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안전사고 핫이슈

G20 정상회의를 개최하면서 경제ㆍ정치적으로 진정한 선진국으로 접어들었던 2010년 한 해. 국가적으로 많은 발전이 있어왔지만 여전히 안전에 대해서는 아직 많이 미흡하다는 것을 느끼게 했던 한 해로 평가된다. 올해 역시 다양한 사고로 인해 사회적으로 ‘안전불감증’이라는 단어가 끊임없이 회자되던 한 해였던 것이다.

본지는 올 한해 이 ‘안전불감증’으로 인해 발생했었던 대표적인 사고들을 모아봤다. 그리고 이를 통해 우리나라 안전문화의 현주소를 다시 한 번 느껴보고자 한다.

정리해보면 올해의 경우 산업현장의 대형사고 외에도 일반 생활 속에서 발생하는 대형사고가 그만큼 많았다. 그나마 다행스러웠던 것은 올해 산업현장에서 발생했던 사고들을 보면 예년처럼 수십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한 대형재해는 없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올해에 발생했던 각종 사고를 보면 우리사회에 ‘안전불감증’이라는 병폐가 얼마나 깊숙이 뿌리내려 있는지 쉽게 알 수 있다.

경제에 걸맞은 선진국 수준의 안전문화.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역시 우리사회의 ‘안전불감증’을 치유하는 일이 선행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 한복판에서 버스 폭발사고

지난 8월 9일 서울 성동구 행당동에서 CNG시내버스가 갑자기 폭발했다. 이 사고로 버스에 타고 있던 승객과 인근에 있던 행인 등 17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이 중 27살 이 모양은 양 발목이 절단될 정도로 큰 부상을 입기도 했다.

조사결과, 이번사고는 버스의 8개 연료통 중 1개의 연료통에서 폭발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료통의 클램프 볼트가 헐거워진 채 운행을 계속하다가 진동 등으로 인해 복합채에 손상을 입어 폭발했다는 것이 국과수의 분석이었다. 또한 밸브의 오작동 및 밸브 전선의 단선 등으로 연료통에서 충전가스가 방출되지 못한 것도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나타났다.

위험천만한 CNG가스통을 버스에 장착시켜놨는데도 가장 기본적인 조치마저 이뤄지지 않은 이 어의없는 상황에 대해 국민들은 크게 경악했다.

사고를 계기로 정부는 CNG버스에 대한 종합안전대책을 발표하면서 전반적인 안전관리를 강화하기로 했지만, 이번 사고는 그동안의 ‘사후약방문식’ 대처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였다고 밖에 평가할 수 없다.

국민의 발이라 할 수 있는 버스도 이제는 안심하고 탈 수 없는 처지에 놓인 우리나라의 현실. 이번 사고를 놓고 볼 때 우리나라가 안전선진국으로 가는 길은 멀게만 느껴진다.

 


부산 초고층 주상복합 아파트, 화재에 무방비

지난 10월 1일 부산 해운대의 모 아파트에서 화재사고가 발생했다. 이 아파트는 38층 높이의 주상복합아파트로 부산에서는 명품 아파트 중 하나였다. 하지만 이번사고로 인해 그 위신은 끝없이 추락하게 됐다.

이번 화재사고는 4층 탈의실에서 문어발식 콘센트로 인해 발생한 스파크가 발단이 됐다. 그리고 여기서 발생한 불은 순식간에 38층 외벽까지 치고 올라왔다. 이렇게 불이 최고층으로 급격히 확산된 것은 건물의 외벽마감재로 가연성 소재인 알루미늄 패널이 사용됐기 때문이다.

아울러 고층 건물에 대한 소방관련 법체계도 문제가 됐다. 현행 소방법은 30층 이상 초고층 아파트와 11층 이상 일반 아파트를 구별 짓지 않고 스프링클러와 소화전 등의 기본적인 소방시설만 갖추도록 하고 있다. 초고층의 경우 소방장비(고가사다리차 등)가 닿지 않는 등 화재진압이 어려움에도 특별한 대책이 마련돼 있지 않은 것이다.

이렇게 허술한 법체계에 대해 국토부와 소방방재청은 지난주 초고층(30~49층)안전관리대책을 내놓으면서 이들 건물에 대해서도 보다 강화된 안전관리를 시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지금까지 초고층건물에 대한 화재대책이 누가 봐도 미흡한 상황이었는데도, 기본적인 안전관리대책도 마련하지 않았던 정부에 대해서는 분명 아쉬움 마음이 들 수밖에 없다.

용광로 사고에 네티즌 격노

9월 7일 충남 당진군 석문면 모 철강업체에서 이 업체 직원 김모(29)씨가 작업 도중 용광로에 빠져 숨졌다. 5m 높이의 용광로 위에서 고철을 넣어 쇳물에 녹이는 작업을 하던 도중 발을 헛디뎌 추락한 것. 용광로에는 섭씨 1600도가 넘는 쇳물이 담겨 있어 사고 후 한동안은 김씨의 시신조차 찾을 수도 없었던 상태였다. 결국 며칠간 용광로를 식힌 다음에야 김씨의 시신 일부만을 수습할 수 있었을 뿐이었다.

사고 원인은 간단하기만 하다. 사고자가 1600도가 넘는 용광로 위의 철판에서 작업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철판에는 안전난간 등 안전시설이 전혀 갖춰져 있지 않았던 것이다.

우리나라 중소규모 현장의 안전관리 실태를 여실히 보여준 이번사고에 대해 네티즌들은 진노했다. 또 이와 맞물려 ‘그 쇳물 쓰지 마라’라는 제목의 조시(弔詩)가 트위터를 타고 퍼지면서 온라인 공간에서 추모 분위기가 급격히 확산되기도 했다.

뜨거운 용광로 속에서 고통을 느낄 새도 없이 죽어갔던 한 청년을 생각해보면 이번 사고는 올해 사고 중 가장 안타까운 사고가 아니었을까 싶다.


타워크레인 붕괴사고 올해에도 계속

올해에도 어김없이 대규모 타워크레인 붕괴사고가 발생했다. 10월 6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모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12톤급 타워크레인(높이 80m 규모)이 전도되어 지상으로 추락한 것. 이 사고로 크레인 운전자 등 2명이 숨지고, 1명이 부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용노동부 조사결과, 타워크레인 후크가 장애물에 걸리면서 회전하는 붐대에 하중이 가해졌고, 여기에 턴테이블 등의 볼트 연결상태 불량, 장비 노후화, 운전자의 오조작 등이 맞물리면서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노동부는 이 중에서 볼트 연결상태의 불량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내다봤다. 피로파괴가 누적된 볼트에 약간의 충격이 가해지자 볼트가 파단됐고, 이것이 타워크레인 전체의 전도로 이어졌다는 것.
이 사고는 국정감사 시 산업안전 분야에서 최고의 화두가 되기도 했다. 국감 당시 타워크레인의 연결부에 사용된 볼트가 설계와는 다르게 사용됐다는 사실이 밝혀졌을 정도였다.

정부는 사고 직후 타워크레인의 안전점검 주기를 현행 2년에서 대폭 앞당기고, 안전관리를 더욱 강화하는 방향으로 건설기계관리법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와는 별도로 대형 타워크레인의 안전관리에 대한 획기적이고 근본적인 개선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도 각계에서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서도 정부가 고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화재에 취약한 노인요양센터

11월 12일 포항시에 소재한 인덕노인요양센터에서 대형화재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사망 10명, 부상 17명 등 총 27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번사고는 우리나라 소규모 요양시설의 미흡한 관리실태를 여실히 보여줬다. 건물의 신축 시 방염ㆍ절연성이 낮은 건축자재가 사용됐는데도, 소방설비는 소화기와 가스누설경보기 등만이 갖춰져 있었던 상태였다. 이는 규정상 이곳 시설이 특별히 자동식 소화설비를 갖춰야할 의무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현행 소방법은 연면적 600㎡ 이상의 건물은 자동화재탐지기 등을 갖춰놓도록 했지만, 인덕노인요양센터의 경우 연면적 387㎡로 이 규정에도 제한을 받지 않았다.

이번 사고가 더욱 심각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우리나라 대부분의 노인요양시설의 현실이 이러하기 때문이다. 이들 시설에는 현행법상 소화기 등 가장 기본적인 소방시설만 갖추면 되어 화재가 발생하면 신속한 대응을 할 수가 없다. 여기에 소규모 요양시설들은 지자체들의 정기점검 대상에서도 대부분 제외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즉, 우리나라 노인요양시설의 상당수가 화재안전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각계에서는 소규모 요양시설에 대한 점검체계 및 관련제도의 대대적인 개선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와 국회, 관련기관 모두 이번 사고를 계기로 소규모 노인요양시설, 더 나아가 청소년수련원 및 사회복지시설 등 취약시설에 대해 한 번 짚어보고 이에 대한 개선안을 시급히 마련해야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안전삼각대 하나만 있었더라도

지난 7월 3일 인천대교 영종IC 근처에서 24명이 탑승한 고속버스가 도로 밑으로 추락한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승객 13명이 숨지고 11명이 중상을 입었다.

사고의 발단은 이렇다. 버스에 앞서가던 1톤 화물차가 도로 한가운데에 엔진고장으로 정차해 있던 경차를 발견한 후 차선을 변경하면서 급정거했고, 이 과정에서 버스가 화물차를 피하려다 중심을 잃고 10M 아래 도로공사장으로 추락한 것이다.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상에는 비상정차 시 차량의 후방 100여m이상(야간 200m)거리에 안전삼각대를 설치해야 하지만 경차 운전자는 후방 안전조치로 비상등만을 켰을 뿐 안전삼각대는 휴대조차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리고 버스와 화물차 운전기사 역시 안전거리를 두지 않은 채 과속 운전했었다는 점도 사고의 주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아울러 조사결과, 사고현장의 가드레일도 크게 부실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가드레인은 일반적으로 150㎝이상 매립하도록 하고 있지만 사고현장의 가드레일은 약 40cm 밖에 묻혀 있지 않았다. 높이 또한 83㎝ 정도에 불과했다. 애초부터 추락 방지기능을 전혀 하지 못할 정도로 엉성하게 설치되었던 것이다.

결국 이번사고는 운전자들의 안전불감증과 부실한 가드레일 관리실태가 빚어낸 대형 참사로, 우리나라의 안전문화가 어느 정도 수준에 와있는지 쉽게 짐작할 수 있게 한다.

200M 아래로 추락, 전형적인 안전불감증

지난 7월 27일 62~64층의 초고층 공사현장에서 근로자 3명이 추락했다. 추락 높이만 200미터였다. 사고는 외벽에 설치된 작업발판대를 해체하던 중에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래 외부작업발판 해체 같은 위험작업은 기능사보 이상의 자격이 있거나 3개월 이상 숙련된 전문가를 투입해야 한다. 하지만 이번 사고는 해체 작업에 투입될 예정이던 숙련공들이 출근을 하지 않자 비전문가인 하청회사 안전과장 이모(35)씨 등 3명이 임시방편으로 작업하다 발생했다.

여기에 작업자가 교체됐음에도 해체작업 절차에 대한 안전교육과 안전점검이 전혀 실시되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였다. 또 작업시간을 단축시키기 위해 근로자들이 안전핀 6개 중 4개를 풀어놓는 관행도 묵인된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이 사고는 우리나라 건설현장의 총체적인 안전불감증과 공기 우선주의의 폐해를 여실히 보여줬다고 평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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