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근로자가 말하는 안전, 강기수씨

기계의 오작동으로 협착, 추락재해 당해

2010년 어느 겨울날. 한 근로자가 모 자동차 부품제조공장에서 페이로더를 운전하면서 무거운 적재물을 옮기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이 근로자는 하루 동안 주어진 작업량을 채우고 사무실로 복귀할 채비를 갖췄다.

그리고 장비를 원상태로 돌려놓기 위해 조종장치를 위로 올리고 운전석에서 일어섰다. 하지만 장비 밖으로 몸을 빼고 얼마 지나지 않아 엄청난 고통이 그의 몸에 전해졌다. 페이로더의 버켓과 구동부 사이에 순간적으로 몸이 끼인 것이다. 그는 반사적으로 몸을 틀어 2m 아래로 추락한 후 곧 정신을 잃고 말았다.

보통은 조종장치를 올리면 모든 작동이 정지돼야 했지만 해당 장비는 작동이 멈추지 않았고, 그것을 몰랐던 근로자는 그만 협착, 추락재해를 당하게 된 것이다.

 

사고 후 닥친 엄청난 고통

경북 경산시에 소재한 경산장애인종합복지관. 이곳의 3층 탁구장으로 들어갔을 때 밝은 웃음과 목소리를 가지고 상대를 윽박지르는 한 사람이 보였다. 사고를 당한 강기수씨였다. 그의 미소를 보니 다른 사람과 달리 걸을 수 없을 뿐, 산재의 아픔을 가진 사람이라고는 전혀 생각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는 오해에 불과했다. 그를 인터뷰 하다 보니 산재사고 후 엄청난 고통을 겪었고, 지금도 그 고통 속에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쉽게 느낄 수 있었다.

사고 충격 딛고 일어난 원동력은 가족

사고 당시 처음에는 다들 살아나지 못할 것이라고 얘기했다. 하지만 강 씨는 남다른 의지력을 보이면서 기적적으로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허나 목숨만 건졌을 뿐이었다. 침대에 누워서 하루하루를 고통 속에 보낼 수밖에 없었다. 옆 사람이 조금만 건드려도 큰 고통이 느껴졌을 정도로 통증이 심했고,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생각에 우울증도 갈수록 심해졌다. 그러던 중 부모님까지 돌아가시면서 몸과 마음은 더욱 힘들어져 갔다.

이렇게 힘든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던 그가 다시 설 수 있었던 원동력은 역시 가족이었다. “사고를 당한 후 가족 모두가 병원에서 생활하다시피 했습니다. 어린애가 당시 5살이었는데, 병원에서 뛰어노는 모습을 보면서 영 마음이 편치 않더라고요. 남들은 아버지와 뛰어놀 나이였는데... 그 때부터 무엇이든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의 첫 번째 목표는 휠체어를 타는 것이었다. 휠체어라도 타면 운전도 할 수 있고 그렇게 된다면 어렵지 않은 일은 자신의 힘으로도 충분히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를 위해 그는 피눈물 나는 재활과정에 돌입했다. 지역에서 유명한 병원 여러 곳에 다니며 물리치료와 약물치료 등 최대한 해볼 수 있는 것은 다해봤다.

“거짓말을 조금 더 보태 약을 한 트럭 가까이 먹었습니다. 밥보다 약을 더 많이 먹었을 정도이니까요. 통증이 워낙 심했지만, 이대로 포기할 수 없다는 것을 수십 번 되뇌며 재활치료를 받았습니다”

다행히 시간이 흐르면서 그의 몸은 점점 좋아지기 시작했다. 휠체어를 탈 수 있게 된 것은 물론,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을 수준까지 이르게 됐다. 건강이 다소나마 회복되자 탁구 등 기본적인 스포츠 활동을 통해 사람들과 어울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를 괴롭히던 우울증도 자연스럽게 없어지면서, 정서적으로 차츰 안정을 찾아갈 수 있었다.

최근에는 복지관 장애인 봉사단에 가입하여 봉사활동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어려운 이웃을 도우면서 보람을 얻는 것이 이제는 일상에서 가장 큰 즐거움이라고 한다.

“어려운 처지의 장애인들과 이웃들을 돕고 나니 내 자신도 되돌아볼 수 있고, 삶의 또 다른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만약 내가 다치지 않았다면 이러한 즐거움을 느낄 수 없었겠지요”

안전과 건강, 세상에서 제일 중요한 가치

사고 후 그는 안전을 등한시했던 자신의 모습을 얼마나 후회했는지 모른다. 내 자신의 몸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건강하게 사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사고 후에 뼈저리게 느꼈다고 한다.

“부모님한테 물려받은 몸을 죽을 때까지 지키면서 사는 것이 효도하는 것입니다. 우리 같은 산재근로자의 경우 그런 점에서 모두 불효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아이의 부모로서 제대로 해주지 못하고 있는 것도 너무 마음이 아프지요”

그는 아직도 통증에 매우 힘들어하고 있다. 통증만 없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을 정도다. 아픔을 느끼며 다시금 재활훈련을 받으러가면서 그는 마지막 한마디를 우리나라 현장의 근로자들에게 남겼다.

“일하다 다치면 정말 서럽습니다. 근로자 여러분, 저처럼 후회하지 마시고 안전에 꼭 신경 쓰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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