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제도를 뛰어넘는 글로벌 안전역량 갖춰야”

 

말레이시아 안전보건협회(MSOSH)는 지난 10월 24일부터 25일까지 이틀간 MBSA 컨벤션센터에서 ‘제37회 아시아태평양 산업안전보건기구 콘퍼런스’를 개최했다.
말레이시아 안전보건협회(MSOSH)는 지난 10월 24일부터 25일까지 이틀간 MBSA 컨벤션센터에서 ‘제37회 아시아태평양 산업안전보건기구 콘퍼런스’를 개최했다.

최근 안전보건이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과 발전을 위한 핵심적인 요소로 자리를 잡으면서, 기존 법적 규제의 이행과 충족을 넘어 글로벌 수준의 안전역량을 확보하려는 니즈가 전 세계적으로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지난 10월 24일부터 25일까지 이틀간 말레이시아 안전보건협회(MSOSH) 주관으로 개최된 ‘제37회 아시아태평양 산업안전보건기구 콘퍼런스’에서는 이 같은 분위기가 여실히 드러났다.

최신 안전보건 동향을 파악하고, 일터에서의 위험저감을 위한 새로운 기법과 기술 등을 공유하기 위해 한국, 일본, 중국, 호주, 싱가포르, 인도, 베트남, 태국, 말레이시아 등 아태지역 안전보건 전문가들이 대거 참석하며 콘퍼런스 연일 내내 성황을 이룬 것이다. 안전보건에 대한 뜨거운 열기로 가득했던 그 현장을 담아봤다.

◇안전보건은 체크리스트 아냐…조직 DNA에 융합 돼야

콘퍼런스 첫날인 24일 말레이시아 샤알람에 소재한 MBSA 전시 컨벤션센터에서 ‘제37회 아포소 컨포런스’의 시작을 알리는 개막식이 열렸다. 이 자리에는 아포소 회원국 소속 대표단을 비롯해 아태지역 안전보건전문가 900여 명이 대거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올해 콘퍼런스는 ‘규정 준수를 넘어 전진(Moving forward Beyond Compliance)’이란 주제로 마련됐다. 구체적으로 ▲디자인&예방 ▲안전문화 및 휴먼요인관리 ▲서비스 산업 출퇴근 산재 및 기타 난제 ▲중대 위험관리 ▲안전보건관리시스템 및 지속가능성 ▲안전보건의 미래 ▲안전보건 리더십 ▲산업보건 ▲안전보건 역량 ▲정신건강과 웰빙1 ▲정신건강과 웰빙2 ▲안전보건 분야의 도전적 과제 등 총 12개 세션에서 46개의 연구 및 주제 발표가 진행됐다.

아흐마드 파크룰 아누아르 이스마일(Ahmad Fakhrul Anuar Ismail) MSOSH 회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아흐마드 파크룰 아누아르 이스마일(Ahmad Fakhrul Anuar Ismail) MSOSH 회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아흐마드 파크룰 아누아르 이스마일(Ahmad Fakhrul Anuar Ismail) MSOSH 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각 나라마다 안전보건에 대한 규정을 이행하고 준수해야 하는 것은 부정할 수 없을 만큼 중요한 일이지만, 앞으로 안전보건 전문가들은 그 이상의 것을 추구하는 데 노력해 나가야 한다”라며,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가 단순히 체크리스트를 확인하는 것이 아님을 인지하고, 안전보건을 기업 등 조직 DNA에 통합적인 구성요소로 융합해 나가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스마일 회장은 “이번 콘퍼런스가 급변하는 일터 작업환경의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지혜를 얻을 수 있는 활발한 교류의 장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로렌스 웹(Lawrence Webb) 영국안전보건협회(IOSH) 회장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로렌스 웹(Lawrence Webb) 영국안전보건협회(IOSH) 회장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영국안전보건협회, “신기술 도입에 따른 안전보건 위험에 대비해야”

이번 콘퍼런스에서는 로렌스 웹(Lawrence Webb) 영국안전보건협회(IOSH) 회장은 기조연설에 나서 ‘안전보건을 위협하는 작업환경의 변화’란 주제를 화두로 던져 참석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로렌스 회장은 “디지털화와 기술의 급속한 발전은 일터 작업 환경의 안전보건 분야에 다양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라며 “이 변화에 대한 적절한 대응 여부가 기업 등 조직의 지속적인 성장과 발전에 지대한 작용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로렌스 회장은 “실제 알려지지 않은 유해 물질에 따른 잠재적 건강 영향, 개인정보 및 사이버 보안, 웨어러블, 센서, 알고리즘 관리 등에 따른 근로자의 사생활 침해, VR‧AR 장치 사용에 의한 인체공학적 문제, 관리주체의 강화된 모니터링으로 인한 근로자의 압박감 등 나열하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한 문제 등이 예측된다”면서 “기업과 조직은 이러한 변화를 수용하고 대응하기 위해 꾸준한 교육과 역량 강화에 투자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서 로렌스 회장은 “반면 새로운 기술이 도입되며 나타나는 긍정적인 잠재력도 존재한다”고 언급하며,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물리적‧정신적 위험을 식별해 선제적으로 개선할 수 있으며, 또한 위험한 작업의 자동화를 통해 근로자의 사고 위험을 저감하는 가운데 웨어러블 기기 역시 근로자 건강장해 예방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끝으로 로렌스 회장은 “결론적으로 안전보건 전문가들은 새로운 기술이 일터 작업환경에 이롭게 그리고 올바르게 적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안전보건에 이로운 기술은 적극 도입하고, 새로운 위험은 선제적으로 식별해 위험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연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카요 카와마타(Kayo Kawamata) 일본 중앙노동재해방지협회(JISHA) 훈련 지원본부 과장이 고령근로자의 넘어짐‧미끄러짐 재해 예방을 위한 방안을 소개하고 있다.
카요 카와마타(Kayo Kawamata) 일본 중앙노동재해방지협회(JISHA) 훈련 지원본부 과장이 고령근로자의 넘어짐‧미끄러짐 재해 예방을 위한 방안을 소개하고 있다.

◇일본 중재방, 고령 근로자 산재예방 방안 제시

전 세계적으로 산업현장에 고령 근로자가 급증하면서, 산업재해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이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방안도 거듭 논의되고 있는 추세다.

이번 콘퍼런스에서도 고령 근로자 관리방안은 참석자들의 주요 관심사 중 하나로 꼽혔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 카요 카와마타(Kayo Kawamata) 일본 중앙노동재해방지협회(JISHA) 훈련 지원본부 과장은 고령근로자의 넘어짐‧미끄러짐 재해 예방을 위한 방안을 소개해 큰 호응을 받았다.

카요 과장은 “일본의 경우 노동인구의 급격한 고령화를 겪고 있다”면서 “이는 산업재해 통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운을 뗐다. 카요 과장은 “실제 지난 2021년 기준 산재 통계를 살펴보면 업무상 사고사망 및 부상 측면에서 50세 이상 근로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젊은 계층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크다”고 강조하며, “특히 넘어짐‧미끄러짐 사고가 대표적인 재해 유형으로 꼽히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카요 과장은 “이러한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일본 중재방은 고령 근로자의 신체적 특성 변화로 인한 사고 위험성을 감소시키기 위한 연구에 착수, 자가 체크리스트 매뉴얼을 개발했다”면서 “사업장에서 체크리스트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면 고령 근로자의 넘어짐‧미끄러짐 재해 등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카요 과장에 따르면 자가 체크리스트는 근로자가 의식적으로 인식하는 신체 능력과 실제 활동능력 측정을 통해 드러난 차이를 기반으로 근로자의 재해 위험성을 평가하는 것이 핵심이다. 구체적으로 보행능력, 기민함, 정적 균형 테스트, 동적 균형 테스트 등을 묻는 설문조사와 이러한 능력의 실제 신체 능력 측정을 병행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사업장에서는 이 같은 평가를 통해 개별 근로자의 재해 위험성을 ‘높고’, ‘낮음’으로 파악할 수 있으며, 그 결과를 바탕으로 신체능력이 미흡한 고령 근로자는 신체능력 강화를 위한 활동을 실시하면 된다.

카요 과장은 “중재방에서는 이 같은 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신체능력이 부족한 고령 근로자를 위해 사업장에서 약 4분간 스쿼트, 균형잡기 등 16개 동작을 골자로 하는 이른바 ‘IKI-IKI’ 운동도 개발‧보급하고 있다”면서 “고령근로자가 많은 사업장에서 적극 사용한다면 재해예방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스마플, 유해위험방지계획서 제출 활성화 방안, K-사다리 등 눈길

대한산업안전협회와 안전보건공단도 올해 콘퍼런스에서 총 3건의 연구 및 주제 발표에 나서며 아포소 정회원으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협회에서는 임보수 과장(협회 경기남부지회)과 김보현 차장(협회 중앙회)가 각각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유해위험방지계획서 제출 활성화 방안’과 ‘스마플’을 주제로 발표에 나섰다.

임보수 과장(협회 경기남부지회)이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유해위험방지계획서 제출 활성화 방안’을 주제로 발표를 하고 있다.
임보수 과장(협회 경기남부지회)이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유해위험방지계획서 제출 활성화 방안’을 주제로 발표를 하고 있다.

먼저 임 과장은 “유해위험방지계획서는 PDCA주기의 가장 첫 단계에서 안전관리 계획을 수립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면서 “하지만 제도 도입 이후에도 미제출건이 발생되고 있어, 제출을 활성화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임 과장은 “유해위험방지계획서 제출을 활성화 하기 위한 방안으로 크게 ▲규제완화 ▲행정절차 단순화 ▲컨설팅 지원 등을 꼽을 수 있다면서, 구체적으로 과태료 부과 기준을 완화하는 가운데 기존 절차상의 서류심사 및 현장확인을 단순화하는 것이 필요하며, 또한 유해위험방지계획서 작성 시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체계적인 컨설팅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음으로 김 차장은 한국의 안전보건 최신 동향에 관해 소개하며, IT기술을 활용한 산업안전전산관리 시스템인 ‘스마플(Smart My Safety Platform)’에 대한 설명에 나섰다.

김보현 차장대우(협회 중앙회)가 협회에서 개발한 스마트 전산관리시스템 '스마플'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보현 차장대우(협회 중앙회)가 협회에서 개발한 스마트 전산관리시스템 '스마플'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 차장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따라 협회가 자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일선 현장에서 안전 관련 문서를 관리하는 데 있어 현장 관리감독 대비 두 배가 넘는 시간을 할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강조하며, “대기업 대비 재정과 인력이 열악한 중소사업장에서 문서관리 부담을 줄이고 실질적 안전관리에 집중할 수 있도록 협회가 스마플 서비스를 제공하게 된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김 차장에 따르면 스마플은 웹과 모바일 기기를 활용해 기업의 안전관리 활동을 지원하는 전산시스템이다. 국내 최초 클라우드 방식으로 산안법 및 중처법에 따른 의무 이행과 관련 모듈을 탑재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김 차장은 “협회는 지난 4월부터 대규모 오픈베타 서비스를 실시해 현재 약 8900여개 사업장이 가입했다”면서 “11월 중 정식 서비스가 실시되는 만큼 산업현장에서 안전관리의 효율적 추진을 위한 핵심 수단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황종문 안전보건공단 산업안전보건연구위원이 'K-사다리'의 개발 배경과 특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황종문 안전보건공단 산업안전보건연구위원이 'K-사다리'의 개발 배경과 특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안전보건공단은 이동식 사다리 사용에 따른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이른바 ‘K-사다리’를 소개해 참석자들의 큰 호응을 받았다.

황종문 공단 산업안전보건연구위원은 “통계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8년~2022년) 한국 산업현장에서 175명의 근로자가 사다리 관련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면서 “정부가 이러한 심각성을 감안해 이동통로 또는 경작업 시에만 이동식 사다리를 사용토록 규제를 강화했지만, 대부분의 사업장에서 제대로 이행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황 위원은 “사업장에서 규제를 준수토록 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지만, 사업장 실정에 맞는 합리적인 재해예방 대책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라며, “이것이 공단에서 새로운 기술을 적용한 ‘K-사다리(한국형 안전사다리)’를 개발한 배경”이라고 밝혔다.

K-사다리는 바닥의 지형지물에 맞춰 자동으로 고정되는 능동형 아웃트리거가 탑재돼 있어 넘어짐 사고 예방 효과가 높다. 또한 공인기관의 안전인증을 취득하는 등 제품의 안전성과 신뢰성도 검증 받았다.

황 위원은 “현재 국내외 특허 기술을 관련 기업에 무료로 제공하는 가운데, 소규모 사업장의 경우에는 구매 비용을 일부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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