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구 안산중앙병원 정형외과 과장

 

인간이 다른 동물과 다른 점 중 하나는 손을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손의 사용량은 여타 신체부위에 비해 월등히 높다. 이처럼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그만큼 손은 신체부위 중에서 손상이 잦은 부위이기도 하다.

작업장에서의 절단 및 손상, 요리 중 칼에 의한 손상 등 이루 말할 수 없이 손 외상의 발생빈도는 높다. 외국 통계청 보고에 의하면 직업적인 손상의 9%, 팔 손상의 39%가 손가락 손상이다.

때문에 손의 손상으로 인해 발생되는 사회적, 경제적인 손실은 상당히 큰 편이다. 게다가 손의 외상에서 2차적으로 파생되는 손의 변형과 관절염 등도 사람의 삶에 큰 피해를 끼친다.

이처럼 발생 위험도 높고 피해도 큰 손 부상의 치료법에는 무엇이 있을까? 과거에는 단지 약과 물리치료로 통증만을 치료하거나 너무 변형이 심하여 손기능이 완전히 소실되었을 때만 손가락을 절개하여 바로 붙이는 수지유합술을 주로 사용했다.

그러나 이같은 치료들은 관절 파괴를 늦추거나 모양만 바로 잡아 주기 때문에 손가락을 자유롭게 쓰지 못하는 한계가 존재했다.

헌데 최근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인공관절을 활용한 수술이 도입되고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인공관절을 이용한 치료는 무릎, 고관절(엉덩이 뼈)에 국한돼 사용되다 최근들어 점차 어깨, 발목, 팔꿈치 등으로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1960년대 후반부터 실리콘 관절을 이용한 손가락 인공관절이 시도되었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마모로 부러지거나 탈구, 염증 등 문제가 생겨났고 손가락 운동능력이나 손가락 모양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아 불편했다.

이같은 실리콘의 단점을 극복한 것이 바로 최근 주목을 받고 있는 ‘파이로카본(Pyrocarbon)’ 재질의 인공관절이다. 파이로카본은 해부학적으로 인체 관절과 유사해 수술 후 손가락 모양이 자연스럽고 관절운동 회복도 빨라 만족도가 높다. 또 수술 때 골을 최소 절제하며 주위 인대를 잘 보존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게다가 인체 뼈 조직에 잘 접촉해 시멘트 없이도 고정시킬 수 있고 마모율이 적어 한번 시술하면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으며, 기존 실리콘 재질에 비해 더 큰 운동범위와 강한 힘을 갖는다.

시술은 1990년대 후반 해외에서 먼저 시작한 후 미국 FDA 승인을 받아 국내에서는 2008년도부터 정식 시행되고 있다.

이를 손가락 인공관절에 적용 할 수 있는 경우는 류머티즘 관절염으로 손가락 관절이 변형된 경우, 퇴행성 관절염으로 손가락 관절 통증이 심하고 관절이 굳어 움직이지 못하는 경우, 외상이나 사고로 손가락 관절 골절이 일어난 경우 등이다.

파이로카본 재질을 이용한 인공관절 수술이 기존 수술의 단점을 극복한 것은 맞지만 이 역시 한계는 존재한다. 전신상태가 좋지 않거나 마취하기에 위험한 상태, 몸에 염증이 있어 감염이 우려되는 경우, 손가락 3마디 부분 중 원위지(손톱 바로 아래) 관절에는 시술할 수 없다.

또 수술 후에는 손가락 관절 힘을 무리하게 사용하는 일은 피하고, 무거운 물건을 드는 것도 될 수 있으면 피해야 오래갈 수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손상을 입었을 경우 경험이 많은 전문가와 상담을 통해 조기에 적절한 치료를 해야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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