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석면안전관리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입법예고

 


환경단체, 석면 함유 기준치에 대한 의문 제기

우리나라 스포츠 종목 중 가장 인기가 있는 종목은 단연 프로야구다. 연간 6,000만명의 관중이 야구장을 찾아 선수들의 열정과 그라운드의 감동을 온몸으로 느낀다.

이렇게 대중적인 스포츠로 자리잡은 야구계에 최근 큰 충격이 전해졌다. 메이저리그에 견주어 더 훌륭하게 지었다는 문학구장을 비롯해, 수원구장, 구리구장, 서울잠실구장, 사직구장 등 5개 야구장의 흙에서 1급 발암물질인 석면이 검출된 것이다.

이에 선수들은 물론 흙먼지가 공기 중에 존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관중들의 건강상 문제까지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고 있다.

사실 석면문제가 화두가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제 전 국민 누구나 석면을 1급 발암물질로 알 수 있을 정도로, 그동안 지하철 역사, 공사현장, 학교건물 등에서도 꾸준히 석면관리 문제가 대두되어 왔다.

상황이 이렇게 심각해지자, 환경부는 석면을 종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대책을 최근 마련했다. 지난 4월 석면안전관리법 제정안을 공포한데 이어 시행령 및 시행규칙 등 하위법령을 지난달 29일 입법예고하면서 사실상 석면에 대한 전방위적인 관리시스템을 구축한 것.

정부와 관련업계, 학계, 시민단체 등은 이번 제정안이 석면관리에 있어 큰 전환점이 될 것이라 의미를 부여한다. 석면을 공식적인 위험물질로 분류하고, 그에 따라 종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번에 제시된 석면안전관리법 시행령에는 과연 어떠한 내용이 담겨 있을까. 각계의 기대처럼 우리나라를 석면의 위험에서부터 벗어나게 할 해법이 담겼는지 살펴봤다.

석면피해 2045년 최고조에 달할 것

석면은 매우 미세한 섬유형태의 천연광물로 백석면, 청석면, 갈석면 등 다양한 종류가 있으며, 주로 건물을 짓거나 고칠 때 보온이나 단열의 목적으로 사용된다. 슬레이트 등 건축자재, 방화재, 내화재 등으로도 많이 사용된다.

석면은 주로 숨을 들이 마실 때 공기를 통해 몸속에 흡수되는데, 크기가 큰 분진은 몸 밖으로 배출되지 않고 폐에 그대로 남게 된다. 이런 분진이 오랫동안 존재하면 석면폐, 악성중피종 등이 발병할 수 있다. 이중에서도 악성중피종은 그 심각성이 더하다. 악성중피종은 흉막, 복막, 심막 등에 나타나는 악성 종양으로, 20~50년이라는 긴 잠복기간을 거친 후 병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 석면산업 성장기는 1970년대, 최고기는 1990년대였다. 잠복기 등을 감안하면 20년이 지난 지금부터 그 피해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실제로 2009년부터 석면사용이 금지됐지만 대표적 석면 질환인 악성중피종 발생은 상승기에 접어들었다. 국내 악성중피종 발생자는 건강보험환자를 기준으로 1996~2004년 50~80명선에 머물다가 2005년 141명, 2006년 147명, 2007년 152명 등으로 최근 급증세에 있다. 환경부는 이같은 추세가 꾸준히 이어지다가 약 50년째(잠복기)가 되는 2045년 석면으로 인한 암발생이 최고조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사망자는 잠복기 30년을 기준으로 매 5년마다 최소 230명에서 최다 3,840명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됐다.

 


석면안전관리법 내년 4월 29일 본격시행

석면은 20년 전까지만 해도 그 위험성이 크게 부각되지 않았다. 그러다가 선진국 등에서 석면에 대한 폐해가 제기되고, 실제 그 피해가 갈수록 확산되는 추세에 있자 정부는 1990년대 후반부터 석면사용에 대한 각종 제재를 취하기 시작했다. 청석면은 1997년, 백석면은 2009년부터 사용을 금지시킨 것이 대표적인 예다.

고용노동부도 이에 맞춰 2009년 8월 산안법을 개정, 석면함유 설비 또는 건축물의 철거·해체 작업 등에 대한 관리를 시작했다.

그리고 정부는 기존의 개별 법령별로 분산·관리하던 석면관리 업무를 유기적으로 연계·강화하고 체계화시키기 위해 이번에 석면안전관리법을 제정했다. 이 법은 내년 4월 29일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법(시행령 및 시행규칙)에는 크게 다음과 같은 사항이 포함됐다.

먼저 석면함유가능물질 관리기준으로 수입·생산 시 ‘석면함유기준 1% 미만’을, 가공·변형 시 ‘석면 배출허용기준 0.01개/cc’를 준수하도록 했다. 단, 석면함유가능물질과 유통 기준인 ‘석면허용기준’은 이르면 내년 초에 별도 고시할 예정이다. 그동안 사문석과 감람석 등 석면함유가능물질이 주차장 바닥골제와 제철용 부재료, 학교 운동장, 각종 경기장 등에 사용돼왔지만 관련법상 관리기준이 없어 혼란이 있어왔다. 이번 법 개정으로 이 부분이 크게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두 번째로 석면조사를 받아야 하는 건축물의 범위를 ‘2008년 12월 31일 이전 건축허가를 받은 다중이용시설, 학교, 공공건축물 등’으로 정했다. 그리고 조사결과 석면이 일정량 이상 사용된 건축물에 대해서는 건축물 내 석면 건축자재를 6개월마다 평가·관리하도록 하는 등 관리기준을 마련했다.

그동안 건축물 석면조사는 산업안전보건법상 건축물 해체·제거 시에만 시행하게 되어 있었으나, 이번 입법예고안으로 사용 중인 건축물에 대한 석면관리가 가능하게 됐다.

세 번째로 석면해체 사업장 주변 석면배출허용기준을 0.01개/cc로 정하고, 석면해체 작업계획, 사업장 주변 석면농도 측정결과를 지방자치단체 홈페이지에 공개하도록 했다. 특히 재개발·재건축 사업장 등에 대해서는 시·군·구청장이 직접 석면농도를 측정하도록 했다.

환경부의 한 관계자는 “이번 석면안전관리법령이 시행되면, 종합적이고 빈틈없는 석면관리가 가능해져 국민의 석면공포를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불행히도 지금까지 사용된 석면의 모든 폐해를 막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하지만 이번 법률안으로 그 피해는 최소화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법이 시행되는 내년 이후 50년 동안 석면 해체 작업장 주변 주민과 근로자의 사망자는 법 시행이 되지 않았을 때보다 적게는 1,152명에서 많게는 19,201명 줄어들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또한 법 시행에 따른 총비용은 최대 5천149억원이지만 사망자 감소 및 의료비 절감 등으로 인한 총편익은 최대 10조7천530억원에 달하면서 순편익 역시 10조원이 넘는 것으로 분석됐다.

석면공포 해소될 것 vs 기준 허술해 실효성 의문

이같은 예상에도 불구하고 일부 환경단체들은 이법 법률안이 여전히 미흡한 대책이라고 아쉬움을 표한다.

‘석면함유 가능물질’의 석면함유 기준치를 1%로 설정했는데, 이 기준이 현실을 감안하면 너무 허술하다는 주장이다. 실제 이같은 기준으로는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야구장(잠실야구장 0.25%, 문학구장 0.5%, 사직구장 1%) 중 부산 사직구장에만 법을 적용할 수 있다.

특히 산업안전보건법에는 석면사용금지규정을 0.1%로 정하고 있는 것에 비추어, 법에 따른 형평성 문제까지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환경부는 “환경부가 정한 기준치 1%는 석면이 함유된 원석을 대상으로 한 것으며, 고용노동부가 정한 0.1%는 석면 성분을 넣어 만든 제품의 기준치로 대상이 다르다”라며 “또한 석면함유기준 1% 미만은 생산단계에 대한 기준으로 유통단계나 소비자에게 노출 시에는 더욱 강화된 기준을 정할 예정이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환경부의 이같은 입장에도 불구하고, 환경단체들은 이중 기준을 꼭 정해야 하는지 의문을 제기한다.

환경보건시민센터의 한 관계자는 “광물에 포함된 석면이나 제품에 들어있는 석면 모두 인체에 유해하긴 마찬가지인데, 기준치가 10배나 차이가 난다”라며 “1%로 높여 놓은 환경부의 규제 기준을 도대체 이해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노동환경건강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외국에서 사문석 등의 수입이 금지되어 독점적인 구조가 되고 고용부보다 10배나 느슨한 기준이 정해지면 가장 혜택을 보는 것은 광산업계와 제철업계일 것”이라며 “합법적으로 석면이 함유된 사문석과 감람석을 판매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라며 비난했다.

이 관계자는 “어린이와 노약자 등 민감계층이 석면에 노출될 경우 미량이라고 해도 인체에는 치명적”이라며 “생산, 유통 단계 모두 기준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내년부터 시행될 석면안전관리법이 석면안전관리에 있어 큰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데는 정부와 환경단체 관계자들 모두 이견이 없지만 그 방법과 기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초기부터 보다 완벽한 법을 적용할 수 있도록 정부가 향후 각계의 의견수렴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앞으로 석면안전관리법이 어떤 모습으로 최종 시행될 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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