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 규모의 동일본 대지진(2011년 3월 11일)이 발생한지 어느새 1년이 지났다. 지난해 동일본 대지진은 일본에 엄청난 피해를 가져왔다. 인명피해는 물론이거니와 사회적, 경제적, 환경적 피해가 막대했다.

여기에 이웃나라인 우리나라에 미친 영향도 만만치 않았다. 일본지진이 그동안 일본과 우리나라 양국에 미친 영향, 그리고 앞으로의 전망 등을 한 번 짚어봤다.

 


인명, 재산, 환경 피해 막심, 잘나가던 경제도 휘청

유엔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의 지진과 쓰나미로 인해 사망자 1만 5,000여명, 실종자와 대피주민 34만여명, 지진고아 2,000여명 등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명피해 못지않게 경제적 피해 역시 상당했다. 일본 정부는 대지진 피해규모를 약 15조엔에서 25조엔(약 347조7,000억원)으로 추정했다. 동일본대지진 이후 1년 동안 지급된 관련 보험액만 1조2167억엔(약 16조6,000억원)에 달할 정도라고 한다. 이는 공장, 도로, 항만, 주택과 기타 인프라 시설의 파괴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액이었다. 여기에 경제적인 피해까지 더해진다면 그 피해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늘어난다.

지난해 일본은 무역수지가 31년 만에 적자를 기록했다. 적자 규모만 2조 4,927억엔, 우리돈으로 약 36조원이었다. 제2차 오일쇼크로 유가가 급등, 수입액이 크게 늘었었던 1980년(2조 6,000억엔) 이후 처음 무역적자가 기록된 것이다. 대지진 이후 부품 공급난으로 각종 산업의 수출이 크게 줄어든 대신, 후쿠시마 원전의 가동 중단으로 액화천연가스(LNG) 등의 수입이 크게 늘어난 것이 주원인이었다.

인명, 경제적 피해 못지않게 막대했던 것이 환경적 피해였다. 지진과 쓰나미로 인해 2,252만8,000톤의 쓰레기가 배출됐다. 여기에 후쿠시마 원전에서 최대 4경㏃ 가량의 방사선세슘이 노출되어 주변의 땅과 바다 등을 오염시켰다. 당시 누출된 방사성세슘량은 옛 소련의 체르노빌 원전사고(1986년 발생)의 20%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환경적 오염 속에 해당 지역의 수산물과 농산물에서 방사선 세슘이 검출되면서, 일본 정부는 일부 식품과 농산품에 대해 방사성 물질 규제치를 정하고 관리에 들어가기도 했다. 일본 농수산물을 다수 수입하는 우리나라의 경우도 이 문제로 상당히 혼란에 빠진 바 있다.

우리나라 경제에는 오히려 플러스

일본 대지진이 이웃나라인 우리나라에 미친 영향도 상당히 컸다. 일단 그 영향은 크게 경제적 영향과 방재적 영향으로 구분 지을 수 있다.

먼저 일본 대지진 당시 일본의 생산시설 파괴 등으로 인해 우리나라 기업운영에도 막대한 피해가 예상됐었다. 하지만 그 여파는 크지 않았다. 오히려 일본의 공급망이 붕괴되면서 우리나라의 수출이 더 늘어난 측면도 있다. 쉽게 말해 일본 제품들 대신 우리나라 제품이 세계적으로 더 진출할 수 있는 기회가 된 것이다.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수출액은 5565억 1,000만 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는 3.6% 경제 성장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지난해 수출이 늘어나면서 우리나라의 경상수지도 예상치(272억 달러)를 웃도는 흑자(276억 5,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지금까지 이러한 추세는 이어지고 있다. 올 2월 자동차(60.2%), 철강(44.4%), 석유제품(41.9%) 등의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로 크게 늘어난 것이 이를 잘 증명해준다.

경제전문가들은 우리나라 경제가 이같은 성과를 내고 있는데에는 일본지진의 영향이 컸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리고 일본지진이 우리나라에 물가폭등을 가져올 것이라는 예상도 제기됐었지만, 실제 물가에 미친 영향은 그리 크지 않았다. 단, 일본에서 전량 수입하던 일부 농수산물의 경우 물가상승을 피할 수는 없었다.

우리나라에 발생할 때는 더 큰 피해 예상

안전선진국 일본의 방재시스템 붕괴는 우리나라에도 큰 충격을 줬다. 전문가들은 일본 쓰나미의 형태와 원전의 사고원인을 짚어보며 우리나라 동해안에 위치한 울진, 월성, 고리 등의 원전도 큰 피해를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우리나라 인근 해역 또는 일본의 동북부에서 지진이 발생할 시 일본과 같은 쓰나미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 동북부 태평양 연안지역과 한반도의 동해 연안지역 모두 수심이 깊고 가파른 대륙 경사를 갖고 있다는 것이 그 근거였다.

그리고 또 다른 문제로 제기된 것은 미흡한 지진 대비시스템이었다. 최근 국토지리정보원의 조사에 따르면 서울에서 6.5의 강진이 발생할 경우 사망자 7,700여명, 부상자 10만 7,000여명, 즉 11만명에 이르는 인명피해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지진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지난해 하반기 큰 이슈가 됐었던 터키 대지진(10월 23일 발생, 1,000여명 사망) 보다는 훨씬 큰 인명피해를 입을 것이라는 분석이었다.

우리나라는 현재 댐, 도로, 항만 등의 국가 기반시설과 3층 이상 총면적 1,000㎡ 이상의 건축물에는 내진설계를 적용토록하고 있다. 하지만 실상은 적용대상의 20%도 채 안되는 건축물에만 내진설계가 되어 있을 뿐, 나머지 대부분의 건물들은 지진에 무방비 상태다. 게다가 1, 2층 규모의 건축물은 내진시설이 전무한 상태여서 한반도 지진 발생 시 엄청난 피해가 야기될 것이란 전망은 상당히 신빙성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지진과 해일피해 시 막대한 피해가 요구되는데도, 우리나라의 방재시스템은 그에 비해 미약하고 국민적인 의식 또한 부족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주장이다.

방재시스템 전면적인 개선 불러와

이러한 상황을 감안해 정부에서는 일본 대지진을 계기로 각종 재난방재시스템을 손질하기에 이르렀다.
지진발생 직후 국내 21개 모든 원전과 연구로 등에 대해 총체적인 안전점검을 실시한 것은 물론 원자력 안전과 규제를 담당하는 ‘원자력안전위원회’를 대통령 직속으로 공식 출범시켰다.

또 한수원 내에 ‘원전설비기술검증위원회’를 만드는 내용의 ‘원전 고장정지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았으며, 최근 원자력안전위원회는 향후 추진할 ‘고리 1호기 해안방벽 증축’ 등 22개 대책을 담은 ‘원전 안전성 강화대책’을 발표했다.

여기에 소방방재청과 국무총리실은 대규모 재난을 근본적으로 예방하기 위해 ‘재난관리 개선 종합대책안’을 마련하고, 내년부터 5년 동안 연간 약 6조원의 예산을 투입키로 결정했다.

이와 별도로 정부는 2014년까지 쓰나미에 효율적으로 대응하여 피해를 줄일 수 있도록 ‘지진해일대응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러한 범정부적인 움직임에 맞춰 기업들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기업 간 원자력 안전 공조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원전산업계(14개 업체)가 자발적으로 ‘원자력안전협의회’를 구축한 것이다.

이렇듯 일본지진은 우리나라의 방재시스템 변화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일본의 심각한 피해를 바로 옆에서 지켜본 만큼, 정부와 관련기관들의 이러한 움직임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일본, 피해복구는 빨라도 9년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일본의 피해복구는 예상외로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총 18조8000억엔의 추가경정 예산이 편성됐음에도 불구하고, 피해 규모가 워낙 큰데다 리더십 부재, 인력부족 등의 문제가 겹치면서 복구 작업은 큰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일본 내부에서는 이번 지진의 피해가 복구되는데 아직 9년이라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것도 어떻게 보면 희망사항이라고 볼 수 있다. 현재 일본 피해복구의 가장 큰 걸림돌은 원전 처리다. 최악의 방사성 물질 유출 사고가 난 후쿠시마 제1원전은 요즘도 매일 시간당 6천만∼7천만 베크렐(Bq)의 방사성 물질이 유출되고 있다. 이에 이 지역의 연간 방사선량은 50밀리시버트(m㏜)를 초과하고 있다.

일본정부는 현재의 기술로는 당분간 거주가능 수준인 20밀리시버트 이하로 맞추기 힘들 것이라 판단하고 사실상 이 지역의 복구작업을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쿄전력이 작성한 로드맵에 따르면 사고 원전에서 멜트다운으로 녹아내린 핵연료를 회수하고 원자로를 해체하는 데에는 최장 40년이 걸릴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그리고 문제가 되는 것이 쓰레기들의 처리 문제다. 쓰나미 피해지역에는 모두 2,252만8,000t의 쓰레기가 배출됐지만, 현재 소각과 매립, 재이용 등으로 처리가 끝난 쓰레기는 약 5%(117만 6,000t)에 불과한 실정이다. 일본 정부는 2014년 3월말까지 쓰레기 처리를 마무리하기로 했으나 현재의 추세라면 달성이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는 피해지역 만으로는 쓰레기 처리가 어려워서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분산 처리를 추진하고 있지만, 전국 자치단체의 88%가 반대하면서 이 계획마저도 실현이 어려워 보인다. 쓰레기를 조속히 치우지 못하면 복구 작업이 더뎌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일본 경제, 올해에는 회복될까

이렇게 피해복구는 더디지만 경제적 복구에 대해서는 시각이 갈린다. 국제적 경기불황과 생산량 감소가 여전히 일본 경제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주장이 있는 반면, 지진복구사업이 오히려 경제성장의 발판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최근 들어서는 후자에 더 큰 무게가 실리고 있다. 실제 최근 일본 경제기획협회(EPA)가 일본 내 42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올해 경제성장률은 작년의 0.24%보다 크게 증가한 2.22%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됐다.

일본경제와 관련해 우리나라에서 개최된 세미나에서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도 “일본경제는 복구수요에 힘입어 2012년 2% 내외의 완만한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며 “유럽발 재정위기가 일본으로 파급되거나 갑작스레 금리가 급등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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