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안전보건법' 위반죄의 경우 고의가 필요한지가 문제될 수 있다. 범죄의 성립에는 '형법'의 기본원칙인 책임주의의 당연한 귀결로서 고의가 요구되고, 이 원리는 행정범의 성립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판례도 “행정상의 단속을 주안으로 하는 법규라 하더라도 명문규정이 있거나 해석상 과실범도 벌할 뜻이 명확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형법'의 원칙에 따라 고의가 있어야 벌할 수 있다.”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2010.2.11, 2009도9807; 대법원 1986.7.22, 85
사전규제의 강약과 사후규제의 강약의 조합에 의해 규제유형을 4가지로 나누어 다음 그림과 같이 분류할 수 있다. 어느 정도의 민주화가 진척된 국가의 경우, 2가지의 규제가 함께 강한 A유형과 2가지의 규제가 함께 약한 C유형은 제외된다고 볼 때, 사전규제가 강하고 사후규제는 약한 B유형 또는 사전규제가 약하고 사후규제는 강한 D유형 어느 하나를 기조로 하는 규제로 수렴되어 간다고 생각된다. 그리고 영·미는 사후규제가 강한 D유형에 해당하고, 우리나라, 일본, 독일은 사전규제가 강한 B유형에 해당한다고 말할 수 있다. 미국
기계·설비에 기인한 사고가 발생하면, 사고를 일으킨 기계·설비를 운용하고 있던 기업은 대체로 “기계·설비가 법적 기준에 미달하는 일은 없었고, 다만 이를 취급하는 작업자가 충분한 주의를 하지 않은 탓에 안타깝게도 사고가 발생하게 되었다.”는 변명을 자주 하곤 한다. 한편 매스컴에서는 위험한 기계·설비에 대한 법규제가 없거나 지도·감독의 방치상태였던 것에 대해 비난의 화살을 쏟아낸다.기계·설비 등의 안전성을 확보하고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지난 해 12월 산업안전보건법(이하 ‘산안법’) 전부개정안이 별다른 검토와 심사 없이 ‘날림입법’되었다. 법률의 많은 곳에서 하자가 많이 발견되는 것은 어찌 보면 예고된 일이었다. 이처럼 산안법 자체가 졸속 개정된 상태에서 하위법령이 올바르게 개정되는 것은 기대난망이라 할 수 있다.그러나 헌법원칙 등의 법리, 안전이론 및 실효성에 어긋나는 법률의 문제를 하위법령을 통해 다소나마 완화하는 것은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입법예고된 하위법령 개정안은 부실공사된 산안법의 하자를 보수하기는커녕 하자를
우리나라는 일제 해방 후 과학기술과 그 운영법규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사회적 차원의 검토와 논의 없이 외국, 특히 일본의 그것을 한 세트로 직수입하여 왔다. 그러다 보니 과학기술과 운영법규에 대한 기초와 토대가 허약한 상태에서 그것의 배경과 취지 등에 대한 이해 없이 안전법제를 맹목적으로 운영하거나 준수하도록 하는 문화가 오랫동안 지속되어 왔다. 다시 말해서, 안전에 관한 법제의 디자인은 선진국의 그것을 모방해 이식하였지만, 현장에서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던 것이다.정부조차 법규의 의미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고, 기업을 대상으로 안전
사고가 발생하고 손해가 발생한 경우 근대법제 하에서는 민사책임으로 손해배상의무가 발생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것을 정하고 있는 것은 「민법」 제750조이다.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되어 있다.사고에서 많이 문제가 되는 것은 과실이다. 과실이란 주의의무 위반이다. 예를 들면, 산업안전보건법령이 정하고 있는 안전보건기준을 위반하여 산업재해를 발생시키거나, 교통법규가 규정하고 있는 신호준수, 속도준수 등의 규제를 위반하여 적신호를 무시하고
안전사고에서 나쁜 결과의 발생에 대하여 여러 명의 과실이 병존하는 경우를 과실의 경합이라고 한다. 형법상의 과실에는 민법의 불법행위에서와 같은 과실상계라고 하는 관념은 인정되지 않지만, 과실이 경합한 경우에 일방의 과실이 타방의 과실에 일정한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있다.과실의 경합 중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과실이 중층적으로 경합하는 경우이다. 예를 들면, 호텔 화재에서의 경영책임자의 과실과 현장종업원(직접행위자)의 과실과 같이 경합하는 과실행위자 간에 업무, 기타 사회생활상의 관계에서 감독자-피(被)감독자라고 하는 상하관계&mid
사망재해가 발생하여 형법상의 업무상과실치사상죄의 과실 여부를 판단·적용하는 데 있어서 법질서가 요구하는 주의의무의 표준을 어디에 둘 것인가 하는 문제가 수사실무에서 중요한 쟁점이 되고 있다. 이에 관하여는 기본적으로 행위자 개인인가, 평균인인가라는 점에서 견해가 대립한다.물론 주의의무의 표준에 있어서 ‘완벽한’ 주의의무 내지 ‘최상의’ 주의의무, 즉 이상적인 사람의 주의능력을 일단 상정해 볼 수도 있겠으나, 일정한 결과발생가능성을 본질적으로 수반하고 있는 기술문명의 시대에 법질
산업재해가 발생하였을 때 형사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산업안전보건법(형사처벌조항)과 형법상의 업무상과실치사상죄이다. 업무상과실이 있었는지는 업무상 필요한 주의의무 위반이 있었는지를 묻는 것이다.여기에서의 업무란 사람이 사회생활상 그 사회생활상의 지위에서 계속적으로 종사하는 사무 또는 사업을 말한다. 직업.영업임을 요하지 않고, 보수의 유무나 공무(公務)이건 사무(私務)이건 상관없으며, 1회의 행위라도 계속하여 행할 의사로써 하면 업무이다. 본인의 주업무가 아닌 경우, 면허나 허가 없이 행하는 경우도 업무가 된다.업무상과실에 있어 형
산업안전보건법은 불가역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는 근로자의 건강과 생명을 다루는 법이니만큼, 법위반에 대한 처벌과 별개로 시정명령을 비롯한 행정명령이 발달되어 있다는 것이 특징 중 하나이다. 벌칙(형사처벌, 과태료)이 법을 위반한 것에 대해 대가를 치르게 하는 것인 반면, 행정명령은 산업재해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하여 벌칙과 별개로 현재의 문제 있는 상태를 바로잡기 위한 것이다.현행 산업안전보건법에는 시정(개선)명령, 사용중지명령, 작업중지명령, 안전보건진단명령, 안전보건계선계획명령 등 다양한 행정명령(행정처분)이 규정되어 있다.그런데
중대재해가 발생하였을 때 사업장 전체에 대해 내리고 있는 작업중지명령을 둘러싸고 현장에서 불만이 매우 높다. 산재예방의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면서 법적 근거도 없이 당초의 취지와 달리 처벌의 수단으로 오용되고 있다는 것이다.현행 산업안전보건법상 작업중지명령 요건은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거나 감독기관의 사전확인·지적에도 불구하고 개선되지 않는 등 산업재해 발생의 심각한 위험이 있는 경우로 한정되어 있다. 작업중지명령 대상도 사업장 ‘전체’가 아니라 ‘해당 기계·설비&
사고는 불행한 사상(事象)이 관련되었을 때에 일어난다. 각 사상에도 그 배후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관련되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불안전행동 또한 여러 가지 요인의 영향을 받아 발생하는 것이므로, 눈에 보이는 것만을 채택하고 즉흥적인 대책을 강구하는 것만으로는 문제해결이 되지 않는다.SHEL 모델을 예로 들어 말하면, L과 SHEL의 어디에 미스매치가 있었는지, 어떠한 배후요인이 있었는지, 나아가 조직의 풍토, CEO의 태도는 영향이 없었는지와 같은 부분까지 거슬러 올라가 원인을 찾아 당면 문제와 함께 가능한 한 근본적인 부분까지
고용노동부에서 올해부터 적용하겠다고 발표한 사다리작업 금지지침을 놓고 현장에서 많은 혼란이 발생하고 있다. 청와대에 청원이 제기되는 등 현장의 불만이 하늘을 찌를 듯하다. 많은 비판에 직면한 이후 고용노동부가 최근 지침의 내용과 적용을 일부 완화하겠다고는 밝혔지만, 미봉적인 데다가 명확하지 않고 일관성이 없는 상태이다.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이번 지침(최근의 완화된 해석과 적용을 감안하더라도)은 실체적 측면과 절차적 측면 모두에서 매우 잘못되었다. 의욕만 앞세운 비전문성이 초래한 또 하나의 대표적인 정부 실패이다.안전대책은 리스크에
정의란 무엇인가? 사회를 구성하고 유지하는 공정한 도리를 가리킨다. 한마디로 사회원리의 핵심이다. 정의는 플라톤을 비롯한 많은 철학자들의 전통적인 주제였으며, 현대 사회의 가장 중심적인 화두이기도 하다. 그런데 위정자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에 의해 정의라는 말만큼 많이 오용되는 말도 없는 것 같다. 사건·사고에 연루된 사람을 비난할 때에도 정의라는 이름하에 잘못된 접근을 하는 경우가 많이 목도된다. 우리들은 어떤 문제를 일으킨 사람들에 대해 보수, 진보를 가릴 것 없이 엄중한 처벌을 외치곤 한다. 사후확신편향(hindsi
휴먼에러에 의해 다른 사람에게 부상을 입히거나 물건을 망가뜨렸을 때 그것은 범죄가 됩니까? 이러한 질문을 주위로부터 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한마디로 대답하기는 어려운 문제이다. 무릇 형법학에서의 인간상과 휴먼에러를 다루는 안전심리학에서의 인간상에는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형법학에서는 나쁜 행위를 그 동기에 따라 다음과 같은 4가지로 구분한다.① 확정적 고의: 부상을 입히거나 물건을 망가뜨리는 것 등과 같은 좋지 않은 결과를 목적으로 하여 저질러진 행위② 미필적 고의: 부상을 입혀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거나 물건을 망가뜨려도 어쩔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교육은 외형적인 규제내용으로만 보면 교육시간까지 시시콜콜하게 규제하는 등 어느 나라에서도 강한 규제를 하고 있다. 그러나 안전교육만큼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것도 없는 것 같다. 왜 그럴까?지식 부족의 불안전행동의 방지는 작업에 필요한 지식을 교육하는 방법(교육훈련) 또는 그 작업에 대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배치하는 방법(인원배치)으로 해결하는 것이 기본이다. 이 중 교육훈련에서 중요한 것은 Know How만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Know Why도 가르치는 것이다. 즉, 원리까지를 가르치지 않으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 행정형법에서는 법적 의무주체와 행위(범죄)주체가 분리되어 있는 특징이 있다. 법인사업주의 경우는 의무주체이더라도 범죄주체는 될 수 없다. 범죄주체는 법인으로부터 위임을 받은 행위자이다. 그런데 산업안전보건법상의 의무이행의 위임은 사업주(법인은 대표자)가 특정의 의무이행을 종업원의 임무로 정하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고, 의무의 이행을 가능하게 하기 위한 기타의 조건을 충족하여야 한다(권한의 부여). 정당하게 의무이행의 위임이 이루어져 있는 경우에는 위임에 의해 사업주를 위해 의무를 이행하는 임무를 지는 종업원이
대부분의 행정형법은 벌칙규정에서 양벌규정(쌍벌규정)을 두고 있다. 그런데 「산업안전보건법」상의 양벌규정은 일반 양벌규정과 구조가 다르다. 양벌규정은 일반적으로 행위자의 처벌을 별도의 처벌규정(벌칙 본조)에서 규정하고, 양벌규정에서는 행위자 이외의 자의 처벌만을 규정하는 구조이지만, 「산업안전보건법」에서는 사업주가 법률상 의무이행주체이므로, 법인의 경우 의무를 위반한 법인이 정범(正犯)에 해당하고, 법인의 대표자, 종업원은 단순히 행위자로서 의무이행주체가 아님에도 양벌규정에 의해 처벌되는 구조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여기서 법인의 대표
「산업안전보건법」에서는 사업주 외에도, 사업주를 위하여 행위를 하는 자에 해당하는 법인의 대표자, 법인 또는 개인의 대리인, 사용인, 그 밖의 종업원도 법적 의무주체로 되어 있어(이에 대한 법적 근거는 양벌규정이다), 이들 모두 피의자로 입건될 수 있다.그러나 구체적인 사안에서 법인의 대표자를 입건하여야 하는지, 안전보건관리책임자인 현장소장을 입건하여야 하는지, 아니면 감독자의 위치에 있는 자를 입건하여야 하는지가 논란이 될 수 있다. 특히, 대기업처럼 전국에 여러 개의 사업장을 두고 사업장마다 공장장 등 책임자를 두고 있는 경우
행정질서벌이라 함은 행정법규 위반에 대하여 과태료가 과하여지는 행정벌이다. 행정질서벌을 법령 및 실무에서는 과태료라고 한다. 「산업안전보건법」 제72조에서는 동법의 위반에 대한 과태료를 경중에 따라 다음과 같이 5가지로 구분하여 규정하고 있다.① 5000만원 이하의 과태료② 1500만원 이하의 과태료③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④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⑤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행정질서벌인 과태료는 형벌과는 성질을 달리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행정형벌은 행정목적을 직접적으로 침해하는 행위에 대하여 과하여지고, 행정질서벌은 정보 제