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 건설업 정책방향 토론회에서 밝혀

 
산업재해 하면 가장 먼저 수면위로 떠오르는 것이 바로 건설업 재해다. 중장비를 다수 사용하는 건설업의 특성상 사고가 발생하면 사회적으로 그 여파가 매우 크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타워크레인 사고, 200m 높이의 아파트 현장 추락사고 등 작년 한해 동안 화두가 됐던 산재사고들 대부분이 건설현장 사고였다.

그렇다면 건설현장 사고는 실제 얼마나 심각한 수준에 와있을까. 또 그 원인은 무엇이 있을까. 최근 고용노동부는 건설현장의 재해에 대한 심도깊은 토론을 진행한 바 있다. 여기서 제시된 건설업 재해의 가장 큰 문제점, 그리고 그 개선점을 정리해봤다.


건설업재해 최근 3년간 16% 증가

지난해 건설업재해자는 22,504명, 사망자는 611명이다. 최근 들어 건설업의 사망자는 감소하고 있는데 반해, 재해자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지난 2007년 19,385명의 재해자가 발생했다는 것을 볼 때 3년 동안 약 16%(3,119명)가 증가한 셈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올해의 경우 5월말 현재까지 7,588명의 재해자가 발생, 전년 동기대비로 234명(3%) 감소했다는 것. 또 지난해와는 반대로 사망자는 250명이 발생, 전년동기로 30명(13.6%)이 감소한 성과도 나타났다.

건설업은 전체 재해의 약 22%를 차지하고, 사망재해의 약 28%를 차지한다. 타 업종에 비해 사망률이 비교적 높게 나타나는 것은 작업의 대부분이 야외와 고층에서 이뤄지고, 크레인 등 중장비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120억 미만 현장에서 90% 발생

그렇다면 규모별로 볼 때 재해는 어디서 많이 발생할까. 단연, 소규모 건설현장이다. 120억원을 기준으로 했을 때 그 이상 규모의 현장에서 발생한 재해는 약 10%에 불과하다. 지난해의 경우 정확히 8%를 차지했다.

120억 이상 현장에서 전체 근로자의 53%가 일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소규모 현장의 재해 심각성이 어느 정도인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밖에는 모두 120억 미만에서 발생했는데, 그 중에서도 20억 미만이 전체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이외에도 공사금액이 적을수록 재해발생 점유율 및 재해율이 높다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사망자 통계를 보면 이와는 약간 다른 추세를 보인다. 지난해를 기준으로 놓고 봤을 때, 3억 미만 28.3%, 3~20억 미만 22.1%, 20~120억원 미만 15.9%, 120억 이상 27.8% 등으로 재해자보다는 다소 고른 분포를 보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사망자의 경우 대형건설현장에서 대부분 발생한다고 보고 있으나, 통계를 보면 재해발생률 대비로 사망률이 높을 뿐, 실제로는 역시 소규모 사업장에서 가장 많이 발생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총체적인 관리 부실

위에서처럼 재해자는 120억 이상 보다 그 미만의 현장에서 많이 발생한다. 그 중에서도 20억원 미만 건설현장의 재해 비중이 매우 높은 상황이다. 그렇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소규모 건설현장 사고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건축공사는 설계부터 준공까지 건축사 및 설계사무소에 위탁하여 진행한다. 건축사들의 경우 대형건설업체에 비해 안전관리에 취약하다는 것은 쉽게 예상해볼 수 있는 부분이다.

고용노동부의 한 관계자는 “산재보험에 가입하고, 안전모만 지급하면 안전관리를 다 한 것으로 생각하는 건축사들이 많다”라며 “또 근로자에 대해서도 필요할 때 불러다 사용하는 인부들로 생각하는 등 보호의식이 결여돼 있는 점도 문제점”이라고 밝혔다.

근로자들에게도 문제점이 많다. 대형 건설업체가 시공하는 현장에서는 안전수칙을 준수하고 보호구를 잘 착용하다가도 감시·감독자가 없는 소규모 현장으로 가면 이 모두를 지키지 않는 경향이 강하다.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고 옆에 방치해 놓고 있는 모습을 길가 어느 현장에서나 쉽게 찾아볼 수 있다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아울러 시설적인 측면도 취약하다. 공기가 타 공사에 비해 짧기 때문에 가시설의 활용가치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공사비마저 적다보니 사업주 입장에서는 안전관리에 전폭적인 투자를 하는 것을 꺼릴 수밖에 없다.

더욱이 저가 낙찰과 맞물리면 이러한 경향은 더욱 짙어질 수밖에 없다. 이것이 현재 소규모 건설현장의 현실이다. 여기에 각종 감시 및 위험상황 신고활동들이 대부분 대규모 현장에 집중되고 있다는 점도 소규모 현장이 안전관리 사각지대로 남아있는 주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현실 감안한 정책 필요

근로자수를 감안하지 않고 현장 당 재해자수를 보면 120억원 이상 현장은 0.87개소 당 1명, 20~120억 현장은 2.0개소당 1명, 20억 미만 현장은 30.9개소 당 1명, 3억 미만은 47.6개소당 1명의 재해자가 발생했다. 이를 놓고만 봤을 때 전국의 근로감독관(250여명)들을 소규모 현장에 일괄적으로 투입할 수도 없다. 어떻게 보면 이것이 소규모 현장 안전관리의 가장 큰 문제점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소규모 현장은 발주자의 감독력이 전혀 미치지 않고 있다는 것도 큰 문제점으로 꼽힌다.

한 건설안전전문가는 “소규모 현장에서의 직접적인 지시와 감독은 한계가 있다”라며 “중·장기적으로 내다보고 안전관리 활동을 펴야 하지만, 공공행정은 연간단위의 성과평가로 이루어지고 있어 단기행정에 치우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건설안전에 대한 예산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도 문제점이다. 지난해 산재보험기금 예산 2,850여억원 중 건설업의 예산은 2.5% 정도에 그친 바 있다. 그나마 지난해부터 시행한 건설안전지킴이 사업(18.3억원)으로 예산이 다소 늘어났던 것이다. 제조업에서 클린사업장 조성으로 650억원, 산재예방시설자금 융자로 990억원이 지원된 것을 볼 때 얼마나 예산수준이 미미한지 짐작해볼 수 있다.

이런 상황 속에 건설현장은 발주자가 계상한 산업안전보건관리비로 인해 직접 지원이 어렵고, 단기간 공사로 인해 시설 개선에 대한 지원이 원활히 이뤄지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예산 투입 대비 성과가 나타나지 않아 그나마 반영된 예산도 다음해에 그대로 유지하기가 쉽지 않은 것도 큰 문제점으로 꼽힌다.

자율안전관리 대신 강경책

그렇다면 소규모 건설현장의 재해를 줄이기 위한 개선안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사업주의 인식 개선, 근로자들에 대한 보호구 지급 강화, 점검 및 산재발생에 대한 책임강화, 보건관리 강화 등 여러가지 개선안이 각계에서 제시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들과 함께 정부 및 유관기관의 재해예방 역량이 소규모 현장에 미치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인식개선 활동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정부와 유관기관 등이 적극 나서 기술지원 및 점검활동을 펴야 한다는 것이다.

한 건설안전전문가는 “중소 건설현장의 재해가 심각한 수준임에도 예방은 건설안전패트롤점검에 주로 의존하고 있는데, 근로감독관이 부족한 실정에서는 지도감독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현장이 많을 수밖에 없다”라며 “앞으로 지도점검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소규모 현장의 재해예방을 위해 가장 중요한 사안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고용노동부도 이러한 각계의 의견에 대해 충분히 공감하고 있다. 그리고 이를 위해 건설안전패트롤 점검 방식을 개선해나간다는 것을 중소현장의 재해감소를 위한 1차 전략으로 내세웠다.

당장 근로감독관의 확충이 어려운 만큼 고용노동부는 재해가 다발하는 공사장(다세대·원룸·근생시설·상가·공장 등)을 핵심타킷화하여 ‘선택과 집중’에 의한 관리를 펼친다는 방침이다. 주요 전략은 재해예방 주체별로 공사규모를 달리하여 집중관리한다는 것이다.

그 일환으로 근로감독관은 사법처리, 과태료부과, 작업중지 등 감독 및 제재 차원의 역할을 수행하는 가운데, 공단, 건설안전지킴이, 재해예방지도기관 등이 소규모 현장에 대한 지도와 조치를 요청한 현장을 중심으로 패트롤 점검을 실시하기로 했다.

아울러 현장에 대해서는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20억원이상 120억 미만)의 기술지도, 재해예방전문기관의 현장관리(3억원 이상 120억원 미만), 안전보건지킴이(20억 미만)의 순찰 감시활동, 기술지도기관의 국고지원(3억원 미만) 등을 통해 관리해나간다는 계획이다.

단순히 기술지원 및 점검활동만 펼치지는 않는다. 고용노동부는 관리의 효율화를 도모하기 위해 재해예방 주체별 사업에 대해서는 확실한 목표량을 설정했다.

지원대상 현장 중 안전관리가 불량한 현장에 대해 고용노동부에 조치 요청하는 비율을 할당한 것이다. 조치요청 물량은 안전공단 10%, 재해예방전문지도기관 3% 이상(계약물량 기준), 안전보건지킴이 5% 이상, 국고지원기술지도기관 5% 이상 등이다.

고용노동부의 한 관계자는 “그간의 건설재해예방 정책은 안전관리자 선임 대상인 120억원 이상 건설현장, 업체로는 1,000대 건설업체를 중심으로 집중 전개했다”라며 “하지만 2005년도에 산재보험이 모든 공사로 확대·적용된 이후 건설재해가 중·소 건설현장에서 크게 증가하고 있어 앞으로는 소규모 건설현장에 대해 행정력을 집중하고,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는데 중점을 둘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급증하고 있는 건설현장 재해에 대한 정부의 정책방향이 이번에 확실하게 제시됐다. 대형건설현장에는 자율안전관리를 추구하는 대신 소규모 현장의 경우 행정력을 가능한 많이 가동한다는 것이 주요 방침이다. 어떻게 보면 최근 추구하는 자율안전관리에 대비되는 정부의 이러한 정책이 어떤 효과를 낼지 주목된다.
TIP
선진국의 소규모 건설현장 정책방향

■ 미국 OSHA
▷엄격한 법 집행과 더불어 On-Site Consultation(현장 컨설팅)을 통해 소규모 사업장의 사업주 참여 유도

■ 일본 JCOSHA
▷소규모 건설현장에 대한 재해예방사업은 민간단체인 건설업 노동재해방지협회 (JCOSHA)에 위탁하여 수행

■ 영국 HSE
▷소규모 건설현장의 개시신고를 HSE에 하도록 의무규정으로 되어있어 현장파악, 통제 등의 제반 관리여건을 갖추고 있음
▷소규모 건설현장에 대한 처벌도 엄격하게 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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