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와 정부의 작업중지
근로자와 정부의 작업중지
  • 승인 2020.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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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우 교수의 산업안전보건법 해설
정진우 교수(서울과학기술대학교 안전공학과)
정진우 교수(서울과학기술대학교 안전공학과)

 

작업중지는 크게 두 가지 종류가 있다. 근로자가 급박한 위험이 있을 때 권리 차원에서 행사할 수 있는 것과 정부가 급박한 위험이 있을 때 행정명령 차원에서 강행적으로 행사하는 것이 그것이다.

전자는 법령에 명시되어 있지 않더라도 사업주의 작업중지·대피 등의 의무 규정 또는 판례·학설에 의하여 당연한 권리로 인정되어 왔다. 전부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이하 ‘개정법’) 제52조 제1항의 근로자의 작업중지 규정은 이를 확인하는 조항에 불과하다. 즉, 개정법이 근로자의 작업중지 규정을 신설하였지만, 이는 법령에 의해 창설된 권리는 아니고 이 조항에 관계없이 종전부터 인정되던 권리를 확인적으로 규정한 것에 불과하다.  

후자는, 개정법에 따르면 중대재해 발생 시 사업장 전체 등에 대한 작업중지명령과 중대재해 발생 여부와 관계없이 급박한 위험이 있을 때 사업장 일부에 대해 내릴 수 있는 작업중지명령으로 구분된다. 종전법에서는 급박한 위험이 있는 해당 기계·설비에 대해서만 작업중지명령을 할 수 있었는데, 개정법에서는 작업중지명령의 일반규정 외에 중대재해 발생 시 중대재해가 발생한 해당 작업 또는 이와 동일한 작업에 대한 작업중지명령의 근거를 추가·신설하였다. 이것만 보면 종전법보다 작업중지명령이 강화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산재예방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오히려 후퇴된 측면이 강하다. 일반적인 작업중지명령, 즉 중대재해 발생 여부와 관계없이 급박한 위험이 있을 때 내릴 수 있는 작업중지명령의 대상이 대폭 축소되었다. 

종전법에서는 중대재해 발생 여부, 시정조치명령 이행 여부, 법령 위반 여부와 관계없이 급박한 위험이 있을 때에는 작업중지, 사용중지, 시정조치 등의 명령을 내릴 수 있었는데, 개정법에서는 작업중지명령 발령요건을 중대재해 발생 시와 그렇지 않은 경우로 구분하면서, 중대재해가 발생하지 않은 경우에는 사업주가 ‘법령상의 조치’를 하지 아니하여 근로자에게 ‘현저한’ 위험이 초래될 우려가 있다고 판단될 때에만 해당 기계·설비 등에 대한 시정조치명령을 내릴 수 있고, 게다가 이 ‘시정조치명령을 이행하지 아니하여’ 위험상태가 해소 또는 개선되지 아니하거나 근로자에 대한 위험이 현저히 높아질 우려가 있는 경우에만 해당 기계·설비 등과 관련된 작업중지를 명할 수 있는 것으로 개정되었다.

다시 말해, 개정법하에서는 ‘법령’을 위반하지 아니하거나 법령을 위반했더라도 ‘현저한’ 위험이 초래될 우려가 없는 상황에서는 현행법과는 달리 시정조치명령을 내릴 수 없고, 작업중지명령(중대재해 발생을 전제로 하지 않는)은 사업주가 이 시정조치명령을 이행하지 않는 경우에만 내릴 수 있게 바뀌었다. 결국 중대재해가 발생하지 않은 경우에는 아무리 급박한 위험이 현존하더라도 사전에 법위반을 전제로 한 시정조치명령을 내리지 않은 이상은 작업중지명령을 내릴 수 없게 되었다.

본래 작업중지명령은 중대재해가 발생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그리고 법령 위반이 없더라도, 급박한 위험이 현존하면 내릴 수 있어야 하고, 또 작업중지명령은 급박한 위험을 제거하기 위한 목적으로 내려지는 특성상 행정기관의 시정조치명령 없이도 내릴 수 있어야 함에도 개정법하에서는 그럴 수 없게 되었다.

다양한 상황에 대해 다양한 형태로 발령되어야 하는 시정조치명령 제도와 중대재해 발생, 법위반 여부와 관계없이 급박한 상황에 대해 발령되어야 하는 작업중지명령 제도의 취지와 특성을 몰각한 개정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한편, 전부개정법 제55조 제1항에 따라 ‘사업장의 일부분’에 대해 작업중지명령을 발령하였는데, 사업주가 이를 위반한 경우에는 형사처벌이 이루어진다. 그런데 같은 조 제2항에 따라 ‘사업장 전체’에 대해 내려진 작업중지명령을 위반한 경우에 대해서는 아무런 처벌규정이 없다. 전자에 대해서만 처벌을 하고 위반의 정도가 심한 후자에 대해서는 처벌이 없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입법실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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