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 안전관리자 선임 기준 ‘50억 원 이상 사업장’으로 확대
건설업 안전관리자 선임 기준 ‘50억 원 이상 사업장’으로 확대
  • 연슬기 기자
  • 승인 2019.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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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워크레인, 건설용 리프트, 항타기·항발기’만 도급인이 안전조치 해야 할 기계·기구로 규정
농도 1% 이상 황산·불산 취급설비 해체작업 등은 사내도급 시 고용노동부 승인 필요

산업안전보건법은 지난해 전부 개정이 추진될 당시부터 노·사·민·정 간에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쟁점이 많았다. 도급인의 안전보건 책임 범위, 중대재해 발생 시 작업중지 요건 및 해제 절차, 사내도급 허용 범위,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대한 안전보건조치, 물질안전보건자료 작성·제출 대상 화학물질 범위 등이 그 대표적인 예다. 이들 사항과 관련해 개정 산안법은 큰 틀에서의 기준만 제시하고 구체적인 내용은 하위규정에 위임했다. 이 같은 하위법령 개정의 중요성을 감안하여, 그동안 고용노동부는 노동계, 경영계, 전문가 등의 의견을 적극 수렴하면서 개정안을 만들어왔다. 각계의 의견을 검토하고 담아낸 ‘산업안전보건법 하위법령 개정안’의 주요 내용을 정리해봤다.

박화진 고용노동부 노동정책실장이 지난달 22일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브리핑실에서 '산업안전보건법 하위법령 개정안 입법예고'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박화진 고용노동부 노동정책실장이 지난달 22일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브리핑실에서 '산업안전보건법 하위법령 개정안 입법예고'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업장 외부의 도급인 책임지역은 추락·질식 등 위험장소로 한정
전부 개정 산안법의 핵심 중 하나는 수급인 근로자의 산재발생 비율이 높은 점을 감안해 도급인의 안전보건 책임을 강화하고 위험작업의 도급을 제한한 것이다. 이에 따라 시행령(안)은 그 구체적인 도급 제한 범위와 도급 시 승인 필요 작업 등을 명시했다.

우선 개정 산안법을 통해 도급인의 책임이 사업장 내 모든 장소로 확대가 된 점을 고려하여, 시행령(제11조)과 시행규칙(제5조) 개정안은 사업장 외부의 도급인 책임장소를 현행과 같이 추락·질식·화재·폭발·붕괴 등의 위험이 있는 22개 장소로 한정했다. ▲토사·구축물·인공구조물 등이 붕괴될 우려가 있는 장소 ▲비계 또는 거푸집을 설치하거나 해체하는 장소 ▲건설용 리프트를 운행하는 장소 등이 그것이다.

또 개정 시행령(안) 제51조를 보면, 농도 1% 이상의 황산·불산·질산·염산 취급 설비를 개조·분해·해체·철거하는 작업 등을 사내도급 시 고용노동부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작업으로 규정했다.

◇타워크레인 설치·해체업 등록에 필요한 인력·시설 및 장비 기준 신설
지속적으로 사고가 다발하고 안전에 대한 책임소재가 불분명한 타워크레인과 같은 건설 기계·기구에 대한 규정도 마련됐다. 개정 시행령(안) 제67조와 시행규칙(안) 제98조를 보면 타워크레인, 건설용 리프트, 항타기·항발기에 대해 건설공사 도급인이 대여자와 합동으로 안전점검을 실시하고, 작업계획서 작성·이행여부를 확인토록 하였다.

아울러 타워크레인 설치·해체 자격 보유자 4명 이상 등 타워크레인 설치·해체업 등록에 필요한 인력·시설 및 장비 기준(시행령안 제73조 별표15)도 신설됐다. 타워크레인 설치·해체업을 등록하지 않고 설치·해체하는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는 기준도 마련됐다.

건설업에서는 안전관리자 선임 기준(개정령안 제15조 별표 3)이 확대된 점도 눈여겨 볼 부분이다. 선임 기준을 공사금액 50억 원 이상 사업장으로 확대하고, 공사금액별로 선임대상 안전관리자 수 및 선임방법 등을 규정했다. 이와 함께 보건관리자 선임대상 사업(개정령안 제19조 별표 5)도 확대됐다. 상시근로자 50인 이상 육상운송 및 파이프라인 운송업이 보건관리자 선임대상 사업장에 포함됐다.

◇작업중지 해제요청일로부터 4일 이내 심의위 열고 가부 결정해야
개정 산안법에서 하위법령에 위임한 중대재해 발생 시 작업중지 해제절차는 개정 시행규칙(안) 제71조와 제72조에 담겼다.
참고로 중대재해 발생 시 작업중지와 관련해 개정법에서 이미 그 요건을 규정하고 있다. 중대재해 발생 후 다시 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는 경우에 ‘일부 작업중지’를 명령할 수 있고 붕괴나 화재·폭발, 물질 누출 등으로 중대재해가 발생해 주변으로 확산될 수 있는 등 불가피한 경우 ‘전부 작업중지’ 명령을 내릴 수 있다. 

작업중지 해제절차 관련 개정 시행규칙(안)의 내용을 보면, 먼저 사업주로 하여금 유해·위험요인 개선내용에 대하여 중대재해와 관련된 작업근로자의 의견을 청취한 후 작업중지명령 해제신청서를 제출토록 했다. 이어 지방고용노동관서장으로 하여금 해제요청일로부터 4일 이내 작업중지해제 심의위원회를 개최하여 해제 여부를 결정하도록 규정했다.

이때 해제심의위원회는 해당 사업장과 이해관계가 없는 외부전문가 1명 이상을 반드시 포함하여 구성하고, 작업중지명령 대상 유해·위험업무에 대한 안전보건조치가 개선되고 작업중지 해제 이후 안전작업 대책이 충분히 확보되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해제를 결정토록 했다.

◇배달 안전운행을 위한 의무 강화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에는 기업에 필요한 노무를 제공함에도 산안법상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던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대한 보호조치도 담겨 있다.
이에 하위법령에서는 보호 대상 특고종사자의 범위와 그에 따른 안전보건조치를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특고종사자 범위는 현행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직종인 ▲보험설계사 ▲건설기계 운전사(27종) ▲학습지교사 ▲골프장 캐디 ▲택배원 ▲퀵서비스기사 ▲대출모집인 ▲신용카드모집인 ▲대리운전기사 등 9개 직종과 동일하게 정했다. 법 시행초기인 점을 고려했다는 게 고용부의 설명이다. 허나 각 업무별로 유해위험요인이 상이하기에 안전보건조치는 각 직종별로 달리 규정했다.

이와 함께 개정 안전보건기준규칙(안) 제672조를 보면, 배달 앱을 통해 이륜자동차로 배달하는 배달종사자의 산재예방을 위해 배달중개자에게 운전면허 및 보호구 보유여부를 확인토록 하는 등 안전운행을 위한 조치의무도 마련했다.

◇연구용 화학물질은 물질안전보건자료 작성 제외
그동안 사업기밀 누출 등의 우려로 많은 논란이 야기됐던 물질안전보건자료 작성·제출 제외대상 화학물질에 대한 기준도 정해졌다. 개정 시행령(안) 제87조를 보면, 현행 물질 외에 방사선 안전관리법상 원료물질, 연간 제조·수입량이 100kg(개별용기 10kg) 미만의 R&D목적의 물질 등 5개 물질을 물질안전보건자료 작성·제출 제외대상 화학물질로 추가했다.



노·사·학 모두 산안법 하위법령 개정안에 ‘불만족’
한목소리로 “각계의 요구사항 제대로 반영 안 돼”



고용노동부가 약 30년 만에 산업안전보건법을 전부 개정하고, 각계 전문가의 의견도 수렴하면서 공들여 하위법령 개정안을 마련했지만 정작 이를 바라보는 노·사·민·학계의 시선은 곱지 않다.

지난해 말부터 지속적으로 문제점과 요구사항을 제안했지만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 이들의 공통된 주장이다.

먼저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지난달 22일 고용부가 하위법령 전부개정안을 입법예고하자마자 심각한 우려가 담긴 입장을 표명했다. 경총은 산업계의 핵심요구사항이 반영되지 않아 법률시행에 따른 사업주의 우려가 큰 상황이라며, 그 대표적인 예로 작업중지해제절차를 지목했다.

경총 관계자는 “작업중지해제심의위원회를 4일 이내 개최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작업중지로 인해 해당기업과 관련 산업에 막대한 피해를 주었던 작업중지 해제 결정의 지연문제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며 작업중지의 범위와 명령의 요건인 동일한 작업, 산재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 등에 대한 구체적 기준도 마련되지 않아, 고용부 감독관의 자의적 판단에 의한 작업중지 명령 문제가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경총측은 도급인의 안전보건 책임 범위에도 불만을 표시했다. 도급인이 책임져야 할 도급인 사업장 밖의 범위도 22개 산재발생 위험장소만 하위법령에 규정했을 뿐, 도급인이 지정·제공한 경우, 지배·관리하는 범위는 정하지 않고 있어, 도급인이 어느 범위까지 관계수급인 근로자의 안전을 책임져야 할지 불명확하다는 게 그 설명이다.

경총 관계자는 “법률위임 근거가 없어 금번 하위법령 개정안에 담지 못한 작업중지 및 관계수급인 기준에 대해서는 향후 정부가 별도로 행정지침을 마련하여 업계의 우려를 해소해 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노동계는 이번 하위법령 개정안이 진일보한 것은 맞지만 만족할 수준은 아니라는 것에 뜻을 같이했다.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은 “하청 노동자의 산재에 대해 원청의 책임을 묻게 하여 위험의 외주화를 조금이나마 막을 수 있게 한 것에 의미가 있다고 보지만, 여전히 우리가 원하는 만큼의 수준은 아니다”라며 보다 강하고 촘촘한 법제도의 마련을 촉구했다.

민주노총 역시 비슷한 입장이다. 조선업 및 발전소 도급 하청 노동자들에 대한 안전조치가 미흡하고 작업중지해제신청절차도 형식적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작업중지해제에 앞서 현장 확인도 하고 노동자 의견청취도 하고, 전문가들이 심의 판단도 해야 하는데 4일 이내에 무조건 해제심의위원회를 개최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게 그 설명이다.

이외에 민주노총은 재해가 다발하는 건설장비가 많은데 타워크레인, 건설용 리프트, 항타기·항발기에 대해서만 원청의 책임을 강화한 것에 대해서도 강한 반대의 의견을 내놓았다.

학계의 시선은 더욱 차갑다. 산업안전보건법 관련 저명한 전문가인 정진우 서울과기대 안전공학과 교수는 “개정 산안법에서 불명확하고 모호하게 제시한 부분에 대해 하위법령이 구체적으로 규정을 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보니 현장에서 많은 혼란과 자의적인 법집행이 생길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어 “비건설업, 제조업, 발전 등의 유지보수공사 도급 시 하청근로자 보호에 대한 규제가 빠져 있는 등 도급 관련 규제에 큰 공백이 우려된다”면서 “법적 보호에 사각지대가 생기지 않도록 고용부가 보다 촘촘한 규제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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