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효 대림산업 안전보건진단팀 차장

 

근래에 산업현장에서 안타까운 사고들이 빈발하고 있습니다.

사고(事故)가 발생하는 데는 언제나 많은 원인들이 복합되어 있지만, 모든 일에서 사고 예방을 위해서 인(人)의 측면과 물(物)의 측면에서 필요한 두 가지 요건이 있습니다.

먼저 인간(人)적 측면에서 필요한 사항입니다.
'멈추고(Stop), 살피고(Look), 행동하기(Go)'입니다.
대부분의 사고는 그 순간 그곳에 마음을 집중하지 못한 상황에서 기인합니다.
작업장에서 마음이 떠난 것은 운행 중인 자동차에서 운전자가 내려버린 상황과 유사합니다.
동시 다발적으로 수행하는 일이 너무 많고, 주어진 시간은 촉박하여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한계를 넘었을 때 마음은 지금 하고 있는 작업에 집중하지 못합니다.

또한 개인적 고민거리로 번민이 가득한 경우에도 마음은 작업에 집중하기 어렵습니다.
어떤 일이든 그 일에 마음을 집중하지 못할 때 매우 위험한 상황이 벌어집니다.
삶의 이치에 통달한 현자(賢者)들이 마치 서로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한결같이 권하는 것이 있으니 “밥 먹을 때 밥 먹고, 일 할 때 일하고, 쉴 때 쉬어라”는 이야기입니다.
매 순간 자신이 있는 그곳에 몸과 마음이 함께 있는 현존(現存)의 태도를 권하는 것입니다.

1)주어진 절대공기는 점점 짧아지면서 2)설계는 더 복잡해지고, 3)요구되는 품질 기준은 높아지면서 4)투입 비용은 옹색한 상황에서, 5)경험 있는 숙련자마저 부족한 5중고에 처해있는 지금의 건설현장에서는 불가피하게 1인 2역, 3역의 과중한 업무를 수행해야 합니다.
그렇지만 아무리 급해도 바늘허리에 실을 묶어서는 바느질을 할 수 없고, 급히 서두르다가 첫 단추를 잘 못 꿰면 옷을 모두 다 입고 나서 다시 벗어야 하는 낭패를 만나게 됩니다.

번잡하고 조급해진 마음이 작업이 진행되는 그 장소에서 떠나 버렸을 때, 그것을 알아챌 수 있어야 떠난 마음을 작업현장으로 불러올 수 있습니다.
마음을 살피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라고 어려워 하지만, 의외로 잠시 멈춰서 심호흡을 하면서 자신과 주변을 살펴보는 단순한 행동만으로 가능한 일입니다.

초종교 학자이며 강연가인 데이비드 스타인들 라스트(David Steindl-Rast) 수사는 TED 강연에서 마음을 지금 이 곳으로 불러오는 방법을 안전하게 도로를 건너는 방법에 비유해서 설명하고 있습니다.
“잠시 멈추고(Stop), 주변을 살피고(Look), 행동하기(Go)”
마음이 떠난 작업은 멈추고 살피는 과정 없이 무작정 도로에 뛰어드는 행위처럼 위험합니다.
너무 분주하여 마음이 그곳에 머물지 못하는 상황을 매 순간 인지하고 마음의 질주를 잠시 멈추고 천천히 깊은 심호흡을 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 단순한 행동이 부유(浮游)하는 마음을 다시 그곳으로 안착시켜 편안(安)하고 온전(全) 한 상태를 지켜냅니다.
마라토너는 마라톤을 완주하는 비결을 적정한 속도를 지키면서 바로 지금 이 순간 딛는 한 발자국에 집중해서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달리는 것이라고 하고, 심마니는 산삼을 찾는 비결이 지금 발 딛고 서있는 발아래를 찬찬히 살피는 것이라고 합니다.
성공하는 비결은 매 순간 자신이 있는 그곳에 온 마음을 집중하는 것입니다.

다음은 물질(物)적 측면에서 필요한 사항입니다.
‘안전관리 업무에 소요되는 비용은 원가 관리의 대상에서 제외되어야 합니다’

안전의 업역은 가장 우선되어야 할 절대적 가치로 원가개념에서 제외되어야 할 분야입니다.
조심조심 코리아, 안전한 대한민국을 구현하기 위한 일환으로 산업현장에서 안전에 소요되는 비용만큼은 필요한 만큼 사용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제도적 뒷받침과 사회적 공감대가 필요합니다.

안전 분야를 선도하고 있는 국가들의 안전정책을 참조하여, 안전관리비용은 프로젝트의 계약 낙찰률과 별개의 설계비용으로 적용하여 원가와 별개의 독립성을 보장하고, 철저한 안전관리계획이 모든 프로젝트의 설계 단계에서 필수 구비요건으로 평가되고 시공 시 그대로 지켜지도록 관리해야 합니다.

우리가 수행하는 모든 프로젝트에서 품질, 공기, 원가의 목표보다 가장 우선되어야 하는 근원적 가치는 안전을 토대로 한 인간의 행복입니다.

품질, 공기, 원가에 대한 실패는 대부분 대안의 해결책을 찾을 수 있는 여지(餘地)가 있지만, 안전의 실패는 어떤 방법으로도 만회할 수 없기 때문에 ‘안전제일(安全第一)’이라고 합니다.

"멈추고(Stop), 살피고(Look), 행동하는(Go)" 태도로 온 마음을 지금 수행하고 있는 작업에 집중하는 습관과 안전관리 업역에 대한 제도적 보완이 사고 공화국의 오명을 딛고 일어나 모두가 안전한 대한민국으로 도약하는 하나의 밑바탕이 될 것입니다.
저작권자 © 안전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