. 손병복씨는 동료 근로자들과 함께 한 시내버스의 해체작업을 하고 있었다.

버스 내부 구조물들을 뜯어내고, 버스 상단과 하단을 분리하는 작업을 한창 하던 중 갑자기 버스지붕이 내려앉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붕을 받치고 있던 지지대가 무게를 견디지 못해 부서지고 만 것.

이 사고로 손 씨는 순식간에 차 지붕에 깔리고 말았다. 동료들과 긴급 출동한 구급대원들에 의해 신속히 구조는 되었으나 그의 상태는 예상보다 심각했다. 허리 밑으로는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던 것.

병원에서의 진단결과는 더욱 충격적이었다. 척추(흉추) 골절로 인한 하반신마비. 그의 나이 불과 서른 한 살이었다. 거기에 그에겐 아내와 갓 돌을 넘긴 아들이 있었다.

실낱같던 희망도 사라져

수술을 기다리며 병실에 누워있는 동안 끝없는 후회가 그를 괴롭혔다. 안전을 뒤로 미루고, 오로지 작업의 효율성만을 생각했던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후회와 자책으로 인한 고통이 극에 달할 때쯤 수술 시간이 다가왔다. 의사는 그에게 수술에 대한 설명을 해주었다. “이 수술은 당신을 걸을 수 있게 하는 수술이 아닙니다. 당신이 휠체어라도 탈수 있게끔 하려는 수술입니다”

그 말에 실낱같던 작은 희망조차 사라졌다. 손 씨는 모든 것을 체념한 듯 말했다. “의사 선생님 부디 저를 그저 고통 없이 죽도록 해주세요”

하지만 수술은 잘 끝났고, 죽음을 바라던 그의 소원은 결국 이루어지지 않았다.

장애인도 남을 도울 수 있다

숨이 붙어 있기에 살기는 해야 했지만 사는 목적이 없었다. 그러던 중 입원해있던 대전산재병원(구 대전중앙병원)에서 한 뇌성마비 환자를 만나게 됐다. 그 환자는 손 씨에게 “당신은 손이라도 쓸 수 있지만 난 손·발이 있어도 스스로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습니다. 그리고 당신에겐 사랑하는 아내와 아들이 있지 않습니까? 당신은 부족함이 없는 사람입니다”라는 말을 해주었다.

이 조언은 그의 삶을 180도 변하게 했다. 재활치료에 열성적으로 임한 것은 물론 주변 산재환자들과도 적극적으로 어울렸다. 또 산재환자들과 힘을 모아 병원 내 작은 도서관을 만들기도 했다.

그와 동료들이 만든 도서관에서 환자들이 책을 빌려다보며 즐거워하는 모습은 그에게 큰 감동을 주었다.
특히 장애를 가진 자신도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에 그는 행복감을 느낄 수 있었다. 이 경험은 향후 그의 삶을 뒤바꾸어 놓았다.

3년여의 병원생활을 마친 그는 고향 논산으로 돌아와 본격적으로 취약계층을 돕기 위한 사업을 펼쳤다.
친척 형님 등의 도움을 받아 노인 등 취약 계층을 상대로 무료세탁서비스를 해주는 ‘희망우리사랑서비스’라는 회사를 설립하고, 장애인들에게 무료로 노래, 컴퓨터 활용 등을 알려주는 교육센터도 열었다. 또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지역 장애인단체의 수장도 수차례 맡게 됐다.

이미 몸이 벅찰 정도로 많은 일을 하고 있지만 그의 걸음은 아직도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향후엔 지역 내 가난한 농민들을 돕기 위한 일도 하겠다는 것.

그의 최종 목표는 장애인들과 비장애인들이 함께 걸어가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그 혼자만의 힘이라면 어쩌면 이 목표는 달성하기 힘들지도 모른다. 더 많은 산재근로자분들이 고통을 극복하고 일어서, 손병복 회장이 꿈꾸는 세상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힘을 보태주길 간절히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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